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완·차파트너스 총공세.. “지연공시 주주피해”
금호석화 “민사소송 건으로 봐, 다른 의도 없어”
또 불거진 이사회 독립성...소액주주·국민연금 표심 관심

서울시 중구 금호석유화학그룹 사옥. / 사진=금호석유화학그룹
서울시 중구 금호석유화학그룹 사옥. / 사진=금호석유화학그룹

[데일리임팩트 최태호 기자] 오는 22일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박찬구 금호그룹 회장과 조카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전 상무와 손잡은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의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거래소가 금호석화에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하며 관심이 모인다. 기존에 논란이 된 이사회 독립성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소액주주 표심에도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 14일 금호석유화학에 재판 과정 지연 공시에 따른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했다. 금호석화는 오는 25일까지 이의제기에 나설 수 있다. 만약 불성실법인으로 지정되면 벌점에 따라 △거래정지 △관리종목 지정(누적 시 상장적격성 심사 진행) △제재금 부과 등의 조치를 받을 수 있다.

박철완 전 상무는 지난 2022년 6월 금호석화를 상대로 OCI와의 주식 매매계약을 무효로 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이를 각하하며 현재 항소심이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금호석화는 이같은 내용을 공시하지 않다가 최근 거래소가 해당 소송이 경영권분쟁 관련 건이라는 의견을 제시하자 뒤늦게 공시했다.

(좌측부터)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전 상무와 박찬구 금호그룹 회장 / 사진편집 = 데일리임팩트
(좌측부터)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전 상무와 박찬구 금호그룹 회장 / 사진편집 = 데일리임팩트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공시가 지연된 이유로 “2022년 당시 내부 법률 검토로는 해당 사건을 공시가 필요한 경영분쟁 건이 아닌 민사소송 건으로 봤다”고 해명했다.

차파트너스운용과 박 전 상무 측은 이번 지연 공시를 지적하며 총 공세에 나섰다.

차파트너스는 입장문을 통해 “금호석화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면 회사와 주주의 피해로 이어진다”라며 “지연 공시는 경영권 분쟁이라는 점을 부인하고 추가적인 자사주 처분 포석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주의 피해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이를 의도적으로 공시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금호석화의 자사주는 524만주(18%)다. 차파트너스는 앞서 금호석화(박찬구 회장측)가 경영권 보호를 위해 자사주를 장기간 소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바 있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2022년 법정공방이 시작됐을 당시에 관련 보도자료를 내보낸 바 있다”며 “경영권분쟁을 숨기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당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다만 이번 지연공시로 소액주주들의 마음은 더욱 돌아섰을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독립성 문제가 다시 불거졌기 때문이다. 금호석화는 앞서 지난 2021년 OCI와 자사주 일부를 교환하는 건을 이사회에 제안했다. 해당 안건은 사외이사 7명을 포함 이사회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차파트너스는 “금호석화의 현 이사회 의장인 최도성 후보는 OCI 자사주 처분을 찬성해 해당 소송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총수일가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한 의사 결정을 하는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도 최도성 후보에 대해 “배임행위를 저지른 박찬구 회장 복권에 찬성했다”며 “OCI 상호주 교환이 주주권익을 침해함에도 찬성해 이사회 감독책임을 소홀히 했다”고 평가했다.

현재 차파트너스 측은 박 전 상무로부터 주주제안권을 넘겨받고, 김경호 후보의 감사위원 선임 건을 제안했다. 금호석화 측은 최도성 후보를 감사위원으로 제안했다. 양측 안건들 중 한 안건이 가결되면 자동으로 나머지 안건은 폐기된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12월말 기준 박 회장측 지분은 15.9%로, 조카인 박 전 상무와 차파트너스 측 지분은 10.78%로 차이가 크지 않다. 소액주주 지분은 50.31%다. 특히 해당 안건의 경우 3%룰(특수관계인의 지분과 대주주의 지분을 최대 3%까지로 제한)이 적용돼, 소액주주 표심이 가장 중요하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운용 본부장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TWO IFC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자사주 소각 주주제안을 발표했다. / 사진=박민석 기자
​김형균 차파트너스운용 본부장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TWO IFC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자사주 소각 주주제안을 발표했다. / 사진=박민석 기자

금호석화는 지난 6일 3년간 자사주 절반(공시 당시 1290억원 규모) 소각을 약속하며 소액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다만 차파트너스측이 100% 자사주 소각을 제안한 뒤의 결정인데다가, 나머지 절반을 제3자 매각할 가능성도 나와 표심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민연금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 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국민연금(9.08%)은 박 회장과 박 전 상무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금호석화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22년에는 박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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