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6월에 대한항공이 발행하는 영구채를 인수할 듯

대한항공 본사.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다음 달 대한항공이 발행하는 영구채를 인수하면 채권단은 2년 안에 약 10.8%의 대한항공 주식을 가질 권리를 갖게 된다.

산은과 수은이 인수하는 영구채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대한항공이 영구채를 상환하기 전에 산은과 수은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겠다고 결정하면 대한항공은 부채 상환채권단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한항공이 영구채를 조기 상환할 수 있는 시점은 발행 후 2년 이후고, 이들 채권단이 영구채의 주식 전환 여부를 결정하는 시점은 그보다 앞선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과 수은은 다음 주 초 내부 위원회를 열어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을 지원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채권단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대한항공 지원 방안의 실행을 위한 절차다.

채권단은 내부 위원회 승인 이후 대한항공과 재무구조 개선계획(자구안)을 토대로 특별 약정을 맺는다. 채권단은 앞서 항공사의 자구노력과 노사의 고통 분담, 고액연봉·배당·자사주 취득 제한 등 도덕적 해이 방지, 향후 기업의 정상화 이익 공유를 지원의 전제로 삼았다고 강조하면서 대한항공에 1조5000억원 이상 규모의 자구안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다만 채권단은 이번 지원에 대해 대한항공 사주 일가의 사재 출연은 제외됐다고 밝혔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대한항공이 올해 갚아야 할 금액은 회사채·자산유동화증권(ABS)·차입금 등 모두 4조원 정도다. 이 중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금액이 1조2000억원이다.

우선 채권단은 1조2000억원 가운데 주식전환권이 있는 3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인수하고, 200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또 화물운송매출채권 관련 자산유동화증권(ABS) 7000억원도 인수한다. ABS는 미래에 발생할 매출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을 말하는데, 채권단은 화물운송으로 발생하는 매출을 담보로 설정한 채권을 인수하는 것이다.

채권단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대한항공 지분 10.8% 정도를 확보해 대한항공 2대 주주로 올라설 수 있다. 현재 대한항공 지분은 최대주주인 한진칼이 3월 말 기준 29.96%(특별관계자 포함 시 33.35%)를 보유하고 있다.

영구채를 출자전환 할 경우 채권단은 대한항공 지분 10.8% 가량을 확보하게 돼, 모기업인 한진칼(29.96%)에 이어 2대 주주로 부상하게 된다. 국민연금의 대한항공 지분 9.98%(3월 말 기준)을 포함하면 정부 측 지분이 20%에 육박하게 된다. 업계에선 상황에 따라 자율적인 경영을 어렵게 만드는 부작용을 우려하지만 채권단과 정부는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이익공유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추가 필요 금액은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 등 자산 매각을 통해 확보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기내식과 항공정비(MRO) 사업 부문 매각 얘기도 나오지만 채권단과 대한항공 모두 매각보다 투자자 유치를 통한 자회사 형태로 사업을 이어나가는 방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한진칼, 자금 마련은?

한편 지난 14일 한진칼은 이사회를 열고 핵심 자회사인 대한항공의 유동성 위기 극복과 최대 주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한진칼은 30%대의 대한항공 지분율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를 위해서는 약 3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한진칼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연결기준 1412억원에 불과하다.

대한항공처럼 유상증자를 택하는 방식이 거론됐지만 업계에서는 한진칼이 경영권 분쟁을 우려해 유상증자를 피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등 ‘3자 연합’은 지난달 27일 기준 42.74% 지분을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은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을 비롯해 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 특수관계인, 델타항공, 대한항공 사우회, GS칼텍스 등을 합해 총 41.5%가량으로 지분 경쟁에서 현재 3자 연합이 앞선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진칼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현재로서는 자산 매각이나 자산 담보 대출 등을을 고려하고 있으나 아직 미정인 상태”라면서 “빠른 시일 내에 추가로 이사회를 개최해 유동성 위기를 넘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