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이 살려면 결국 '상생'이다
웹툰이 살려면 결국 '상생'이다
  • 권민수 기자
  • 승인 2018.02.17 19: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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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레진코믹스의 블랙리스트, 지각비, 늦장 정산 의혹으로 작가들이 시위에 나섰다. / 제공: 한국웹툰작가협회
지난 1월 레진코믹스의 블랙리스트, 지각비, 늦장 정산 등의 의혹으로 작가들이 시위에 나섰다. / 제공: 한국웹툰작가협회

작년부터 지금까지 웹툰계에서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는 과도한 지각비, 해외 수익 늦장 정산 등으로 계속 논란을 빚다 결국 자사에서 연재했던 작가를 고소하기까지 했다.

한 배를 탄 작가와 플랫폼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레진코믹스에서 <340일간의 유예> 등을 연재한 '미치' 작가와 익명을 요청한 국내 콘텐츠 플랫폼 운영자에게 레진코믹스 '갑질' 논란의 원인과 작가와 플랫폼이 상생하는 길은 무엇인지 물었다.

레진 '갑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미치 작가는 레진 '갑질'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를 '소통의 부재'로 꼽았다. 레진이 작품이나 운영에 대해 사전 공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플랫폼 운영자도 마찬가지로 레진과 작가의 소통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작가를 관리해야 하는 플랫폼과 작가의 입장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점을 서로 이해하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작가와 플랫폼이 제대로 소통하기 위한 체계는?

미치 작가는 플랫폼과 작가의 소통 창구가 되어주는 PD의 업무량이 적절해야 소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PD는 작품 발굴, 작품 케어, 작가 케어 등 양질의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전반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현재 담당 PD가 맡는 작품의 수가 너무 많아 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PD가 맡는 작가가 너무 많으면 작가들의 개별적인 요청사항을 듣기 힘들다. 결국, 작가와 플랫폼의 창구 역할을 다하지 못하게 된다.

미치 작가는 "담당 PD당 작가 40~60명씩 맡으면 현실적으로 (작품과 작가)케어가 불가능하다. 한 사람당 맡는 작가 수가 정해져 있어야 한다. 개별 담당 PD당 10개 정도의 작품을 맡는 것이 적당한 것 같다. 일본은 이보다 더 적다"고 설명했다. 

반면, 플랫폼 운영자는 PD의 업무량에 대해 "레진처럼 담당 PD당 40여 명씩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20명 정도가 제대로 소통할 수 있는 구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플랫폼의 '투명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작가들이 의문을 가지기 전에 플랫폼이 먼저 수익구조, 분배 등을 정확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플랫폼의 구조적인 문제가 상생을 방해하지는 않나?

네이버, 다음과 같은 포털과 달리 레진 등의 플랫폼은 유료 결제가 주 수입원이다. 그러므로 플랫폼이 매출이 적은 작가에게 투자하지 않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플랫폼이 매출에 따라 작가를 차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작가와 플랫폼의 상생을 방해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플랫폼 운영자와 미치 작가 모두 수익성이 낮은 작가도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플랫폼 운영자는 콘텐츠의 '다양성'을 강조하며 매출이 적은 작가여도 가능성이 있다면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세상에는 수많은 취향과 유행이 있으므로 지금 잘 팔리는 장르나 작품에만 집중 투자하면 다양성을 잃어 플랫폼이 지속가능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독자들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의 입장에서 콘텐츠의 다양성은 무척 중요하다. 플랫폼은 앞으로 다가올 다양한 트렌드를 대비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가능성은 있는데 수익이 적은 작품이라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미치 작가는 작품에서 금전적인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플랫폼 측에서 얻어가는 이득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플랫폼이 수익이 적은 '기다리면 무료' 작품을 연재하는 이유는 무료 작품을 통해 독자가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익이 안 나온다고 해서 플랫폼에 이득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미치 작가는 작품의 수익성은 플랫폼의 판매 노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플랫폼의 프로모션에 작품이 포함되면, 프로모션을 하지 않았을 때보다 몇 배로 매출이 뛴다. 반면, 프로모션에서 배제되면 그만큼 높은 매출을 달성하기 힘들어진다. 미치 작가는 "작품은 작가 혼자서 파는 것이 아닌, 플랫폼이 같이 파는 것이다. 역시 상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작가와 플랫폼이 상생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미치 작가는 "작가의 역할은 플랫폼과 함께 작품의 질을 높여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운영자도 "작가는 본인의 성공을 위해서 최대한 노력을 하고, 플랫폼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협동해야 한다"며 미치 작가와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또한, 미치 작가는 상생을 위해서는 "플랫폼이 작가를 동등한 사업관계자로서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플랫폼이 아무리 갑을 관계가 아니라고 말해도, (작가 입장에서) 전혀 동등하다고 느끼지 못했다. 플랫폼은 작가를 을이나 소모품이 아닌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함께 발전해나갈 수 있는 상대로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플랫폼 운영자도 마찬가지로 "작가와 플랫폼은 갑을 관계, 적대적 관계도 아닌 함께 먹고 살아야 하는 관계다"라는 의견을 내놨다.

또한 그는 "시장 내 존재하는 문제를 개선해나가는 것이 상생을 위한 플랫폼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현재 웹툰 시장에는 웹툰의 유료 연재분을 스캔해 무단 게시하는 불법 사이트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웹툰 인사이트에 따르면, 이 사이트로 인한 2017년 웹툰 시장의 피해는 1,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런 시장 내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플랫폼이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독자가 정당한 대가를 주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쪽으로 인식을 바꿔 시장 파이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 플랫폼이 이런 목표를 갖고 노력하는 것이 시장에 대한 투자이자 작가를 위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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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바라 2018-02-19 15:35:21
짧지만 알차고 좋은 기사네요. 독자 입장에서도 기다리던 작품이 플랫폼의 갑질때문에 연중되고 하는거 정말 짜증나고 화납니다; 작가님 생계도 걱정되고, 내가 왜 그것까지 걱정해야 하는건지 회의감도 들구요. 저는 그냥 좋아하는 만화를 읽고 싶을 뿐인데요. 결제는 독자가 알아서 할테니 플랫폼은 작가들 케어좀 잘 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