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유료화 시대의 2막⑤] 밤토끼가 잡혔습니다. 네이버, 다음, 레진코믹스 등 웹툰 사이트에서 연재되는 웹툰을 복제해 무단 게시하는 불법 사이트가 바로 밤토끼인데요. 웹툰 사이트에서 유료로 서비스하는 작품을 무료화해 사용자를 확보한 뒤, 도박 사이트 등에서 광고료를 받는 형태로 수익을 취한 이들이 경찰 조사를 받게 됐습니다.

웹툰 업계는 환호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들이 미국 등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바람에 정부 역시 손을 놓고 있었는데 거짓말 같이 그 꼬리가 잡혔습니다.

작가들도, 플랫폼들도 간만에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음악도, 영화도, 드라마 다시보기도 이제는 돈을 내야 하는 시대입니다. 웹툰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 입니다.

밤토끼의 검거를 계기로, 웹툰 업계는 '웹툰 콘텐츠도 돈을 주고 합법적으로 소비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고히 하려하고 있습니다. 웹툰의 유료화 없이는 더 이상의 산업의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합니다.

작가들은 지속적인 콘텐츠 창작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수익 보장이 필요합니다. 작가들에게 수익을 보장하는 플랫폼 입장에서는 적자 운영이 더 이상은 부담스러운 입장입니다. 소비자들이 더는 불법사이트를 기웃거리지 말고, 정당하고 합법적으로 웹툰을 소비해야 하는 산업의 구조입니다.

미디어SR이 작가들과 플랫폼의 이야기, 그 산업의 구조를 들여다보았습니다. [편집자 주]

이지은 누룩미디어 총괄PD. 구혜정 기자

언제 어디서나 즐겁게 볼 수 있는 만화, 웹툰. 스마트폰 사용률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웹툰도 우리 삶 속에 들어왔다.

웹툰 시장은 수년 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한국 웹툰 시장은 2011년 670억 원에서 2015년 998억 원으로 연평균 8.6% 성장했다. 2020년이면 약 1500억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이런 성장 뒤에는 불공정한 관행이 있었다. 플랫폼의 경쟁 심화 등으로 웹툰 안에서 곪아가던 문제들이 터진 것이다. 불공정 계약, 블랙리스트 등 웹툰계에 쌓여있었던 문제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빠른 성장이라는 화려한 겉모습 뒤에 존재했던 불공정 관행. 이를 바로잡기 위해 정부와 업계가 조금씩 나서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지은 누룩미디어 총괄 PD는 "웹툰 생태계가 건강하다고 말하기는 아직 멀었다"고 말한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의 누룩미디어에서 이지은 PD를 만나 웹툰 산업의 현재를 점검하고 앞으로 남은 과제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눠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지은 PD님이 소속돼 있는 누룩미디어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만화 작가들이 직접 만든 회사입니다. 윤태호, 강풀, 주호민 작가 등이 소속돼 있고요. 누룩미디어를 만들게 된 이유는 작가의 저작권을 보호해주기 위함입니다.

이전에 출판사가 있었을 때는 출판사가 작가들을 관리해줬는데, 웹툰으로 터전을 옮기니 작가들이 야생의 시장에 덩그러니 놓여 있게 됐어요. 정보가 부족한 개인이 업체와 공정한 계약을 맺기가 어렵고, 웹툰 자체도 저평가돼 있었고요. 그래서 작가들도 정당한 계약금을 받지 못하거나, 작가가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른 내용의 계약을 하는 불합리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작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에이전시가 누룩미디어입니다. 올해로 창립 9주년째예요. 작가들은 작품에 집중하도록 하고, 작품 외에 일어나는 2차 저작물 계약, 연재 계약, 외주 계약, 전시 등 비즈니스를 대리합니다. 저작권 침해에도 대응하고요. 

-웹툰 플랫폼과 작가의 상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은데, 플랫폼과 작가의 입장에서 서로가 필요한 이유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플랫폼은 콘텐츠가 없으면 운영이 안 되는 시스템입니다. 작가는 플랫폼이라는 작품을 공개할 수 있는 곳이 있어야 독자들을 만날수 있는 상황이에요. 작가는 플랫폼이 필요하고 플랫폼은 작가가 필요한 거죠. 어느 한 쪽이 이기적인 행동이나 욕심을 부렸을 때 상처를 상대방이 받을 수밖에 없고, 결국에는 본인한테 돌아올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작가들이 뭉쳐서 본인의 이익만 추구한다고 하면 플랫폼이 없어질 수도 있는 것인데, 그러면 작가에게도 손해가 되죠. 플랫폼도 자사의 이익만을 위해 작가들을 홀대하면, 결국 본인의 플랫폼을 작가들이 떠나가면 플랫폼에 위기가 찾아오는 긴밀한 관계입니다.  

-웹툰 생태계를 위해 작가와 플랫폼의 공존은 필요한데, 지금까지 왜 이렇게 불공정 이슈가 많았나요? 

