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김민영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이석주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AK가 구원투수로 발탁한 CEO. 지난 5월까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제주항공 대표이사로서 고군분투하다 이달 부로 애경그룹 지주회사의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올랐다.

평소 직원들과 허물없이 소통하는 것으로 유명하고,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조직 문화를 지향한다. 상무 시절에는 직원들의 책상 위에 인형 탈을 쓴 그와 함께 찍은 사진이 놓여 있을 정도로 직원들과의 소통에 거리낌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에서 '온몸 마케터'로 통했던 그는 신제품 출시가 임박했을 때 제품 콘셉트에 맞는 탈을 쓴 뒤 아침부터 본사 입구에서 직원들에게 직접 상품을 나눠줬던 일화도 유명하다. 또 자신의 BMW에 직접 상품 광고를 붙이고 다닌 일은 지금도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애경그룹의 경영 자문을 맡다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가 그에게 입사를 권유해 신규산업 혁신부문장 상무로 영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케팅 전문가답게 '에이지20's(에이지투웨니스)' 등의 히트상품을 내놓으며 채동석 애경그룹 부회장의 든든한 신뢰를 얻게 됐다.

이후 제주항공 감사, 애경산업 마케팅 화장품부문 전략기획실을 거쳐 제주항공의 마케팅 본부장을 역임했다. 제주항공 커머셜본부장을 맡은 뒤 2017년 11월 본격적으로 제주항공 대표로취임, 전문경영인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아 2년여 만에 지주사 대표까지 꿰찼다.

특히 항공업계가 사실상 ‘셧다운’ 상태에 놓인 가운데도 본인 및 임원의 급여부터 반납하는 등의 위기관리 능력과 리더십을 그룹 내에서 인정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전혀 새로운 환경에 놓인 그룹환경에 긴밀하게 대응하고자 이석주 대표를 선임하게 됐다”면서 “(악화된 항공사 업황에 비해) 사실상 승진이라고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애경그룹은 이석주 대표가 그룹과 제주항공 간의 공조를 강화해 애경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꾀하고 제주항공의 사업혁신을 이뤄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석주 대표는 1969년생으로 항공업계에서는 가장 젊은 CEO(최고경영자)로 통했으며, 역대 제주항공 대표 중 유일하게 마케팅 전문가라는 이색 타이틀을 갖고 있다. 개방적인 사고에 기반한 창의적 마케팅 감각이 강점으로 꼽힌다.

애경그룹에서는 마케팅 전문가로 꼽히지만 애경에 몸 담기 전에는 역대 제주항공 대표들과 마찬가지로 재무 전문가였다. 서울대 경영학과 88학번으로 미국 시카고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은 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서 4년간 근무했다. 이후 투자사 발모어 파트너스를 거쳐 가치투자 1세대로 꼽히는 V&S 자산운용에서 대표를 맡았다.

부모님이 한국 농구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분들이다. 부친이 이해병 전 농구협회 심판위원장이고, 모친은 농구 국가대표를 지낸 윤옥자 전 선수다. 배우자는 장윤영씨로 방위사업청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이사이자 애경그룹 부회장. 이석주 대표를 애경그룹으로 영입한 주인공이다. 제주항공의 성장 토대를 닦은 인물로,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사위이자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에겐 매제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딸 채은정과 결혼한 뒤 애경그룹에서 생활용품과 항공 부문의 주력사업을 이끌다가 지난해 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2016년 8월에 본격화한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책임 당사자다. 여러 차례 사용 물질의 인체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은 것을 이유로 처벌을 모면했다. 그러나 2018년 말 환경부가 유해성을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함에 따라 검찰의 재수사가 시작돼 재판이 다시 진행중이다.

안용찬이 부회장직을 내려놓은 배경으로 채형석 총괄부회장으로 승계 구도가 굳어진 상황에서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제주항공 측은 “안 전 부회장이 개인적으로 환갑이 되는 해에 퇴임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혀왔고 이를 그대로 실행에 옮긴 것”이라며 부인했다.

일각에서는 '사위의 한계'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다만 안용찬은 사위인 점을 당당하게 피력한 바 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사위라는 점이 기업 경영에 장점이 많다”며 “전문경영인은 아무래도 단기 실적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 오너 가족이다 보니 기업의 중장기 비전을 세워놓고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수도 있고 자리에 위협을 느끼는 등의 부분을 초월할 수 있다”고 솔직화법으로 얘기한 바 있다.

