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사측안 통과...사외이사 감사위원 최도성 후보자 선임
국민연금 주주제안 반대...자사주 소각 소식에 소액주주 표심도 움직여
[데일리임팩트 최태호 기자]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손을 잡은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의 '조카의난'이 완패로 마무리됐다. 주주제안 안건이었던 자사주 100% 완전 소각안과 김경호 사외이사 선임 건은 큰 표차로 모두 부결됐다.
금호석유화학은 22일 오전 서울 중구 시그니쳐타워에서 제47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오전 9시에 예정됐던 주주총회는 위임장 확인이 늦어지면서 1시간 이상 지연된 10시6분에 시작됐다. 의결권 있는 주식 중 위임 포함 74.3%가 이날 표결에 참여했다. 박찬구 금호그룹 회장과 박철완 전 상무는 모두 주총 현장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을 둔 표대결은 박 회장 측의 승리로 돌아갔다. 최도성 후보는 찬성 76.1%, 김경호 후보는 찬성 23%로 박 전 상무는 이사회 진입에 실패했다.
이날 주총장에서는 감사위원 선임 표결을 앞두고 차파트너스와 사측 간의 고성이 오갔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은 “현재 이사회가 독립적이지 않다"며 "이사회 독립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최도성 후보자가 아닌 김경호 후보자에게 표결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장을 맡은 백종훈 금호석화 대표이사는 “주주제안을 한 후보자에 대해서만 언급해달라”면서 “의안과 관련 없는 내용을 계속 말한다면 주총 진행을 방해한 걸로 알고 발언을 중지시키겠다”고 경고했다.
해당 안건은 3%룰이 적용됐다. 3%룰은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출 시에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최대 3%까지로 제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해당 안건 통과 여부에 소액주주의 표심이 가장 중요한 변수로 꼽혔다. 사측이 자사주 50% 소각안을 주총 전에 내놓으며 소액주주 표심이 움직인 것으로 풀이된다.
자사주 소각 및 정관변경 안에 대해선 차파트너스와 사측의 별다른 공방 없이 각 안의 제안 취지만 간략히 언급하며 곧바로 표결이 시작됐다.
사측 의안인 자사주 50% 소각안은 찬성 74.6%, 주주제안인 자사주 100% 소각안은 찬성 25.6%로 사측 안이 통과됐다. 주주제안이었던 정관 변경안(주주총회 통한 자사주 소각 가능)은 자동 부결됐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남은 자사주는 중장기 투자 재원, 주주환원 등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면서도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총은 박 회장의 조카 박 전 상무가 지난 2021년부터 이어온 경영권 분쟁으로 주목받았다. 박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은 15.9%, 박 전 상무 측 지분은 10.75%로 비슷해 외인투자자를 비롯한 소액주주(50.31%)와 국민연금(9.08%)의 표심이 표결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민연금은 전날 수탁책임위원회를 거쳐 의결권 행사 방향을 발표했다. 국민연금은 차파트너스운용이 제안한 △정관 변경(주주총회 통한 자사주 소각 가능) △자사주 100% 소각 △김경호 후보 사외이사 선임 등 3건에 모두 반대했다. 사측이 제안한 △자사주 소각 50% 소각을 위한 정관 변경 △최도성 후보 사외이사 선임 건에는 찬성표를 던졌다. 다만 이사보수한도액 승인 건에 대해서는 보수한도 수준이 과도하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사내·외이사 선임, 재무제표승인 건 등 사측이 제안한 7개 안건이 모두 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