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측과 형제측 잇단 입장문 발표로 갈등 심화
오는 28일 한미사이언스 주총서 이사회 구성 두고 양측 표 대결
2대주주 형제 지지..국민연금 표심 관심
주총전 공개될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결과도 '주목'

(왼쪽부터)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 사진제공 = 각사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한미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 되고 있다.  OCI그룹과의 통합을 놓고 이를 추진한 모녀(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측과 이를 반대하는 형제(임종윤·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측이 연이어 성명문을 내고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한미사이언스 2대주주가 형제측을 지지할 것을 예고하면서, 이사회 구성을 놓고 양측이 표대결을 펼칠 오는 28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캐스팅 보터인 국민연금의 표심에도 관심이 모인다. 

25일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사장 측은 입장문을 통해 "한미사이언스 주식에 대해 한 번도 팔 생각을 해 본 적 없고, 앞으로도 그 어떤 매도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은 OCI에 주식을 매도해 지주사 경영권을 통째로 넘기고 본인 것도 아닌 주식을 보호 예수할 테니 형제의 지분도 3년간 지분 보호를 약속해달라고 했다"며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입장문에 대해 그 저의가 무엇인지 밝혀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날 임주현 사장이 낸 입장문에 대한 반박이다. 임주현 사장은 “OCI와 통합이 마무리되면 OCI홀딩스에 요구해 향후 3년간 한미사이언스의 주요 대주주 주식을 처분 없이 예탁하겠다”며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사장도 3년간 지분 보호예수를 약속해 주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한미사이언스 주가 하락의 원인이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식 대량 매각이나 담보 잡힌 주식이 시장에 나오는 '오버행' 이슈기에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서 이 같은 제안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임주현 사장은 이어 "오빠(임종윤 사장)와 동생(임종훈 사장)은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매각할 생각만 하고 있다”며 “지금의 상황이 (계속) 진행될 경우 조만간 오빠와 동생의 지분은 프리미엄과 함께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크고, 이는 그대로 한미약품그룹과 일반 주주들의 권익 침해로 직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장남인 임종윤 사장에게는 “무담보로 빌려준 채 돌려받지 못한 266억 원의 대여금을 즉시 상환해 달라”라며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하겠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OCI와 통합 후 중장기 주주환원책을 공개하겠다고도 말했다. 임주현 사장은 "지난 이사회에서 밝힌 당기 순이익 50% 주주환원, 중간배당 도입이 그동안 주가 하락의 손해를 보전하기 부족하다는 것을 반성한다"며 "(OCI와) 통합이 마무리되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이사회에서 일차적으로 자사주 취득 및 소각을 포함하는 적극적인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안건으로 올려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미그룹은 지난 1월 소재·에너지 기업 OCI그룹과 각 사 현물 출자와 신주 발행 취득 등을 통해 통합하는 계약을 체결한 이후 통합을 위한 절차를 거치고 있다.

'OCI 통합 반대' 2대 주주 지지 받은 임씨 형제...캐스팅 보터 국민연금 표심 관심 

이 같은 언론전은 오는 28일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양측이 이사회 구성을 두고 표 대결을 펼칠 예정이어서, 주주들의 표심을 잡기 나서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달 임종윤·종훈 사장은 한미사이언스 측에 본인 2명을 포함한 5명의 후보를 이사회 구성원으로 추대하는 주주제안을 했다. 이에 한미사이언스 측에서는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전략기획실장)과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을 포함한 6인의 이사회 후보를 냈다.

지분 차이가 크지 않아 격렬하게 대립 중이던 양측은 최근 2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임종윤·종훈 형제를 지지하면서 판세가 바뀌었다. 지난 2023년 말 기준으로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19.85%, 임종윤·종훈 형제가 19.32%를 갖고 있다. 한미사이언스 지분 12.15%을 보유 중인 신 회장은 OCI와의 통합이 발표된 이후 지금까지 침묵을 유지하다가 지난 23일 처음 공식 입장을 밝혔다. 신 회장은 故임성기 창업회장의 고향 후배로, 지난 2010년 임 회장의 권유로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 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현 경영진이 주도적으로 경영해 온 기간에 회사의 연구개발이 지연되고 핵심 인력들이 회사를 떠났으며, 주가도 상당히 하락했다"며 "한미약품그룹 사업과 연관성이 낮은 기업과의 경영권 거래는 회사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라기보다 해당 대주주들의 개인적인 이슈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안으로 이해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종윤·종훈 형제가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해 회사를 빠르게 안정시키는 동시에 후속 방안을 모색해 나가기를 바란다"며 "이 중차대한 과정에서 대주주 일가 모두의 참여와 관계 정상화도 함께 이루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2대주주인 신 회장의 지지를 받음에 따라, 모녀측과 지분 차이가 10%대로 벌어지면서 주총 표결에서 유리해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남은 국민연금(지분율 7.66%)과 소액주주(20.5%)들의 표심에도 관심이 모인다. 다만 최근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한미사이언스 주총 안건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면서 실제 투표전까지는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기에 국민연금이 이번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선 중립 의견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며 "특히 소액주주들의 경우 막판까지 표심을 알 수 없기에 결과를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총 전 '신주 발행금지' 가처분 결과도 관심..OCI통합 제동 걸릴까

주총 전에 발표 될 임종윤 사장이 지난 1월 법원에 제기한 '신주인수권 발행 무효' 가처분 신청 결과도 주목된다.

임종윤 사장은 지난 1월 한미사이언스가 OCI홀딩스에 유상증자 형태로 일부 지분을 넘기기로 한 것이 무효라며 수원지법에 신주 발행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했다. 임 사장 측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이뤄진 3자 배정 유상증자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OCI가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예정대로 이전 받지 못하게 돼 통합에 제동이 걸린다. 반대로 법원이 이를 기각하면 통합에 명분을 얻는다. 앞서 두 차례 심문에서 양측은 한미사이언스의 경영권 분쟁 상태 여부와 신주 발행 목적, 주주권리 침해 여부 등을 놓고 팽팽하게 맞섰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가처분 결과가 받아들여지면 이는 한미그룹과 OCI의 통합이 법적으로 주주가치훼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판명 나는 셈"이라며 "소액주주나 국민연금의 표심에 영향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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