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티가 운영하는 웹툰 플랫폼 케이툰. 케이툰 캡처

지난주, 웹툰업계에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KT가 운영하는 웹툰 플랫폼 케이툰이 작가들에게 기본 고료 없이 유료 수익만 배분한다는 내용이 SNS에 올라오면서다.

KT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웹툰 공급업체 투니드 엔터테인먼트에 지급하는 비용을 줄일 계획에 있고, 연재 중인 웹툰 수를 감축하는 등을 협의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 또 다른 파장을 몰고 왔다.

투니드 엔터테인먼트는 케이툰 웹툰의 90%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KT가 투니드 엔터테인먼트에 지급하는 운영 비용을 줄이면, 작가들의 수익이 줄어들거나 일부 작가가 연재 중단을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투니드 엔터테인먼트는 "작가들을 최우선으로 두고 케이툰에서 연재가 가능하도록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KT와 협의 중이며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우선 KT는 당장 7월에 시행하겠다고 한 운영 비용 감축 정책은 철회하기로 했다. 하지만 운영 비용 감축 기조를 바꿀 생각은 없어 보인다. KT는 그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운영 적자고 돈이 안 나오는데 어떻게 비용을 안 줄일 수 있겠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대로 작가들은 연재를 중단해야 하는 걸까? KT는 플랫폼으로서 웹툰 작가에 대한 책임이 없는 걸까?  케이툰의 '적자'가 KT의 면죄부가 되는 걸까?

케이툰 적자, KT의 책임은 없다?

케이툰 이전, 올레마켓웹툰이 있었다. KT는 2013년 7월 올레마켓웹툰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3년은 KT가 음악서비스, 웹툰서비스 등 콘텐츠 사업에 뛰어들던 시기였다. KT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업계 전체적으로 콘텐츠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 관련 서비스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그는 "새로운 영역을 전부 다, 어떤 콘텐츠든 서비스든 블루오션이니 깃발 꽂는 사람이 임자"라고 당시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업계의 흐름에 따라, KT도 다양한 사업군에 도전하면서 플랫폼의 영역을 확장했다.

초창기 올레마켓웹툰은 무료로 웹툰을 제공했다. 웹툰 서비스 자체로 돈을 벌기 위해서 웹툰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플랫폼으로서 우위에 서기 위해서였다. KT 관계자는 "이때는 새로운 플랫폼을 선점하는 업체가 가장 유리한 고지를 잡았었다. KT도 새로운 플랫폼 형태를 만들면, 처음엔 무료로 시작하더라도 나중에는 작가들이 찾아오고, 광고 수익도 날 것이라 예측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플랫폼은 주로 광고료로 돈을 벌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오래 머물러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소비자들을 잡아끄는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당시 KT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을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에 손을 뻗은 것으로 분석된다.

KT관계자는 "2013년, KT는 스마트폰 사용자를 주요 서비스 소비자로 여겼다. 모바일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웹툰이 들어간 것이지 웹툰으로 돈을 많이 벌려고 한 것은 아니라고 추측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플랫폼 시장은 녹록지 않았다. 올레마켓은 2016년 안드로이드 앱 시장 점유율 4% 언저리를 전전했다. 결국 2016년 6월 네이버앱스토어, T스토어, LG유플러스 U+스토어를 통합한 앱스토어 '원스토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다. 이와 맞물려 올레마켓웹툰도 2016년 8월 케이툰으로 바뀌었다.

올레마켓웹툰 자체의 수익성을 위해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이익이 없자 KT는 케이툰으로의 브랜드 혁신, 미리보기 서비스 제공 등의 전략을 펼쳤다. 그래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케이툰의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은 것이 작가 책임일까? 작가들은 케이툰이 적자가 난 이유를 "케이툰이 유료 수익이 날 만한 시스템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케이툰은 작가들이 더 수익이 높은 소장 구매 시스템을 원했는데도 대여 서비스만을 고집했다. 유료 전문 콘텐츠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지 않았다. 작가들은 "케이툰이 돈을 벌 생각이 있나 싶었다"고 말했다. 

결국, 공급업체에게 지급하는 웹툰 수급 비용을 줄이고 작가의 생계를 위협하는 현재 사태까지 오게 됐다. 

KT는 같은 실수를 저지른 전적이 있다. 십 년이 훨씬 지난 2004년의 일이다. 인터넷 포털사업자들이 본격적인 성장을 하던 2004년 KT의 자회사 KTH(구 하이텔)가 포털 서비스 파란닷컴을 시작하며 에이전트를 통해 5개 스포츠신문 콘텐츠를 시장 가격을 훌쩍 웃도는 금액으로 독점 계약을 체결하면서 논란이 있었던 일이 있다.

후발 주자로 포털 업계에 진출하면서 선발 주자들을 위협하는 킬러콘텐츠로 스포츠신문 콘텐츠를 독점 공급하며 사용자들을 모으겠다는 전략이었다. 시장은 요동쳤다. 기존 포털 사업자들은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비난을 쏟아냈고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사들은 시장의 변화에 다양한 반응을 내놓았다.

돌아보면 미디어 산업 변화에 파란닷컴 출범이 한몫한 셈이다. 이후 수많은 인터넷 기반의 연예,스포츠 매체들이 생겨났다. 2004년은 2018년 현재와 시장이 달랐다. 스포츠 뉴스와 연예 뉴스를 생산하던 곳은 스포츠 매체들이 거의 모든 콘텐츠를 생산하던 시기다. 지금처럼 종일 뉴스가 생산되지도 않았다. 오전에 전날 주요 이슈에 대한 기사가 나오고 난 후 점심 이후에 일부 뉴스가 나오는 식이다. 지금과는 다른 상황이었다.

그러나 포털 업계에 그 파란만장했던 파란닷컴은 존재하지 않는다. KT의 포털 플랫폼을 운영했던 KTH는 KT의 인터넷 서비스를 운영하고, 대행하는 회사로 존재하지만, 플랫폼인 파란닷컴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왜 14년이나 지난 해묵은 이야기를 하느냐고? 14년이 지난 2018년에도 KT는 야심 차게 운영하던 웹툰 플랫폼 케이툰의 운영문제로 시끄럽다. 운영 대행비용을 70% 삭감하면서 대행사뿐만 아니라 웹툰 플랫폼 케이툰에 속해있는 웹툰 작가들의 생계에 당장 문제가 생기는 등의 문제로 시끄럽고 복잡하다.

플랫폼을 설계하고 운영하면서 모든 사업이 성공하기란 간단하지 않지만 여러 작가의 삶에 영향을 주는 문제라면 경영상의 판단이라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사업을 벌이고 운영 주체인 작가들을 모아 서비스를 하는 것인데 작가들의 생계를 나 몰라라 하고 기계적으로 경영판단을 한다면 앞으로 KT의 콘텐츠 사업 파트너를 누가 하겠다고 할까.

유,무선 통신사업자이며 초고속인터넷 사업자, IPTV를 비롯한 통신사업과 비씨카드, 케이티스카이라이프, 케이티커머스, 케이티텔레캅, 케이티하이텔 등 34개 대형 계열사를 보유한 수많은 비즈니스 파트너와 생태계를 운영하는 책임 있는 사업자의 모습이 아니다. KT가 케이툰 운영 문제를 경영 효율 문제로 접근하는 것보다 사회적 책임 측면의 상생경영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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