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갈 때 기억해야 할 몇 가지

프랑스 파리 에펠탑의 밤거리 풍경.  매시 정각에 반짝이는 에펠탑을 감상하기 위해 모여든 관광객만큼 주변을 거닐며 에펠탑 모형을 팔거나 말을 거는 사람들도 많다. / 사진 = 권해솜 기자.
프랑스 파리 에펠탑의 밤거리 풍경.  매시 정각에 반짝이는 에펠탑을 감상하기 위해 모여든 관광객만큼 주변을 거닐며 에펠탑 모형을 팔거나 말을 거는 사람들도 많다. / 사진 = 권해솜 기자.

[데일리임팩트 권해솜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여행 수요가 줄고 국가 간 왕래가 뚝 끊겼던 기간을 지나왔다. 언제 끝나는가 했는데 지금은 국내 여행지 곳곳이 외국인 관광객으로 꽉 차 버렸다. 국내 사정이 이러니 외국으로 향하는 우리 국민이 많은 것도 당연하다. 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를 비롯해 모두투어, 노랑풍선, 참좋은여행 등 여행사의 지난 2분기 영업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흑자로 급선회했다. 오랜만에 여행 가방을 싸야 하니 생각보다 달라진 것도 많다. 국가 간 빗장을 잠근 3년 동안 달라진 것 혹은 잊고 있었던 것에는 뭐가 있을까 기억을 더듬어 봤다.

달라진 여권, 여행 계획 전부터 챙겨야 

외국 여행에 앞서 내 여권의 기간 만료일을 확인해야 한다. 항공권 혹은 여행상품을 살 때 잔여 일수가 부족하면 구매 자체를 할 수 없다. 코로나가 종료된 이후 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다 보니 여권 발급 업무를 하는 지자체 기관들이 여유 있게 신청할 것을 권하기도 했다.

특히 그사이 대한민국 여권의 모습이 완전히 바뀌었다. 원래대로였다면 이보다 더 빨리 바뀔 예정이었으나, 코로나로 외국 가는 하늘길이 끊기면서 자연스레 기존 전자여권이 재고로 남게 됐다. 기한을 미루다 2021년 말부터 보안성과 내구성을 강화한 남색의 새 전자여권을 발급하고 있다.

전에 전자여권을 받은 적이 있다면, 정부24 사이트에서도 신청할 수 있지만 예외가 많다. 만 18세 미만 미성년자, 생애 최초 전자 여권 신청자, 외교관‧관용여권 신청자, 긴급여권 신청자는 관할 관청을 방문해야 여권을 발급 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상습적으로 여권을 분실했거나, 범죄 등으로 인한 행정제재자, 개명 등으로 인해 여권 기재 사항에 변화가 있다면 그 역시 시군구청 등 관할 관청에 직접 찾아가 신청해야 한다.

이름의 영문자를 바꾸고 싶어도 보편적으로 쓰이는 부분은 임의로 바꿀 수 없다. 이유는 우리나라 여권에 대한 외국 정부의 신뢰도 유지를 위해서다. 예를 들어 Kwon(권)의 ‘ㄱ’에 해당하는 ‘K’를 발음에 가까운 ‘G’로 바꾸고 싶더라도 그럴 수 없다.

현재 대한민국 여권으로 사전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나라는 모두 189곳이며, 이는 세계 여권 순위 3위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여권은 전자 시스템이 구축된 공항이라면 세계 어디든 긴 줄을 설 필요 없이 쉽고 빠르게 입‧출국 수속을 밟을 수 있다. 새로 발급받은 여권이라 할지라도 소지자의 부주의 등으로 전자여권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여권 전자칩이 손상되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외국 공항에서 전자여권 오류로 불편을 겪었다면, 귀국 후 가까운 관할 관청을 방문해 문의해야 한다.

2021년 말부터 보급되고 있는 새 대한민국 여권.  보안성과 내구성을 강화했다. / 사진=권해솜 기자.
2021년 말부터 보급되고 있는 새 대한민국 여권.  보안성과 내구성을 강화했다. / 사진=권해솜 기자.

항공권 똑똑하고 싸게 구매하기

제값 내고 항공권을 구매하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여행 비교 사이트 스카이스캐너, 트립닷컴 등 항공권 비교 사이트에서 확인한 후 예매하는 게 일반적 추세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공사 사이트를 비롯한 여행사에서도 저렴한 가격의 항공권을 내놓고 있어 여행 비교 사이트만 믿을 필요는 없다. 여행 가기 전 시간 여유가 있다면 덜컥 항공권을 사지 말고 여러 사이트를 둘러봐야 한다.

