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 아시아나항공
제공. 아시아나항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아시아나항공은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자본 확충을 위해 주식 총수와 전환사채(CB)를 늘리는 정관 변경안을 15일 통과시켰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오전 강서구 본사에서 임시 주총을 열고 주식 총수를 5억주 늘리고 CB 발행 한도도 늘리는 정관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로써 발행 주식 총 수는 기존 8억주에서 13억주로 대폭 증가했고, CB 발행한도도 7000억원에서 1조6000억원으로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개정안은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출석,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되는데, 이날 정관 개정안은 출석 주주 전원이 찬성해 통과됐다.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주총 인사말에서 "올해 1분기부터 현재까지 코로나19로 항공산업 전체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이번 개정안은 코로나19 여파로 발생할 수 있는 자본 확충 필요성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사장은 이어 "지난 32년간 아시아나항공이 축적한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올해 남은 기간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해 주주와 회사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도록 전 임직원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2월부터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한 아시아나항공은 4월부터는 전 직원이 최소 15일 이상의 무급휴직을 사용하도록 해 절반의 인력으로만 운영하고 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3월 정기 주총에서도 발행주식 총수를 기존 6억주에서 8억주로 늘리는 내용의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으며 이번 자본 확충으로 아시아나항공은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6280%로, 전 분기(1387%)에 비해 4.5배 가량 증가했다. 또한 부채 규모도 전 분기 12조5951억원에서 13조241억원으로 4000억원 가까이 크게 늘어났다. 자본잠식률이 94%까지 치솟아 100% 완전자본잠식 위기를 눈 앞에 둔 상태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부채 규모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대부분 (항공기)운용리스 비용이 회계 상 부채로 잡힌 것이며 또다른 주요 배경은 국책은행으로부터 받은 1조7000억원의 금융지원이 부채로 잡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회계 상 수치와 재무구조 악화 수준에 다소 차이가 있다는 취지였다.

아시아나 항공기. 사진. 정혜원 기자
아시아나 항공기. 사진. 정혜원 기자

자본확충, HDC현산 인수 작업에 영향 미칠까 

이날 오전에 열린 아시아나항공의 임시 주총은 향후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의 인수 작업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HDC현산은 지난 9일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가 급증하고 추가자금 차입을 결정하는 과정을 공유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며 제동을 걸었다. 이에 채권단도 "재협상 조건을 제시하라"며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만일 HDC현산 측이 우선협상대상자인 자신들의 동의 없이 아시아나항공이 자본 확충을 추진해 인수 부담이 커졌다고 트집을 잡을 경우 재협상에 난관이 예상된다. 특히 채권단의 금융 지원이 부채비율은 낮출 수 있으나 사실상 빚으로 빚을 메우는 방식이므로 인수 후 늘어난 부채를 감당해야하는 건 인수자인 HDC현산 측이기 때문이다.

이에 HDC현산이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채권단과의 재협상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인수 포기’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여러 전망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HDC측이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듯하다”면서 “사실 손익계산을 따져보면 인수를 포기하는 것이 나은 상황”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예를 들어 10억원에 인수하기로 한 기업의 가치가 5억원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계약금이 1억원일 경우 계약금을 포기하는 것이 그나마 더 큰 손해를 줄일 수 있는 차선책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정관 변경에 따른 자본확충이 HDC현산과 채권단 간 협상에서 판을 물리는 빌미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미디어SR에 HDC현산 측 주장에 대해 “임시 주총의 경우 이미 공시에 따라 미리 정보를 제공하고 본사에 상주하는 HDC측 인수준비단에도 필요한 정보를 충실히 제공해왔다”며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HDC현산이 손을 털게 되면 이후 적당한 인수자를 찾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전방위적으로 위력을 떨치면서 쉽사리 인수 작업에 나설 기업도 없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재검토하게 될 경우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의 분리매각을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예상된다. 산은은 최근 ‘국정감사 결과 시정 및 처리 요구사항에 대한 보고서’에서 ‘아시아나항공 매각 과정에서 자회사 분리매각을 검토해볼 것’이라는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의 요구사항에 대해 “매각 무산시 다각적인 방안에 대해 검토해 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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