안용찬과 채형석 부회장 두사람은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과 안용찬이 결혼하기 전부터 이미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채 부회장은 그에 대해 “성실하고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보니 여동생의 남자친구가 되어 있었고 유학을 끝낸 뒤 애경으로 꼭 와달라고 청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용찬은 채은정 부사장의 외숙모와 같은 아파트에 살다 소개를 통해 채은정 부사장을 만났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석사(MBA) 과정 당시 잠시 한국에 들렀을 때 채 부사장을 만나게 된다.

와튼스쿨은 유수의 경영대학원 중에서도 세계 최고로 꼽히는 곳으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구본걸 LF 회장과 김대철 HDC현대산업개발 대표 등이 와튼스쿨 출신이다. 안용찬은 와튼스쿨 한국동창회장을 맡을 정도로 이 모임에서 중추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와튼스쿨에서 재무를 전공했지만 마케팅감각도 뛰어나 이석주 대표와 비슷한 면모를 보인다. 미국 폰즈에서 2년 동안 마케팅 전문가로 일했으며 애경산업에서도 1987년 마케팅 과장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안용찬은 그룹 내에서 ‘턴어라운드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1995년 애경산업 사장으로 취임한 뒤 적자를 내던 애경산업을 흑자로 돌려세워 많은 사람들이 그를 장영신 회장의 사위가 아닌 능력있는 전문경영인으로 평가한다. 특히 “1등 브랜드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지론으로 잘 알려져 있다.

취미는 독서와 골프다. 출장길에 오를 때는 물론 가까운 거리로 이동하거나 가족들과 나들이갈 때도 늘 책을 끼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인재교육 열의가 대단해 2007년부터는 독서경영을 내걸며 부회장 재직 당시 애경산업은 책값에만 연 1억원을 지출했다.

그는 “간부들이 공부하기 힘들어 회사 못다니겠다며 투덜거린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이 부분만큼은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며 “기업의 힘은 바로 사람에서 나오기 때문에 독서와 인재교육 만큼은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소신을 밝힌 바 있다.

채동석

애경산업 대표이사이자 애경그룹 부회장. 안용찬 전 대표와 함께 이석주 대표를 신뢰해왔다. 이달부터 이석주가 AK홀딩스 대표로 선임된 데는 채동석과 채형석 부회장의 신뢰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1964년생으로 성균관대 철학과를 졸업해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를 밟았다. 2006년부터 2017년까지 애경그룹 유통‧부동산개발 부문을 맡아 경영해왔다.

채동석은 애경그룹 총수 일가가 그렇듯 연애결혼을 했다. 그가 성균관대 철학과 3학년 때 미팅으로 만난 동갑내기 이정은 AK플라자 크리에이티브 전략실 실장(전무)과 만나 결혼했다. 이 실장의 아버지 이병문씨는 고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예편한 4성 해병대 사령관 출신으로 아세아시멘트 회장을 지냈다.

두 사람은 부부경영으로 애경그룹의 유통부문을 이끌기도 했다. 2013년 소비심리 둔화로 줄어든 유통 점포의 이익을 고급화 전략으로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부인인 이정은 전무가 크리에이티브 전략실장을 맡기도 했다. 크리에이티브 전략실은 기존 브랜드 전략실을 개명한 것으로써 유통 부문의 디자인 전략을 담당한다. 이 전무는 서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디자인 재원이고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프랜치 퓨전 레스토랑을 운영했을 정도로 인테리어와 트렌드에 대한 감각을 인정받아 왔다.