그럼, 언제 출발하고, 귀국해야 항공권이 저렴할까? 스카이스캐너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평일 중에서도 화요일 출국 목요일 귀국이 가장 저렴하다. 수요일 출국과 수요일 귀국, 월요일 출국과 목요일 귀국이 그다음으로 저렴했다. 목요일과 금요일은 이미 주말을 끼고 여행하는 사람들이 선점하려고 하니 값이 비싼 건 당연하다. 항공권은 최대한 빨리 알아보고 사는 게 더 유리하다. 대부분의 항공사가 낮은 등급의 좌석을 빨리 소진하기 때문이다. 항공사마다 다르지만 국제노선은 항공권 비교 사이트에서 1년 후 티켓도 구매할 수 있으니 미리 내년 여행 계획을 짜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내년 8월에 프랑스 파리로 떠나는 항공권은 9월 현재의 이코노미 좌석 가격보다 100만원은 더 저렴하고, 국적기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고 너무 싼 항공 티켓이 좋은 것도 아니다. 마일리지 적립이 안 된다거나 환불할 때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여행이 임박해 부득이한 사정으로 환불할 경우 수수료가 만만치 않거나 아예 환불받지 못할 수도 있다. 항공권을 구매한 사이트가 외국 업체라면 설명하기도 복잡하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다음에 있을지 모르는 불상사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얼마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한국 여행사이트를 이용하거나 해당 항공사에서 직접 구매하는 게 좀 더 안전할 수 있다.

에어프랑스의 요금 예시. 대형 항공사이고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지만, 이코노미 좌석 중 위탁 수하물을 적용하지 않은 라이트 요금도 있다. 승객의 여행 취향에 맞춰 요금을 고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 사진 = 에어프랑스 웹사이트.  
에어프랑스의 요금 예시. 대형 항공사이고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지만, 이코노미 좌석 중 위탁 수하물을 적용하지 않은 라이트 요금도 있다. 승객의 여행 취향에 맞춰 요금을 고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 사진 = 에어프랑스 웹사이트.  

항공권이 싼 경우 위탁 수하물에 대한 가격을 따로 책정해서일 수 있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등 대부분의 대형 항공사는 가로, 세로, 높이 세 변의 합이 158cm 이내인 짐 1개(미주 노선 2개)를 무료로 짐칸에 실을 수 있다.

에어프랑스는 사정이 좀 다르다. 라이트, 스탠더드, 플렉스로 나누어 놓았으며 가격은 10만 원 정도로 차등을 두었다. 이 중 라이트 요금은 기내에만 짐을 들고 탈 수 있는 요금이다. 필요하면 스탠더드로 항공권을 상향해야 하나, 굳이 필요 없다면 10만 원 가량 아껴 저렴하게 이용해도 된다.

갑자기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땡처리 항공권을 이용하면 된다. 이는 여행사 패키지에 결원이 생길 때 나오는 항공권이다. 한시적으로 그때그때 생기는 표이므로 준비한 여행이 아닌 불현듯 떠나는 여행에 적합하다. 자기 일정이 아닌 항공사나 여행사 일정에 맞춰야 한다는 단점은 있지만, 가격 낙차가 크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이용자가 많다.

외국 항공사 ‘오버 부킹’ 주의를

잠잠한가 싶더니 또 항공사 ‘오버부킹(항공권 초과 판매)’과 관련한 사건이 벌어졌다. ‘오버부킹’이란 승객이 예매 날짜를 갑자기 바꾸거나 혹은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을 것을 우려해 티켓을 실제 좌석보다 더 많이 판매하는 항공사의 영업 전략이다. 최대한 만석으로 운항해야 이득이기 때문이다.

항공사의 예상과 달리 예매 고객이 다 오면 결국 오버 부킹 피해는 고스란히 승객 몫이 된다. 최근 배우 혜리가 미국 델타항공을 이용했다가 오버부킹 피해를 봤다며 SNS에 적었다. 한 달 전 퍼스트클래스(델타 원 비즈니스클래스)를 예약했는데, 좌석이 없다며 이코노미클래스로 말도 없이 델타 항공 측이 좌석을 강등한 것이다. 혜리가 구매한 티켓 가격은 이코노미 좌석과 무려 2배에서 5배 정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델타를 비롯해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의 인종차별적 오버부킹 피해사례는 한두 번이 아니다. 델타는 5년 전 한국 승객 3명을 태우지 않는 대신 대기자를 태우고 20분 먼저 출발해 버리는 기행을 벌인 일이 있다. 승객뿐 아니라 한국인 직원도 인종차별적인 잣대로 피해를 당했다. 한국인 여직원 4명이 동시에 해고당했는데, 한국말을 썼다는 이유다. 오버부킹이 발생했을 때 시니어나 어린이는 되도록 배제한다는데 그간 한국인이나 아시아계 피해 사례를 보면 이 모든 게 무시돼 있다. 어리고 약할수록 잔인한 행동을 했다. 오버부킹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문제가 된 항공사를 되도록 이용하지 않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탑승 수속을 최대한 빨리 해야 한다. 인터넷 시스템이 잘 구축된 항공사의 경우 24시간 혹은 48시간 전부터 스마트폰 앱에서 쉽게 탑승수속을 밟을 수 있다. 그게 아니면 3시간 전에는 무조건 공항으로 가서 탑승권을 발급받아야 한다.

