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떨이’ 나서는 시공사...기존 입주민은 반발
올해도 공급 과잉·주택 경기 침체로 인한 미분양 증가 예상

사진=이미지투데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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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한나연 기자] 전국 미분양 주택이 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인 가운데 특히 지방 위주로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면서 시공사들이 할인 분양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 기존 입주민들이 차액 손실 및 집값 하락을 우려하면서 시위를 벌이는 등 거세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올해도 공급 과잉 및 주택 경기 침체로 인한 미분양 물량 증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반면 일각에서는 수요가 과도하게 몰리는 ‘로또 청약’ 단지도 등장, 분양 양극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분양 증가에 시공사 ‘부담’...입주민은 ‘뿔났다’

2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6만3755가구에 달한다. 전월(6만2489가구) 대비 2.0% 증가했다. 이중 미분양 무덤이라 불리는 대구의 경우 1만124가구가 미분양 상태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문제다.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만1363가구로, 전월(1만857가구) 대비 4.7% 증가했다. 공급 과잉 및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위축의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준공 후 미분양 물량 증가는 시행사·시공사에 치명적이다. 미분양으로 인한 대금 회수가 어려울 뿐 아니라 책임 준공을 약속한 경우 자체적인 자금 조달을 통해 공사를 끝내야 해 재무 부담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악성 미분양 물량을 털기 위한 미분양 단지들의 할인 분양이 본격화되면서, 시공·시행사와 기존 분양자와의 갈등이 거세지고 있다.

‘대구안심호반써밋 이스텔라’ 할인분양대응입주민모임은 단지 내에 할인 분양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붙이는가 하면,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호반건설 본사 앞에서 트럭 시위를 진행했다. 할인 분양 입주 저지와 선분양자 소급 적용을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한 것.

이는 주택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시공사 측에서 할인 분양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분양가 85%를 5년 뒤에 납부하는 잔금 유예 5년 혜택과 잔금을 유예하지 않으면 7000만원에서 최대 9300만원을 할인받을 수 있는 선납 할인 혜택을 내걸었다. 시공사에 따르면 이 같은 할인 혜택을 받아 20가구 정도가 계약했다.

올해도 미분양 물량 증가세...분양 양극화 우려도

신규 분양 물량이 늘어날수록 미분양 물량은 더 증가하고, 해소되기까지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대구의 경우 미분양 단지 가운데 미준공 상태였던 42개 단지 중 절반에 가까운 단지가 지난해 말부터 입주를 시작, 혹은 올해 입주를 앞두고 있다. 악성 미분양이 올해 더 늘어날 수도 있는 것.

나아가 청약자들이 부실 시공·하자 논란으로 후분양 단지에 주목하는 경향을 보이자 건설사들은 침체한 주택시장을 감안해 후분양제를 선택하고 있다. 다만 후분양제가 아파트 품질을 절대적으로 보장하지 않을뿐더러 시장 상황도 예측할 수 없어 오히려 미분양 물량 증가 및 분양가 상승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분양 시점에서 미분양이 발생하면 선투입된 자금으로 인한 금융비용까지 더해져 사업 손실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후분양이 대세로 자리 잡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런 상황과 달리 공급에 비해 수요가 과도하게 몰리는, 일명 ‘로또 청약’으로 불리는 단지가 등장하면서 분양 양극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26일 무순위 청약을 받은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는 총 3가구 모집에 101만3456명이 신청해 평균 33만7818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입지와 부동산 시장을 신중하게 고려한 수요자들의 청약 신청 경향이 앞으로 더 나타날 것”이라며 “특히 부동산 침체로 인한 지방에서의 미분양 물량이 계속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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