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훈 편집국 부국장

[미디어SR 신승훈 부국장] 초격차, 초연결, 초협력. 지난해부터 기업들이 자주 쓰는 용어중 하나에는 어김없이 ‘초(超)’가 포함돼 있다. 산업전반을 관통하는 화두에 ‘초월(超越)’이 슬그머니 끼어든 모양새다. 과거 기업의 경쟁력이 경쟁자들과의 상대평가를 통해 이뤄졌다면 이제는 평가의 기준이 절대평가로 바뀐 것 같은 분위기다.  

실제로 ‘초(超)’의 개념을 활용한 기업들의 선언을 봐도 그렇다. 몇몇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자는 물론 외부 환경 악화까지도 초월할 수 있을 정도의 절대적 경쟁력을 강조한다. 이른바 ‘초격차’다.

정보화시대를 거치면서 일반화된 ‘연결’과 ‘소통’은 기술의 끊임없는 진화에 힘입어 ‘초연결’로 거듭나고 있다. 20세기 후반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시대를 거치며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협력’은 4차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면서 ‘초협력’으로 외연이 확장됐다.

기업들이 어느 순간부터 초월이라는 용어를 즐겨쓴다면 이유가 있다. 시장과 시대의 변화를 압축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표현을 갈구한 끝에 찾아낸 나름의 해답일 터이다. 한때 각종 마케팅 문구에 고정관념 등 한계를 넘어선다는 의미의 단어 ‘BEYOND’가 유행처럼 쓰인 적이 있다. 기업의 지향점이나 트렌드가 슬로건이나 구호처럼 표출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실제로 기업현장에서는 “긴 세월동안 약방의 감초처럼 쓰이던 ‘차별화’나 ‘경쟁력 극대화’ 같은 표현이 식상해져 고민이었는데 업(業)의 본질과 목표지향적인 뉘앙스를 함께 지닌 단어가 등장해 마음에 든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초(超)’가 시대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인 셈이다. '초월'의 생명력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임을 짐작케 한다.  

관건은 '무엇을 위한 초월이냐'다. 

20세기 후반 주창된 ‘위대한 기업’은 거대한 함의를 지니고 있다. 대차대조표상 성장뿐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모든 전략 안에 녹아 있어야 함을 웅변하고 있다. 이해관계자들과 공존하고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어야 비로소 '위대한 기업'이라 불릴 수 있다. 당연히 지속가능한 사회의 미래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이같은 핵심요소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음에도 ‘초월’을 꺼내든 기업들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초월을 외치는 기업이라면 ‘무엇을 위해 초격차와 초협력을 지향해야 하는가’, ‘사람은 물론 사물과도 연결하는 초연결시대의 삶은 인간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등에 대해 명확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들이 외치는 초월이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맞닥뜨릴 미래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시민으로서 초월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궁극적 목표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기업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한 급격한 경기침체를 체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위대한 기업, 혹은 초월적 기업이 되려 한다면 수많은 고민과 논의 끝에 전략을 세웠다 해도 그 근본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행여 본말이 전도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이참에 초월적 기업을 위한 동반자가 CSR이라는 점도 기업들이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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