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정관개정·배당 두고 공방 가열
1% 지분차에 "일반 주주 표심 잡아라"
소액주주연대 고려아연-행동주의펀드는 영풍편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 고문. 사진편집 = 데일리임팩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 고문. 사진편집 = 데일리임팩트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다음달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측의 표대결이 예정된 가운데 양측 모두 일반 주주들의 표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양측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차이가 1%에 불과한 상황이기 때문으로 이미 일부 소액주주와 행동주의펀드에서는 공식적으로 어느 한쪽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최씨일가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최 회장 및 특수관계인(15.43%), 우호세력인 현대차그룹(5%) 등 약 33%이며 장씨 일가는 영풍(25.15%)과 에이치씨 등 영풍그룹 계열사를 포함해 32% 수준의 지분을 갖고 있다. 

정관 개정·배당 두고 반박에 재반박..여론전 심화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려아연과 영풍은 잇달아 주총 관련 입장문을 내놓으며 상대측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양측은 정관 개정과 배당 안건을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고려아연은 최근 주총 안건으로 신주인수권 제3자 배정 대상을 외국 합작법인에만 허용하는 기존 정관을 변경해, 국내 법인에도 유상증자를 허용하는 방안을 올렸다. 또한 주당 배당금 5000원의 안건도 상장했는데 이는 전년 보다 주당 5000원줄어든 수준이다.

이에 최대주주인 영풍은 반대 의견을 표하며, 주당 1만원의 배당 요구와 함께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를 공시하는 등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요청하면서 표 대결을 선언했다.

영풍은 입장문을 통해 고려아연의 정관 개정이 경영진 개인의 사익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고 배당 축소로 주주이익이 훼손될 수 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기존 정관의 신주인수권 관련 제한 규정을 삭제해 사실상 무제한적 범위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라며 “이는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현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정관 개정을 통한 주주가치 훼손 의도는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은 반박문을 통해 "현행 표준정관에 따라 상법, 자본시장법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개정하는 것"이라며 상장사 97%가 실시하고 있는 상법상 표준정관에 맞추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3자 배정을 통한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 배제는 경영상 목적 달성에 필요한 경우로 제한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기에 주주 신주인수권이 제한되거나 불리해지는 사정은 특별히 없다"고 일축했다.

정관 개정 목적을 두고도 양측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영풍 측은 “동업 관계로 정관 작성 당시 양사의 경영진이 합의 하에 만든 정관을 한 쪽이 일방적으로 개정하려 하는 것은 비즈니스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가치인 약속과 신뢰를 깨트리는 행위”라는 입장이다.

이에 고려아연은 “영풍 경영진이 ‘독립경영 체제’라는 동업자 간 불문율을 깨뜨리고 경영에 간섭하는 등 신의를 져버린 것”이라고 받아쳤다.

배당 관련해서도 입장이 갈리고 있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율이 76.3%로 전기(50.9%)보다 높아졌다고 주장하지만 시가배당률로 따지면 2021년 3.75%, 2022년 3.54%, 작년 3.00%로 감소 추세”라고 지적했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영풍이 제안한 주당 1만원 배당으로 높이면 자사주 취득·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율이 96%에 육박하는 수준"이라며 "고려아연 주주 권익이 아니라 배당금이 없으면 만성적인 적자구조를 탈피할 수 없는 영풍 경영진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소액주주연대 "주주환원 모범사례” VS KCGI운용 "주주가치 희석..반대표 던질 것" 

양사가 여론전을 펼치는 이유는 표 대결을 앞두고 우호세력을 끌어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양측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1% 차이를 보이고 있어 결국 다른 주주들의 표심을 잡는 것이 안건의 가결과 부결을 가를 전망이다. 이 가운데 양측의 지원군도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액트는 지난 26일  고려아연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액트 운영사 컨두잇의 이상목 대표는 "고려아연은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나오기 전 2019년부터 자발적으로 주주환원에 힘써왔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며 "우리가 찾던 그 모범사례가 여기 있었다"고 평가했다.

반면에 행동주의 펀드 KCGI자산운용은 영풍에 찬성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고려아연측에 따르면, KCGI운용은 0.1% 미만의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KCGI운용은 측은 지난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들이 투자 기업 중 주주환원율·자기자본이익률(ROE)·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이 기준에 미달하는 곳에 대해 주총 안건에 적극 반대의사를 행사하는 의결권 행사 기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기준을 내달 있을 고려아연 주총에서 적용하겠다고도 덧붙였다.

KCGI운용은 "정관 변경으로 인해 일반 주주 가치의 희석이 우려된다는 점을 들어 반대 의견을 행사할 예정"이라며 "주당 배당금과 관련해서도 1만원을 제안한 영풍 측 안건에 찬성하는 등 주주환원 측면에서 일반 주주에 유리한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배당액이나 제3자 유상증자에 대한 해석은 주주들의 기준이나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고려아연과 영풍의 신경전은 주주총회가 다가오면서 더욱 격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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