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캠퍼스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증설, 한달 새 20조원 투자 계획

내년 하반기부터 평택캠퍼스 '꿈의 반도체 클러스터' 등극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삼성전자가 경기도 평택캠퍼스에 8조~9조원대 투자를 단행, 평택캠퍼스에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증설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로 ‘언택트(Untact, 비대면)’ 기술 수요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해 중장기 메모리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투자라고 밝혔다. 재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과감한 결단이 뒷받침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평택캠퍼스 2라인에서 낸드플래시 추가 생산을 위한 클린룸 공사를 시작했다고 1일 밝혔다. 클린룸은 먼지 등의 발생과 유입이 최소화되도록 제어되는 공간으로 반도체 생산을 위한 기본적인 환경이다. 클린룸 공사 후 설비를 확충하면 본격적으로 반도체를 양산할 수 있게 된다.

클린룸 공사가 완료되는 데는 통상 1년 정도 걸려 2021년 하반기 즈음에 라인을 가동할 계획이라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투자 및 재계에 따르면 이번 증설 투자는 8조~9조원대 규모일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이같은 대규모 투자는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결단 없이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이 부회장의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과감한 결정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급한 이재용, '초(超)격차' 껍데기 되지 않도록 공격적 투자

이재용 부회장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중국을 찾은 첫 글로벌 경영인이다. 이 부회장이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지난달 18일 중국 시안 낸드 공장을 방문한 것은 그만큼 삼성의 경쟁력이었던 ‘초격차’가 점차 좁혀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라고 해석할 수 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세계시장 점유율은 33.3%로 18년째 1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중국 칭화유니그룹 계열사인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가 올 연말 128단 3D(차원) 낸드플래시 양산 계획을 발표하는 등 삼성전자를 맹추격하고 있다.

한편 중국 정부는 미국의 제재로 인해 화웨이가 반도체 수급에 차질을 빚게 되자 자국 파운드리 업체인 SMIC에 약 3조원의 막대한 국고 펀드 자금을 투입했다. 업계에선 중국정부가 SMIC의 차세대 생산 시설인 상하이 반도체 공장을 사실상 국유화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이 현재 20% 정도인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 70%까지 올린다는 목표아래 삼성과의 격차도 점차 좁히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이 부회장은 최근 ‘초격차’ 확보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그는 지난달 6일 대국민 사과에서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어 중국 시안 공장을 방문해서는 “시간이 없다”며 “때를 놓치면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이 부회장의 위기의식과 선제 대응 전략에 따라 삼성전자는 지난달 21일 10조원을 투자해 평택캠퍼스에 EUV(극자외선) 파운드리 생산라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 부회장은 당시에도 “어려운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된다”고 역설했다.

#평택캠퍼스, ‘차세대 반도체 메카’로 육성

이날 삼성전자가 밝힌 낸드플래시 생산 라인 증설 계획까지 포함하면 삼성전자는 최근 한 달 새 평택캠퍼스에만 2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곧 평택을 파운드리부터 메모리까지 '차세대 반도체 메카'로 육성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5G,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같은 차세대 메모리 수요를 잡으려면 평택사업장에 더욱 적극적으로 선제적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 삼성의 판단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공장의 생산라인은 중국향 '보급형' 낸드로, 평택캠퍼스는 글로벌향 '프리미엄' 제품으로 차별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조성된 평택캠퍼스 1라인에서는 D램과 낸드를 양산하고 있어 2라인이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하면 EUV를 비롯해 D램, 낸드 등 '꿈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완성된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 최철 부사장은 "이번 투자는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메모리 초격차를 더욱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라며 "최고의 제품으로 고객 수요에 차질없이 대응함으로써 국가경제와 글로벌 IT산업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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