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행주펀 3곳 주주활동 '21% 상승'
주주환원확대·지배구조개선 등 요구
"보유 계열사 지분보다 기업가치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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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서초사옥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 서초사옥 전경. /사진=삼성전자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사인 삼성물산이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해외 행동주의 펀드들의 집중공세를 받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주활동에 따라 최근 주가도 크게 올라 삼성물산과 행동주의 펀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근 두달간 3곳(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 팰리서캐피탈 시티오브런던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해외 행동주의 펀드로부터 주주환원확대와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받았다.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이하 화이트박스)는 지난달 삼성물산 이사회에 주주환원 확대와 자본 배분 개선 요구를 담은 주주서한을 보냈다.

서한에서 화이트박스는 "이재용 회장의 형사소송이 해결될 때까지 전략적 조치를 취할 수 없어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지만, 최근 소액주주를 무시하고 자산을 늘리기 위해 더 많은 자본을 투자하기로 한 회사의 결정으로 입장을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삼성물산은 연간 자본 지출을 두 배 이상인 1조2000억원으로 늘릴 계획을 밝힌데 따른 것으로, 화이트박스는 이로 인해 삼성물산의 배당금이나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주환원 정책이 확대될 가능성이 사실상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삼성물산의  주가가 꾸준히 떨어지고, 배당금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며 2018년 이후 주주들에게 제공되지 않은 수익이 17조700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자본 지출에 연평균 5000억원을 투자했지만 주주들에게 아무 혜택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화이트박스는 삼성물산의 순자산가치(NAV) 할인율을 68%로 추산하면서 "소액 주주들이 회사의 고품질 사업으로 인한 수혜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물산의 저평가 해소를 위해 △운영 사업에서 발생한 현금을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에 재할당 △명확한 자본 배분 계획 △ 임원 성과 보상 체계 조정 등 3가지를 요구했다.

이번 서한 작성자는 화이트박스의 시니어 포트폴리오 매니저 겸 주식 책임자인 사이먼 왁슬리다. 그는 지난 2000년부터 2008년까지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및 상무이사를 지냈다. 왁슬리는 지난 2020년에는 LG그룹이 신규 지주회사를 통해 계열분리에 나서자 이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현재 화이트박스는 지난 2017년부터 삼성물산에 투자해 현재 약 1억달러(약 1390억원)에 달하는 약 0.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영국계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인 팰리서캐피탈도 지난 6일 삼성물산의 주가와 실질적인 기업가치에 약 250억달러(33조원)의 격차가 있다며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이사회 다각화, 지주회사 전환 등을 요구했다.

팰리서캐피탈은 삼성물산의 지분 0.62%를 보유하고 있으며, 엘리엇 매니지먼트 출신 펀드매니저 제임스 스미스가 공동 설립자다.

또 다른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 시티오브런던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도 지난달 삼성물산에 주당 배당금을 지난해 2300원에서 올해 4500원으로 늘리고 내년까지 자사주 5000억원 규모를 매입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지난 15일 삼성물산의 주가는 전일 대비 4700원(3.51%) 하락한 12만9300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행동주의펀드의 공세로 두달 간 21.18% 올랐다.

주된 지적 요인은 '저평가된 계열사 지분가치·낮은 주주환원'

삼성물산이 해외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을 받는 이유는 일부 저평가 요인에 따라 기업가치가 저조하기 때문이다. 이에 행동주의펀드들은 삼성물산이 주주환원을 확대하고, 자본 배분 및 지주사 전환 등 지배 구조를 개선해 가치를 높여야 된다는 주장이다. 

우선 삼성물산의 현 시가총액은 24조원인데 이는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가치(5.01%)인 21조원보다 조금 높다. 이외에도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43.1%), 삼성에스디에스(17.1%), 삼성생명보험(19.3%) 등의 지분도 고려하면 시가총액에 지분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실적 대비해서도 삼성물산은 저평가되고 있다. 삼성물산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8303억원(연결)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1%(330억원) 상승했다. 분기 영업이익으로는 역대 최대치로, 시장에서는 연간 최대 영업이익 달성을 전망하고 있다.

반면 기업의 저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PBR(주가순자산비율)도 0.67배로, 코스피 평균 0.94배보다 낮다. PBR은 주가가 한 주당 몇 배로 매매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PBR이 1미만이면 기업 장부가치보다 주가가 낮음을 의미한다

아쉬운 주주환원도 지적되는 부분 중 하나다. 실질적인 삼성그룹의 지주사인 삼성물산은 건설과 상사 등 사업 부문을 제외한 계열사로부터 받은 배당금만을 재원으로 주주들에게 재배당하고 있다. 올해 초 발표한 3개년 주주환원 정책에서는 관계사  배당수익의 60~70% 수준을 환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관계사의 배당 수익만을 재원으로 삼아 주주에게 배당하는 대기업들의 실질적 지주회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 GS는 별도 재무제표 기준 최근 3개년 평균 당기순이익의 40% 이상을, LG는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50% 이상 등을 배당으로 지급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지주사 전환은 어렵지만 주주환원 확대 기대감도..내년도 주주총회 '관심집중' 

증권가에선 해외 행동주의펀드들의 요구 중 팰리서캐피탈이 주장하는 지주회사 전환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서는 상장사의 경우 30%, 비상장사는 50% 이상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 현재 삼성물산은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 5.01%를 보유 중인데, 지주사 전환에 나설 경우 나머지 25%를 사들여야 하는데 100조가 넘어가는 비용을 지불하기는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삼성물산 입장에서 굳이 무리한 변화를 추진할 이유가 없으며,  금산분리 등 해결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주사 전환을 위한 지분 매매를 위한 현금도 필요한 상황이라 당장 나서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사주 매입 및 배당확대 등 주주환원 확대 요구는 사측에서 고려할 가능성도 있어,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해외행동주의펀드와 삼성물산 간의 표 대결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를 내세운 삼성물산이 주주들의 의견을 쉽게 무시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이 예상되기에 행동주의펀드들이 주주제안을 한다면 주총에서 표 대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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