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시공능력평가 순위로 대출
"장기적 관점에서 개선 필요" 지적
미국 등 선진국형 PF 제도에 ‘주목’

국내 한 건설현장 모습, 사진은 본문과 관련 없음./ 사진= 이미지투데이
국내 한 건설현장 모습, 사진은 본문과 관련 없음./ 사진= 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한나연 기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사태를 계기로 건설업계와 금융권 전반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발생 우려 및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부동산 PF 부실 위험 가능성이 높은 것은 시공사 신용도 의존, 수분양자 자금 사용 등의 구조적 특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금융연구원(이하 금융연)은 지난달 27일 발표한 ‘우리나라 부동산 PF 위험에 대한 고찰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국내 부동산 PF는 시공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시공사에 자금경색이 발생하면 상대적으로 양호한 사업장이나 기업까지 전이돼 위험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시공사에 의존하는 구조...원활한 개발 어려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브릿지론이나 본 PF의 대주단은 시공사의 신용등급, 시공능력평가순위 등을 고려해 대출 여부를 결정하고, 시공사의 책임준공이나 조건부 채무 인수를 요구하고 있다. 또 중견·중소 시공사의 경우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여전히 지급 보증 등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유동화증권 발행 시에도 마찬가지다. 유동화증권의 신용등급이 시공사 신용등급과 연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증권사가 제공하는 매입보증 등의 신용보강은 시행사나 시공사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의무가 면책되는 구조가 많다고 지적했다. 건설사의 자금조달 여력이 제한되면 PF 방식의 부동산 개발이 원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의 부동산 PF 우려 상황은 관리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현 건설사의 신용도, 우발채무, 신용보강 기관 등을 고려하면 지금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겪었던 건설업 불황 및 저축은행 사태에 견줄만 한 수준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증권사들의 위험관리 능력 역시 불황기 건설사에 비해 뛰어나고 자본 여력도 커 위험이 확산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국내 부동산 PF, 근본적 제도 뜯어 고칠 필요 있어

그러나 부실 우려가 계속 대두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우리나라 PF는 부동산 시장 규모가 제한적이고, 부동산 가격도 지속 상승해 왔기에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면 부실이 발생하기 쉬운 특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 보고서 설명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과거 주택가격 상승 기간에 수분양자가 분양권 취득을 통해 이익을 얻어왔기 때문에 분양권 취득 시 가격 프리미엄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을 따른다. 즉 주택가격 하락이 예상되면 수분양자가 줄어 사업비 조달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되며, 미분양 비율이 너무 높은 경우 공사 중단에 이르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달 21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우리나라 PF는 95%가량을 대출을 일으켜 땅부터 사기에 분양가가 폭락하면 줄줄이 영향을 받는, 즉 ‘폭망’ 하는 구조라고 지적한 배경이기도 하다.

이보미 금융연 연구위원은 “정책당국은 시장참여자들의 인센티브를 잘 이해하고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PF 시장구조를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국도 단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근본적 제도를 고쳐 개선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나온 부동산 PF 질의에 "도미노 현상으로 무너지는 걸 막기 위해 연착륙을 노력하고 있다"며 "지방 미분양사업장에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사업성을 개선하는 게 한 축이고, 문제 있는 사업장은 재구조화하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아울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년 동안 늘어난 가계부채와 부동산 부채 급증을 현 PF 상황의 원인으로 짚었다. 또 한두 달 안에 해결되는 게 아닌 다양한 방법을 통해 거품을 빼야 한다고 답해 장기적 관점에서의 문제 해결을 강조한 바 있다.

방법은 선진국형 PF 제도?

이 같은 제도 개선 필요가 지적되자 정부를 비롯한 연구기관들은 선진국의 부동산 PF 제도를 해결책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이에 국내 부동산 PF 제도가 선진국형 제도로 변화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례로 금융연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부동산 개발은 토지매입 시 시행사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확보해 총 사업비의 20~30% 수준을 초기 자본금으로 마련한다. 이후 매입 자금을 모두 상환한 후에 대출기관으로부터 건설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또 선분양 시에도 수분양자의 계약금을 공사비로 사용하지 않는다. 때문에 대출기관의 담보권 확보가 용이한 점이 국내 부동산 PF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당국 역시 해외 부동산 PF 제도와 국내 제도를 비교하며 부동산 개발사업 추진 방식 등 전반적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부동산 PF와 관련해 관계 부처와의 합동 연구용역을 진행, 해외 사례를 수집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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