웹툰산업 구조를 봐야 합니다. 자본을 확보하고 있는 포털사와 레진코믹스 등 웹툰 플랫폼은 구조가 다릅니다.

대기업이 아닌 웹툰 플랫폼은 구조적으로 연재료를 지급하는 만큼 수익이 발생하기가 힘들어요. 연재료가 매달 나가지만, 콘텐츠를 유지하는 것만으로 돈을 버는 게 아니잖아요. 웹툰 플랫폼은 트래픽에 따른 광고료, 배너광고, 유료판매 등으로 돈을 버는데 연재료 이상으로 수익 발생이 어렵습니다.

이런 이유로 플랫폼에서는 온라인 연재권만 가지고는 플랫폼을 운영하기 어렵다고 여겨요. 연재 외의 다른 권리를 가져올 필요가 생기는 겁니다. 영상화, 게임화 등 2차 저작물의 권리, 해외의 연재되는 권리까지도 가져와서 비즈니스를 해야만, 연재료를 어느 정도 충당할 수 있는 상황인 거죠.

포털이 아닌 웹툰 플랫폼들은 비교적으로 독자 풀이 많이 확보되지 않아 유료로 구독하는 독자도 적어요. 게다가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플랫폼의 존속을 위해 작가에게 드리는 연재료 그 이상의 권리를 원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작가 입장에서는 작품 제공했는데 왜 그 이상을 요구해? 라는 입장인 거죠. 플랫폼은 작품을 가져오는 것만으로는 플랫폼 생존이 조금 어렵다, 이런 충돌이 일어납니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거예요.

- 어렵지만 해결방안이 있을까요? 

플랫폼이 작가의 작품을 관리하는 등 에이전시 활동을 하는 것이 나쁘다고 보지는 않아요. 다만 플랫폼사들이 작가들의 모든 권한을 핸들링할 수 있게 되면 플랫폼이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작가의 처우가 휘둘리게 됩니다.

따라서 작가와 플랫폼이 분리가 되고, 그 중간에 공정한 에이전시가 있어 작가가 원하는 부분과 플랫폼이 원하는 부분을 잘 조율하는 게 필요하빈다. 작가는 개인이기 때문에 플랫폼이라는 업체를 상대로 불리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공정한 에이전시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불공정 계약이 이슈였는데, 작가 입장에서 계약할 때 이것만큼은 꼭 체크해야 한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작가들도 본인의 기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선 저작권에 대한 공부가 필요합니다. 창작자도 돈을 벌어야 창작을 할 수 있습니다. 돈을 벌려면 계약을 해야만 하죠. 매니지먼트사가 없으면, 작가 스스로가 계약서가 공정한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내 것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또, 계약의 목적이 무엇인지, 내가 그에 맞는 비용을 받았는지, 그에 맞는 권리와 의무를 업체에 줬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연재계약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2차 저작물 권리도 플랫폼에 넘긴 거면 불공정계약이 되는 거죠. 

- 이전보다 웹툰을 유료로 보는 콘텐츠라고 인식하는 분들이 많아졌는데요.

이전에는 웹툰이 무료로 볼 수 있는 콘텐츠라는 인식이 많았었죠. 그런데 모순적이게도, 한국 만화의 붐은 웹툰 무료화의 영향이 커요. 하지만 언제까지나 무료로 할 수는 없었죠. 다음, 네이버도 연재료는 매달 나가고 매출은 광고밖에 없는데, 무료로 콘텐츠가 이용되고 있으니 언제까지 무료로 해야 하나, 라는 고민이 있었고요.

선두주자인 네이버와 다음에서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죠. 영화처럼 만화도 돈을 지불하고 보는 콘텐츠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하는 미션이 생긴 거예요.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유료화를 도입했는데 이제는 조금씩 자리를 잡았어요. 이제는 독자들이 유료화를 납득하고 있으니까요. 

웹툰산업이 성장하고, 웹툰 유료화가 진행되면서 수십 개의 웹툰 플랫폼이 생겨났습니다. 웹툰 플랫폼의 경쟁이 심화됐다고 볼 수 있는데, 우려되는 점이 있나요?

유료화 모델의 가능성과 OSMU(하나의 콘텐츠로 영화, 소설,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로의 수익 창출의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2013년쯤 웹툰 플랫폼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됐어요. 우후죽순으로. 이런 상황에서 문제는, 유료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은 한정적인데 플랫폼이 너무 많아져 플랫폼들이 수익을 고루 가져갈 수 없는 환경이 됐다는 거죠. 

유료 시장이 19금으로 편중된 방향으로 가는 것도 문제입니다. 유료 수익을 내는 콘텐츠가 주로 19금이에요. 그러다 보니 플랫폼은 19금 만화를 원하고, 결국 장르가 편중되는 경향이 있어요. 유료만화는 야한 게 팔려, 라는 법칙이 있다 보니 작가들도 점점 19금을 더 많이 그리게 되고요. 

