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배당 놓고 최윤범 회장 측-장형진 고문 측 표대결
장씨 "고려아연 배당 더 높여야" VS 최씨 "과도한 요구"
실적·주가 방어 못한 최씨일가..표심 잃을까

고려아연 사옥 전경/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 사옥 전경/사진=고려아연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고려아연의 오는 3월 19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공동창업 가문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장형진 영풍 고문 측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고려아연 배당 규모를 놓고 두 창업 가문이 전면 충돌한 가운데 정기주총에서 표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공동창업 75년 만에 표대결 조짐.. 사건의 재구성

고려아연은 재계 30위 영풍그룹의 주력사다. 영풍그룹은 1949년 장병희·최기호 두 창업자가 공동 창업해 장씨와 최씨 가문이 3대째 공동 경영을 이어 가고 있다.

장씨 일가는 (주)영풍을 비롯한 전자 계열을, 최씨 일가는 세계 1위 아연 제련업체인 고려아연을 포함한 비전자 계열을 경영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최기호 공동창업자의 3세인 최윤범 회장 취임 후 신재생에너지, 2차전지 소재 사업 등의 신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장씨 일가와 이견이 생기면서 지분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최 회장이 2022년부터 고려아연 지분을 늘리면서 장 고문도 지분을 공격적으로 매입하고 있는 것. 원래 지분은 장씨 일가가 더 높았지만 매출은 최씨 일가가 맡은 고려아연이 압도적으로 높다. 고려아연은 영풍그룹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영업이익의 80% 이상을 내는 알짜 계열사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고려아연의 계열분리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매출 9조7045억 원, 영업이익을 6591억원을 올렸다.

최 회장이 지난해 현대차, 한화의 외국법인 등을 백기사로 끌어들이면서 지분율을 높여 최근 양측 지분율이 역전됐다.  

지난해 12월 기준 최씨일가 지분은 최윤범 회장 및 특수관계인(15.43%), 우호세력인 현대차그룹(5%), 한화H2에너지USA(4.75%), LG화학(1.87%), 한국투자증권(0.76%) 등 약 33%를 보유 중이다.   

장 씨 일가는 영풍(25.15%), 장형진 고문 및 특수관계인(6.95%), 에이치씨 등 영풍그룹 계열사를 포함해 32% 수준의 고려아연 지분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양측의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아 약 8%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전쟁의 서막...고려아연 배당의 오해와 진실은?

간소한 지분 차이를 보이던 양가가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이게 된 배경에는 축소된 배당에 있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19일 공시를 통해 2023년 배당금으로 주당 5000원을 결정했다. 중간배당 1만원을 포함하더라도 1만5000원으로, 이는 지난 2022년(2만 원)보다 5000원 줄었다.

줄어든 배당에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은 그 다음날 소액주주 등에게 의결권 위임과 반대표 행사를 요구하면서, 사측이 배당을 전년과 동일한 주당 1만원으로 수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영풍은 입장문을 통해 "고려아연은 충분한 배당 가능 이익잉여금(약 7조3000억)과 현금성자산 등(1조5000억)을 보유하고 있어 (배당)자금이 충분하다"며 "주가가 반등하지 않는 상황에서 주당 배당금을 줄이면 주주들의 실망이 커져 주가가 더욱 하락할 위험이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어 "고려아연 측은 배당과 관련해 보통주 5000원의 현금배당을 제안했으나, 영풍은 주주분들께 작년과 같은 수준의 이익배당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통주 1주당 금 1만원을 배당하는 내용의 수정 동의 안건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배당 뿐 아니라 지난해 실시한 자사주 소각을 포함하면 주주환원율은 오히려 높아졌으며, 영풍 측이 과도한 주주환원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 측은 "2023년 기말배당 5000원에 중간배당 1만 원과 1000억원의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율은 76%가 넘고 지난해(50.9%)에 비해 훨씬 높아진 상황"이라며 "주주환원 총액도 4027억원으로 2022년 주주환원 총액(3973억원)과 비교해 오히려 높은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영풍이 제안한 기말배당 안 주당 1만원은 배당성향 77.1%에 해당하며 이 경우 자사주 취득·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율이 96%에 육박하는 수준"이라며 "고려아연 주주가 아니라 고려아연 배당금이 없으면 만성적인 적자구조를 탈피할 수 없는 영풍 경영진을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분율 '막상막하'.. 최 씨 33% vs 장씨 일가 32% 주총서 격돌  

배당에 대한 양측의 의견이 갈리면서 양 일가는 다음 달 정기주주총회에서 첫 표 대결에 나서게 됐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고려아연 지분은 최 씨 일가 33.2%, 장 씨 일가 32.0%, 국민연금 8.5% 소액주주 26.3% 등으로 구성됐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 고문. 사진편집 = 데일리임팩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 고문. 사진편집 = 데일리임팩트

최씨 일가는 과거부터 2차전지·수소 관련 사업협력을 이유로 현대차와 한화 등 국내 주요기업들과 제3배정 유상증자 및 자사주 교환·매각으로 우호지분을 확보해왔다.

일부 매체에서 최씨 일가 우호세력으로 지난해 공모펀드와 ETF(상장지수펀드)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을 매입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언급되긴 했으나, 트러스톤 측에 확인 결과 보유 지분도 미미하고 최씨 일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씨 일가도 영풍그룹의 자회사를 통해 주식 매입을 통해 지분율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있다. 장 고문은 계열사 씨케이, 에이치씨, 시네틱스, 코리아써트, 영풍전자 등을 통해 지난해만 약 1950억원의 고려아연 지분을 매입했다. 지난해 고려아연으로부터 받은 약 1500억원의 배당금을 전부 지분 매입에 사용한 셈이다.

실적 부진·주가 방어 실패한 최씨 일가..국민연금·소액주주 외면하나 

현재 두 일가의 지분 차이가 근소하기에 표 대결에 나설 경우 30%에 달하는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표심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주주들이 최씨 일가가 아닌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장씨 일가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씨 일가가 이끌고 있는 현 고려아연이 부진한 실적과 주가 방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실제 고려아연의 지난 2023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13.5%, 28.3%씩 감소했다. 당시 고려아연 측에서는 국제 아연 가격 하락과 수요 둔화, 전기료 인상 등 비용 상승에 따른 실적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부진한 실적에 따라 지난 2023년 2월 60만원대였던 주가는 현재 40만원대로 떨어졌으며, 26일 종가 기준으로 1년간 고려아연의 주가는 28% 하락했다. 이 같은 주가 하락세에도 사측의 주가 방어를 위한 노력은 지난해 11월 1000억 원의 자사주 소각, 단 1차례만 이뤄졌다.

한 소액주주는 게시판을 통해 "주가, 배당, 실적 3가지 모두 지키지 못한 고려아연 경영진에 문제가 있다"며 "최 씨 일가는 경영권 분쟁에만 신경 쓰고 주주가치제고는 뒷전"이라고 비판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주주 입장에선 결국 주주환원과 주가 상승이 경영진들에게 바라는 것"이라며 "이 관점에서 본다면 최 회장 측에서 소액주주로부터 표를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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