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인상 갈등 격화 대안으로 '후분양' 떠올라
지난해 전국 아파트 후분양 비율 16%, 전년 대비 2배↑
후분양 많은 강남3구, 공사비 갈등 보다 상한제 영향이라는 분석

부동산 관련 이미지. 사진.이미지투데이
부동산 관련 이미지. 사진.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한나연 기자]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분쟁 사례가 잦아지면서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선분양 단지가 줄어들고 있다. 통상 국내 건설업은 분양 대금을 받아 공사비를 충당하는 선분양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물가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인상이 사업 및 입주 지연으로 이어지자 후분양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후분양 비율 증가, 선호 추세...분양가 투명성 높아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후분양 비율은 약 16%로, 전년의 2배에 달했다.

보통 선분양 방식은 분양가 산정 시 실제 투입 비용이 아닌 ‘추정공사비’로 분양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인해 당초 제시한 공사비에 변동이 생기면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있는 것.

실제로 서울 은평구 대조 1구역은 공사비 인상으로 인한 조합과 현대건설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 조합 내홍까지 이어져 1800억원 상당의 공사비 지급도 밀렸다.

송파구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도 마찬가지다.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이 공사비를 기존 7947억원에서 1조4492억원으로 인상하기로 하자 조합원들이 과도한 인상이라 반발하면서 사업이 지연됐다. 조합장 해임까지 거론되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 및 전문가들은 후분양 제도를 공사비 갈등의 해결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선분양 대비 비교적 공사비를 정확히 산출할 수 있어 분양가 투명성이 높다는 것.

또 후분양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 보증에서 제외돼 고분양가 여부에 대한 심사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 있다. 이에 재건축 조합들 역시 수익성을 위해 후분양을 선호하는 경향을 띤다.

물론 건설사 입장에서는 선분양 제도가 입주자들로부터 공사대금을 확보하기 용이하고 후분양가 대비 낮은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다는 점은 수분양자에게도 장점이다.

서초구 메이플자이 투시도./ 사진 = GS건설 제공
서초구 메이플자이 투시도./ 사진 = GS건설 제공

강남 재건축 시장에 부는 후분양 바람

특히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경우 올해 풀리는 분양 물량 중 상당수가 후분양으로 공급된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공사비 갈등 보다는 강남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인 만큼 분양시기를 늦춰 후분양을 선택할 경우 공사비를 일반 분양가에 반영, 선분양 보다 분양가가 높아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인 강남 후분양 단지로는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 자이가 있다. 지난달 평당 6705만원으로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 중 최고 분양가를 기록했지만, 청약 경쟁률은 평균 442 대 1에 달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인근 시세 대비 낮은 분양가로 공급되자 시세차익을 노린 수요자들의 관심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신반포 15차를 재건축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역시 오는 4월, 292가구 일반분양이 예정돼 있다. 해당 단지 역시 강남권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인데다 입지 프리미엄 등으로 수요자가 몰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오는 6월 입주라 잔금 마련 일정이 빠듯하다는 단점은 있다.

특히나 강남3구는 타 지역에 비해 수요가 집중된 곳으로, 고분양가여도 미분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에 더욱 선분양 방식을 선호할 이유가 없으며 최대한의 수익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후분양 선호가 지속될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지방의 후분양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낮게 나타나 후분양의 한계로 여겨지기도 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미분양 물량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후분양이 이를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미분양 무덤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대구의 '반고개역 푸르지오'는 청약 접수 규모가 한 자릿수에 그쳤다. 오는 6월 입주를 앞두고 있어 악성 미분양인 '준공 후 미분양' 물량으로 남을 수 있다.

후분양 제도, 부실시공·분양리스크 줄여준다?

다만 시장 불확실성 및 안전을 이유로 후분양제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후분양 제도는 건축물을 완공하거나 일정 이상 짓고 난 후에 분양하는 것이 특징인데, 지난해 일부 아파트의 ‘철근 누락 사태’ 이후 준공된 아파트를 확인 후 분양받고 싶어 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다.

업계 관계자 역시 데일리임팩트에 “부실시공과 같은 선분양 문제가 퍼지면서 후분양 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밝혔다.

공공공사 역시 후분양 제도 확산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예컨대 SH공사는 후분양·원가 공개를 적용한 주택은 이미 지어진 상태에서 분양하기 때문에 원가 분석이 가능하며, '추정공사비'가 아닌 실제 투입한 공사비를 기준으로 분양 가격을 산정할 수 있기에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강조했다.

또한 부실시공이나 자재비용 급등에 따른 시공사의 공사 중단 등의 다양한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후분양·분양원가 공개는 고품질 및 고성능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당연한 정책 방향”이라 강조했다. 특히 분양 원가를 공개한 공공분양주택의 경우, 분양가를 지방자치단체장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제도적 근거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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