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조원태 회장. 사진. 한진칼 제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한진칼은 14일 이사회를 열고 대한항공이 추진하는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유상증자 대신 한진칼 보유 자산으로 재원 마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진칼 이사회는 이날 자회사인 대한항공의 유동성 위기 극복과 최대 주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을 결의했다. 현재 한진칼이 보유한 대한항공 지분율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약 30%인 한진칼의 대한항공 지분율을 유지하기 위해서 약 3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연결기준 한진칼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412억원에 불과하다.

한진칼은 유상증자를 추진하지 않고 보유자산 매각 및 담보부 차입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매각과 차입 방안이 구체화되는 시점에 별도의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보유자산 매각이나 인수합병(M&A), 금융권 담보 대출 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해 전세계적으로 대다수 기업들이 현금성 자산 확보에 주력하고 있어서다.

한진칼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현재로서는 자산을 매각할지, 자산을 담보로 차입금을 확보할지 미정인 상태”라면서 “빠른 시일 내에 추가로 이사회를 개최해서 유동성 위기를 넘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에선 한진칼이 경영권 분쟁을 우려해 유상증자를 피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등 ‘3자 연합’은 지난달 27일 기준 42.74% 지분을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은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을 비롯해 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 특수관계인, 델타항공, 대한항공 사우회, GS칼텍스 등을 합해 총 41.5%가량으로 지분 경쟁에서 현재 3자 연합이 앞선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업계에서는 한진칼의 백기사인 델타항공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유상증자 참여 여부도 불투명하며 조 회장 모친인 이 고문과 조 전무, GS칼텍스 등도 한진칼의 유상증자 참여에 적극 나서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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