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퍼 집적도 ‘최고’ 회로 선폭은 ‘최소’…생산성 20%↑ 소비전력 20%↓

DDR5 적용시 속도 2배 이상 향상…원가·생산성 개선해 D램 지배력 강화

EUV(극자외선) 공정을 적용한 14나노 DDR5 D램. 사진. 삼성전자.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삼성전자가 5개의 레이어에 EUV(극자외선) 공정을 적용한 14나노(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D램을 양산한다. SK하이닉스 등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다시 벌리고, 메모리반도체 강자로서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의지가 드러난다는 평가다. 

삼성전자가 양산하는 14나노 D램은 4세대 10나노(1a)에 해당된다. 최고 수준의 웨이퍼집적도를 갖추면서 이전 세대 대비 생산성이 약 20% 향상됐고, 소비전력 또한 이전 공정 대비 약 20% 개선됐다. 

D램은 전세계적으로 표준화·규격화된 제품인 만큼, 사실상 회사 간 성능 차이는 크지 않다. 때문에 원가경쟁력을 지닌 업체가 시장 지배력을 가질 수 있다. EUV에 주목하는 이유다. 

통상 D램은 웨이퍼 위에 빛을 쏘아 미세회로를 반복해서 그려 넣는 노광 공정을 거치는데, 이러한 노광공정의 횟수를 줄일수록 원가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EUV는 기존 불화아르곤(ArF)보다 빛의 길이가 14분의 1 수준으로 짧기 때문에 회로를 더 촘촘하게 새겨 넣는다. 이에 따라 회로의 정확도가 올라가고, 회로를 새기는 작업을 반복하는 멀티패터닝 공정도 줄여든다. 

특히 삼성전자는 5개 레이어에 EUV를 적용함으로써 생산성을 극대화 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1개 레이어에 EUV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진만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2분기 콘퍼런스콜을 통해 “1개 레이어에 EUV를 적용한 15나노에서 원가 크로스가 이뤄졌으며, 5개 레이어에 EUV를 적용한 14나노에서는 원가 감소 폭이 훨씬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최신 DDR5 D램에 신규 공정을 가장 먼저 적용할 방침이다. DDR5는 최고 7.2Gbps의 속도를 지닌 차세대 D램 규격으로, 이전 세대인 DDR4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속도가 빠르다. 최근 인공지능(AI), 머신러닝 등 데이터 이용 방식이 고도화 되면서 데이터센터·슈퍼컴퓨터·기업용 서버 시장 등에서 고성능 DDR5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올 4분기부터 인텔이 DDR5 D램을 지원하는 신규 중앙처리장치(CPU)를 선보일 예정이라 교체 수요가 발생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성능과 수율(생산품 대비 양품 비율)을 동시에 끌어올려 DDR5 D램 주도권을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 이번 공정을 통해 단일 칩 최대 용량인 24Gb D램까지 양산키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경쟁사들도 EUV 공정을 활용하고 있지만, 자사는 공정 완숙도가 높은 만큼, 더 향상된 성능의 D램을 만들 수 있다”며 “차별화된 성능과 안정된 수율,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5G·AI·메타버스 등 빅데이터 시대에 필요한 최고의 메모리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업계 최초로 EUV 공정을 적용한 D램 모듈을 생산하며 메모리반도체에서도 EUV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공정 효율성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초격차 전략 중 하나였다. 

그러나 SK하이닉스가 지난 7월 EUV를 활용해 4세대 10나노(1a) D램 양산에 성공한 반면, 삼성전자는 하반기에 4세대 10나노 D램을 생산키로 하면서 ‘기술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를 의식한 듯 삼성전자는 업계의 불문율을 깨고 D램 회로 폭을 명확히 하거나 레이어 수를 밝히는 기술 마케팅을 강조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D램 미세 공정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D램 시장에서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옴디아에 따르면 D램 시장 규모는 올해 971억2300만달러(약 116조5000억원)에서 2025년 1171억4000만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D램에서 43.2%를 기록, 상위 3개 업체 중 유일하게 점유율이 상승했는데, 초격차 전략을 가속화할 경우 D램 시장 성장의 수혜를 톡톡히 볼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DDR5 기술이나 메모리 내부에 AI 엔진을 장착한 HBM-PIM 기술 등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기술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다”며 “생산성·원가경쟁력에서도 강점을 갖추게 된 만큼, D램 시장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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