아시아나항공기. 사진. 정혜원 기자
아시아나항공기. 사진. 정혜원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건을 두고 채권단(산업은행, 수출입은행)과 HDC현산이 서로 결정을 미루며 '핑퐁게임'에 돌입한 모양새다. 채권단이 최종 인수 의사를 밝히라며 압박하자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태를 신뢰할 수 없다며 재협상을 거론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측은 10일 다시 한 번 입장문을 내고 “HDC현산 측이 그동안 인수 여부에 관한 시장의 다양한 억측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음을 밝힌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의사 피력이 늦었지만”이라고 단서를 다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산은은 이어 “서면으로만 논의를 진행하는 것에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HDC현산 측이 서면을 통해서만 논의를 진행하자는 의견에는 자칫 진정성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산은측은 현산이 보도자료를 통해 요구한 인수 상황 점검 및 계약 조건 변경 등은 서면으로 논의 할 수 없다면서 "만나서 얘기하자"고 되받아쳤다. 산은은 “(HDC현산 측이) 더 이상 공문 발송이나 보도자료 배포가 아닌 협상 테이블로 직접 나와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 제공 : HDC그룹
정몽규 HDC그룹 회장. 제공 : HDC그룹

HDC현산은 9일 입장문을 통해 “4월 이후 2개월간 약 11회에 이르는 공문을 보내 ‘인수상황 재점검과 인수조건 재협의’를 요청했으나 신뢰할 수 있는 충분한 공식적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입장문에 따르면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의 정확한 재무상태와 전망, △기준 재무제표상 재무상태와 계약 체결 이후의 재무상태 사이에 차이가 발생한 이유, △계약 체결일 이후 추가자금 차입 규모의 산정 근거, △차입금의 사용 용도 및 차입 조건과 상환 계획, △영구전환사채로의 변경 조건 및 영구전환사채 주식으로의 전환 조건 등 중요한 자료 제공을 요청했으나 아시아나항공에서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산은은 ‘만나서 얘기하자’고 요구하면서도 결정권은 HDC현산에 슬쩍 넘겼다. 산은은 “‘인수상황 재점검과 인수조건 협의’와 관련, 효율성 제고 등의 차원에서 이해관계자 간 논의가 진전될 수 있도록 현산 측의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HDC현산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산은 측 요구에 대해) 아직 입장을 밝힐 게 없다”면서 이후 대면 협의에 나설 것인지, 아시아나항공과의 대면 협의가 전혀 없었는지 등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채권단과의 대면 협의 계획도 마찬가지로 확정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산은은 HDC현산 측이 제시한 조건에 대해 이해관계자 간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협의 조건이나 검토 대상, 계약 가격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양측의 '핑퐁게임'이 이어지게 되면 최종 계약 종결일에 대한 합의마저 어려울 수 있어 이대로 합의가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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