이런 방향이면, '한국 만화는 야한 만화만 있는 것 같아'라는 이미지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유해매체 지정 등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요. 지금 웹툰이 발전해야 하는 시점에서, 유료만화 정착이 다양한 장르가 아니라 19금으로만 특정되면 한국 만화 자체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봅니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19금이 수익이 높으니 19금을 찾아갈 수밖에 없어요. 어느 한 곳을 규제하는 등 단순한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이지은 누룩미디어 총괄PD. 구혜정 기자

-올해 큰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불법으로 웹툰을 게시하는 사이트 '밤토끼' 운영진이 잡히고 사이트가 폐쇄됐다는 것인데, 아직도 많은 불법사이트가 판치고 있습니다. 불법사이트가 웹툰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나요?

불법사이트 때문에 웹툰산업 모두가 죽을 수도 있어요. 

불법사이트가 있으면, 수익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플랫폼과 작가로 가는 게 아니잖아요? 불법사이트의 주인이 가져가는 거죠. 그러면 정당하게 비용을 써서 연재를 하고 있는 플랫폼도 죽을 수밖에 없고, 플랫폼에 작품을 공급하는 작가들도 연재하기가 어려워집니다.

불법사이트에서 웹툰을 보는 사람들은 내가 좋아하는 만화를 공짜로 보니까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결국 그 좋아하는 작가가 창작하지 못하도록 생태계를 죽이는 것과 같아요. 도둑 행위입니다. 소비하는 사람들도 내가 이렇게 소비하면 안 된다는 의식이 필요해요. 물론 만드는 사람들도 잡아야 하고. 

특히, 작가의 경우 연재가 끝나면 완결작의 유료 수익으로 먹고 사는데, 불법사이트로 만화를 보면 작가는 전혀 돈을 벌 수가 없습니다. 작가들은 3~6개월 연재를 위해 6개월 1년까지 작품 구상을 합니다. 그동안 생계 유지가 안 되면 만화를 더이상 만들 수가 없게 돼요. 불법사이트 때문에 만화 시장이 다 죽게 되는 거죠.

-최근 정부가 불법사이트를 잡고, 플랫폼의 불공정계약을 시정하는 등 창작자의 권리를 위해 많이 나서고 있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아무래도 개인인 작가들이 불리한 위치인 경우가 많은데, 이런 상황에서 국가가 제도적으로든, 어떤 방향으로든 지지해주는 기조가 무척 반갑습니다. 무척 필요했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건강한 웹툰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현재 내수시장은 작고, 경쟁은 심한 상황인데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잡음이 생기고 있는 상황이죠. 이 관계들이 안정화가 돼야 좋은 콘텐츠가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해나가야 할지 고민을 해야 하는데, 관계의 문제가 해결이 돼야 그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정부, 플랫폼, 작가가 모두 건전한 생태계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최근 작가들은 불공정계약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만화 생태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창작자 본인이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죠.

국가에서는 이런 창작자들을 지지해야 합니다. 또, 플랫폼들은 국가에서 시행명령 등을 했을 때 잘 따를 필요가 있습니다. 작품을 단순히 돈을 벌어오는 상품이 아니라, 작품으로 인정하고 창작자를 존중해 상생하는 태도도 갖춰야 하고요. 불법 사이트를 없애도록 함께 노력하기도 해야죠.

가장 중요한 미션은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죠. 또, 작가들이 앞으로 안정적으로 어떻게 수익을 얻을 것인가, 이는 시장이 해결해야 하는 미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웹툰 플랫폼이 많이 생겨나고, 산업에 돈이 많이 들어오면 문제가 생길 것이라 예상했어요. 만화의 생태계나 창자자 대우 등에 대해서는 생각 없이 산업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이 들어오고요. 그래도, 거품이 빠지면 안정화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 웹툰이 잘 되어가고 있지만, 여러 리스크들이 있어 자칫하면 도태될 수도 있어요. 만화가 질적으로 하락하거나, 창작 환경의 쇠퇴하거나 등이 그 예죠. 그럼 독자들도 안 찾게 되겠죠. 그런 갈림길에 있는 타이밍인데, 문제들이 잘 해소되면 웹툰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하지 않을까요?

[웹툰 유료화 시대의 2막①] 웹툰 20년의 역사, 1998년부터 2018년까지
[웹툰 유료화 시대의 2막②] 작가와 플랫폼이 말하는 웹툰 업계의 생태계
[웹툰 유료화 시대의 2막③] 웹툰 1조 시대, 다양해진 플랫폼별 전략
[웹툰 유료화 시대의 2막④]불법 웹툰사이트와의 전쟁 2라운드 돌입
[웹툰 유료화 시대의 2막⑤] 이지은 PD, "웹툰 불공정계약은 산업 구조에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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