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LG화학 등 8개사
2019년 50대 기업 영업익, 2006년 수준으로 '후퇴'

픽사베이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매출 기준 국내 50위권에 36년간 자리를 지킨 기업은 8곳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한국 기업의 매출은 1984년 34.3조원에서 지난해 830.9조원으로 20배 넘게 성장했으나 2011년 이후 900조원대 문턱에서 고전하고 있다.

조직개발 전문업체 지속성장연구소(대표 신경수)는 ‘1984년부터 2019년까지 36년간 매출 50위 기업 분석’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조사는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에 의뢰해 이뤄졌고, 조사 대상은 지난 1984년부터 2019년까지 상장사 매출 상위 50위 기업이다. 금융 및 지주사 등은 제외했고, 매출 등은 별도(개별) 재무제표 기준이다.

1984년부터 36년 연속 매출 50위를 유지한 곳은 8곳으로 삼성전자(18년 1위→19년 1위), 현대자동차(3위→3위), LG전자(7위→6위), LG화학(10위→12위), 삼성물산(13위→14위), 대한항공(19위→20위), 현대건설(27위→23위), 대림산업(29위→32위)이다.

포스코와 한국전력공사(한전)는 상장 시점이 1984년 이후였지만 두 회사 모두 30년 넘게 매출 50위 클럽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료. 지속성장연구소

호텔신라, LG생활건강, HDC현대산업개발 등 3곳은 지난해 새로 매출 50위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호텔신라는 2018년 72위에서 45위로 수직 상승했고, LG생활건강도 66위에서 46위로, HDC현대산업개발도 87위에서 48위로 각각 20위, 39위씩 순위가 높아졌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1년 만에 매출 외형이 2조7935억원에서 4조2111억원으로 50.7%나 폭풍 성장했다. 외주주택 사업부문 매출이 1조9700억원에서 2조8600억원으로 크게 증가한 것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매출 TOP 10에도 순위 변화가 생겼다. 2018년 매출 상위 10위에 이름을 올렸던 LG화학은 2019년에 12위로 TOP 10 자리를 내줬다. 그 자리는 2018년 11위였던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꿰찼다.

한국조선해양(32위→54위), SK가스(46위→79위), 두산중공업(50위→53위) 세 곳은 2019년에 매출 50위 클럽에서 빠졌다.

삼성중공업도 4조 8000억 원대에서 7조 원대로 47.3%나 매출이 높아졌으나, 2년 연속 영업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해 다소 빛을 바랬다.

또한 대형 건설사들의 매출 하락률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대우건설(20.7%↓), 대림산업(20.6%↓), GS건설(19.5%↓) 등으로 2018년 대비 2019년에 평균 20% 정도 매출이 감소했다. SK하이닉스는 한 해 사이 매출이 37.2%(40.3조원→25.3조원)나 떨어져 조사 대상 기업 중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900조원의 벽 넘으려면 신성장동력 필요 

문제는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상위 50대 기업의 매출 성장이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50대 기업의 매출 규모는 2011년 801.2조 원을 달성하며 처음으로 800조 원대에 진입했다. 하지만 이후 8년 동안 900조 원대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국내 상위 50대 기업의 매출 덩치는 지난 1984년 34.3조 원에서 2019년 830.9조 원으로 36년 간 21.6배 성장했다.

하지만 2012년 이후 매출 외형 성장 흐름을 살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2011년 800조원을 넘긴 뒤 2013년까지 864.3조원으로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2013년 이후에는 다시 3년 연속 감소세로 돌아섰다. 2014년 845조원을 기록하더니 2015년 800조 이하로 떨어지고, 2016년에는 772.6조원을 기록했다.

사진. 지속성장연구소

2017년(835.9조원)과 2018년(872.9조원)은 다시 성장세로 전환했지만 900조원 벽을 돌파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지난해 2019년 매출은 2018년보다 34.5조원 감소한 830.9조원으로 4% 정도 매출 외형이 줄어들었다. 2015년과 2016년을 제외하면 작년 50대 기업의 매출은 사실상 2012년 이전 수준으로 회귀한 셈이다.

이는 곧 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지 못하면 매출 덩치를 키워내는 것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작년 영업이익 전년비 75%↓

상위권 기업들도 상황이 좋지 않다. 2019년 매출이 2018년보다 줄어든 기업은 상위 50개 기업 중 60%인 30곳에 달한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1%넘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50대 기업의 2018년 영업이익 규모는 87.7조원이었는데 2019년에는 33.6조원으로 한 해 사이 61.7%나 이익이 쪼그라들었다. 1년 만에 55조원의 이익이 사라져버린 셈이다.

사진. 지속성장연구소

여기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영향이 컸다. 두 회사의 2018년 영업이익만 해도 모두 64조원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6조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75%(48조원)나 감소한 것이 결정타였다. 매출 상위 50개 기업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포함한 28개 기업의 영업이익이 감소하거나 손실을 내다 보니 2019년 매출 50대 기업의 영업이익 규모는 13년 전인 2006년 30조원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오일선 CXO연구소장은 미디어SR에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의 반도체 업황이 전반적인 한국 경제 흐름을 주도한다”며 “다른 기업들의 매출이나 영업이익보다 두 기업의 매출 및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더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오 소장은 “두 기업이 국가 경제에 중대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국가의 흥망이 두 기업에 달려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와 관련해 신경수 대표는 “지난해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간판급 대기업들의 매출과 영업내실은 내리막길로 진입한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페달을 밟고 가야 하는 위험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들조차 하반기에는 생존을 위해 사업과 인력 구조조정은 물론 비용 감축을 위한 허리띠를 졸라매는 추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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