채동석 역시 '가습기살균제 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한 책임 당사자 중 하나다. 지난해 8월 말 서울시청에서 열린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채동석은 "피해자와 가족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이면서도 "판결이 나오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단서를 달아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애경산업은 유해성 논란이 일어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등이 포함된 가습기살균제인 ‘가습기 메이트’를 2001년부터 판매했다. 환경단체에 따르면 이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 가운데 사망자는 39명으로 옥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게다가 채동석은 지난해 10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부터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로 추가 고발당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브로커를 고용해 6000만원을 대가로 가습기살균제 피해 관련 조사와 소환을 무마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동석은 2018년 3월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출범 직후 대형 유통업체 부사장 A씨로부터 국회 보좌관 출신이자 대학 동문인 양모씨를 브로커로 추천받았다. 이어 그는 경찰 간부 출신이자 사참위 대응 총괄인 김모 애경산업 상무에게 양씨를 고용할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씨는 지난해 9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한편 채동석은 2019년 16억4100만원의 급여로 또 한번 눈길을 끌었다. 애경산업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60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3.5% 감소했다. 이 가운데 채동석은 애경산업으로부터 급여 11억원, 상여금 5억4100만원 등 총 16억4100만원을 지급 받았다.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이윤규 대표는 급여 3억4500만원, 상여1억5000만원,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이익 및 기타 근로소득 2억8500만 원 등 7억8000만원의 급여를 수령한 것과 대조를 보였다.

김이배

이석주 뒤를 이은 제주항공 대표 부사장. 이석주 대표를 도와 제주항공의 사업혁신을 이뤄낼 중책을 맡게 됐다.

김 신임 대표이사는 1965년생으로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러큐스대학교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했다. 아시아나항공 전략기획본부장(전무) 출신으로 항공업계 전문가다.

업계에선 김이배 대표 발탁에 대해 기존 LCC의 장거리노선 취항, 프리미엄 이코노미상품의 확대, 조인트벤처(JV) 등 풀서비스항공사(FSC)와 LCC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등 코로나19 이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쟁구도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인재영입으로 풀이하고 있다.

다만 김이배는 2018년 아시아나항공의 감사보고서가 외부감사인으로부터 ‘한정’ 의견을 받게 된 사태의 책임자 중 한 명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신속하게 재감사를 실시해 5일 뒤 ‘적정’ 의견을 받아냈으나 운용리스항공기 정비 충당금과 마일리지 충당금 등이 추가 반영되면서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0% 가까이 위축됐고, 당기순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이 사태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사태 책임을 위해 경영 퇴진을 선언하는 등 사실상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했다고 평가받는다.

그럼에도 김이배가 제주항공을 살릴 구원투수로 등용된 것은 그가 아시아나항공에서 재무전문가로 오랜 기간 근무해왔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이전 직장에서 일 처리가 명확하고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등 평판이 좋은 분”이라고 설명했다.

최규남

현 SK 수펙스추구협의회 부사장이자 전 제주항공 대표이사. 3번째 연임에 성공한 ‘최장수 제주항공 전문경영인’으로 불린다. 이석주가 대표로 선임되기 전 제주항공이 LCC업계 최초로 코스피에 상장하면서 제주항공을 명실상부한 LCC업계 선두주자로 끌어올렸다.

미국에서 공인재무분석사(CFA)를 취득한 투자전문가로서 과감한 외형확장과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제주항공을 국내 최대 LCC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인재무분석사는 경제학, 통계학, 재무제표와 주식의 분석과 평가, 포트폴리오 관리 등 투자에 관련된 모든 분야의 전문가다.

이러한 전문성을 내세워 애경그룹은 항공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최규남을 2012년 8월 제주항공 사장으로 발탁했다. 애경그룹으로선 위험이 따르는 결정이었으나 최규남이 취임하면서 제주항공은 원가절감과 매출 다변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다.

1964년 생으로 서울대학교 자원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공업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금융전문가로 한국씨티은행에서 기업금융부 부장을 맡았으며 미국 시트킴자산운용과 이스트게이트캐피탈에서 일하는 등 외국계 은행과 자산운용사를 거쳤다. 미국 월스트리트와 실리콘밸리에서 게임전문가로서도 경력을 쌓아 한국게임산업진흥원 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2018년부터는 SK 지주회사에 속한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글로벌사업개발 최고책임자로 임명됐다. 그의 빠른 의사결정과 신속한 실행력을 높이 산 것으로 보인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그룹 M&A 등 주요 현안의 '설계도'를 그리고 실제 M&A를 추진하는, SK그룹의 ‘브레인(뇌)’에 해당하는 조직이다.

영입 당시 아시아나 인수전이 임박하면서 그가 최고책임자로 임명된 것을 놓고 향후 SK그룹이 항공업에 진출하기 위학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왔으나 SK는 아시아나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았다.

다만 5일 SK동남아투자법인이 최근 에어아시아로부터 지분 10% 인수 제안을 받았다. 해당 지분 인수 가격은 총 3억3042만 링깃으로 한화 약 952억원 상당이다. SK그룹은 이에 대해 “확정된 바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이번 지분 인수 제안으로 SK그룹의 항공업 진출 가능성과 지분 투자를 검토 과정에서의 최규남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이사 사장. 이석주 대표가 임원으로 승승장구 하던 시기, 애경산업의 대표로 재직했다. 고광현 대표 시절인 2013년 애경산업은 ‘모녀팩트’로 불리는 화장품 ‘에이지20’s(에이지트웨니스)’를 기획해 대성공을 거뒀다.

고광현은 1984년 애경산업에 입사해 2017년까지 34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사장까지 올랐다.

그러나 지난 4월 말 가습기살균제 사건 수사에 대비해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확정 받았다. 2016년 2월 가습기살균제 사건 관련 검찰 수사에 대비해 애경산업에 불리한 자료를 숨기거나 없애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가습기살균제 사건 대응 방안'을 마련해 증거 인멸·은닉을 지시한 혐의에 대해 실형을 받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하드디스크에 구멍을 뚫거나 노트북을 교체하는 등 방식으로도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같은 해 10월 국정조사에 대비해 비밀 사무실을 마련하고 별도의 태스크포스(task force·TF)팀을 꾸려 애경산업 서버를 포렌식한 뒤 이를 바탕으로 국회에 제출할 자료를 정한 혐의도 있다. 이들은 국정조사 종료 후에도 관련 자료들을 잇따라 폐기하고 은닉했다.

1957년생인 고광현은 충남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애경산업에 입사해 청양공장장, 사업지원부문 상무, 지원부문 상무, 마케팅 전무 등을 거친 뒤 2010년부터 대표이사직을 맡았다.

이남호

V&S자산운용(Value & Special situations Investment) 대표. 이석주 대표가 애경그룹에 입사하기 전 함께 대표 직함을 달고 일했던 곳으로 국내 가치투자 1세대로 꼽힌다. 이남호는 이석주 대표와 서울대 경영학과 88학번으로 동기로, 함께 일하고 있는 이재원 대표도 같은 학번이다. 이석주, 이재원 대표까지 이들 3명은 미국에서 MBA를 딴 뒤 외국계 투자은행(IB)에서 일한 것도 모두 닮은꼴이다.

2006년 이남호는 가치(Value)와 특수상황(Special situations)이라는 투자철학을 기반으로, ‘고객 자산의 안정적 장기성장’이라는 지향점을 갖고 V&S자산운용을 설립했다. V(Value)는 가치투자를 지향한다는 의미이고, S(Special situations)는 기업의 특수상황(Events)을 분석해 투자기회를 찾는다는 의미다. 주식을 살 만한 특수상황이란 인수합병(M&A), 회사분할(spinoff), 사업구조조정(restructuring), 도산, 소송 같이 기업의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벤트를 뜻한다.

‘가치 투자’는 현재 기업이 보유한 내재가치가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저평가된 회사를 찾는데 집중하는 투자방법으로 최대한 많은 회사를 향후 미래 성장성과 견줘 투자 이익이 날 만한 회사를 찾아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계란을 최대한 많은 바구니’에 나눠 담는 투자 철학에 가깝다.

그는 기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특수한 상황에 주목해 투자를 결정하는 이벤트 드리븐(event driven) 전략으로 이름을 떨쳤다. 처음 주목받게 된 것은 현대건설 인수전에 참여했을 때다. 한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남호와 V&S투자자문은 당시 현대건설의 기업가치와 매각 가능성 등을 종합해 현대건설 주식을 매입하기로 결정한다. 결국 현대건설 투자로 50% 정도의 수익을 내는 대성공을 거둔다. 그후 이남호와 V&S투자자문을 소개할 때 '이벤트 드리븐 전략의 대가'라는 말이 수식어처럼 따라 붙고 있다. 파라다이스도 V&S투자자문이 특수상황에 주목한 투자로 쏠쏠한 수익을 낸 기업이다.

이남호도 유명한 와튼스쿨 출신으로 미국에서 공인재무분석사(CFA)를 취득한 재무전문가로 JP 모건, 씨티은행 등을 거쳐 모건 스탠리에서 Vice President(임원)으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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