오버부킹은 꼭 특정 항공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여행 유튜버 곽튜브는 최근 멕시코 칸쿤 여행을 위해 멕시코 저가항공사 볼라리스항공을 이용했다가 오버부킹 피해를 당했다. 항공사 데스크 직원은 “모든 항공사는 오버부킹이 있을 수 있다”며 대기표를 줬다. 오버부킹은 항공사 이익을 위해 행해진다. 혹시라도 피해가 발생하면 영상으로 당시 상황을 찍어 놓아야 한다. 이후 혹시 모를 상황에 법적 근거로 활용하거나 아니면 미디어 제보라도 할 수 있어서다.

여행 유튜버 '곽튜브'가 멕시코 현지에서 항공사 데스크 직원으로부터 '오버부킹'에 대한 얘기를 듣고 있는 실제 상황. 누구든 당할 수 있는 상황이고 조심한다 해도 해답이 없어 보인다. / 사진 = 유튜브 '곽튜브' 채널 갈무리.
여행 유튜버 '곽튜브'가 멕시코 현지에서 항공사 데스크 직원으로부터 '오버부킹'에 대한 얘기를 듣고 있는 실제 상황. 누구든 당할 수 있는 상황이고 조심한다 해도 해답이 없어 보인다. / 사진 = 유튜브 '곽튜브' 채널 갈무리.

나라 밖에선 더 조심하고, 예의 바르게

낭만과 예술의 거리를 상상하고 유럽에 갔다가 소매치기나 사기 피해를 보는 사례도 있다. 유튜브에서 유럽과 관련한 영상을 찾아보면 소매치기당하지 않는 법 혹은 소매치기당한 사례 등 영상이 참 많이도 올라와 있다.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에 갔다가 소매치기를 당했거나 가방을 잃어버렸다는 사람들이 꽤 많다. 프랑스 에펠탑 등 유명 관광지는 길을 걷지 못할 정도로 말을 걸어오는 이들로 넘쳐난다.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접근하거나 에펠탑 모형을 사라며 따라오거나 눈을 마주치려 하는 이들이 적잖이 있다.

따라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소지품 관리도 잘해야 한다. 현금이나 여권 등 중요한 물건은 최대한 안전하게 지녀야 한다. 뒤를 확인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누군가 따라와 가방 안에 있는 것을 낚아채는 경우도 있다. 가방은 쉽게 열지 못하게 지퍼와 지퍼를 옷핀 등으로 연결해 고정하고, 가방을 열어야 하다면 가던 길을 멈추고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서 여닫아야 한다. 이동할 때 짐을 최소화하고 여행객처럼 보이지 않게 평범한 차림으로 다니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유럽을 여행하기 전이라면 꼭 유튜브 등을 통해 소매치기 당하지 않는 방법, 신종 사기 수법 등을 기억하고 가는 게 안전한 여행에 도움된다. 안전한 국가라고 해도 내  나라가 아닌 이상 늘 조심해야 한다. 

유튜브 검색창에 유럽을 치면 소매치기에 관한 영상이 쏟아져 나온다. 여행 전이라면 꼭 보고 가는 게 좋다. / 사진 =유튜브 갈무리.
유튜브 검색창에 유럽을 치면 소매치기에 관한 영상이 쏟아져 나온다. 여행 전이라면 꼭 보고 가는 게 좋다. / 사진 =유튜브 갈무리.

한국에서 쓰듯 데이터를 아무렇게나 써서는 절대 안 된다. 지난 3월 프랑스 여행 당시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던 스마트폰 유심 데이터는 파리 샤를 드골 국제공항에서 시내 중심부로 이동하는 동안 완전히 소진됐다. 결국 길은 잃고 데이터는 없고. 한 발짝을 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다행히 길에서 한국 여행 경험이 있는 프랑스 여성을 만난 덕분에 겨우 숙소를 찾았다. 애초부터 무제한 데이터를 이용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한국여행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받았던 고마움을 되돌려 주겠다며 애쓴 프랑스 여성을 만난 건 프랑스 여행에서 잊지 못할 장면이 됐다. 

혹시 데이터를 전혀 쓸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해서 항공사 E-티켓, 여권 사본, 가야 할 곳의 지도 등은 미리 종이로 뽑아가는 게 좋다. 지도, 이동 경로, 숙소 등의 위치나 거리도 잘 알아둬야 한다.

여행 갈 지역이 신용카드 이용이 쉬운지, 현금을 주로 써야 하는지를 확인하고 적당한 양을 작은 돈으로 나눠서 환전한다. 큰돈만 가지고 나갔다가 거스름돈을 못 받을 수도 있다.

국가별 여행 안전도를 보여주는 외교부 해외안전여행(0404.go.kr) 사이트의 지도. 나라 밖은 어디든 안전한 곳이 없으니 늘 조심해야 한다. / 사진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국가별 여행 안전도를 보여주는 외교부 해외안전여행(0404.go.kr) 사이트의 지도. 나라 밖은 어디든 안전한 곳이 없으니 늘 조심해야 한다. / 사진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무엇보다 외국여행을 할 때 ‘인종차별을 받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은 가끔 혹은 자주 하게 될 수 있다. 때로는 인종차별이 아닌데 언어 소통이 안 되거나 표현방식이 달라 생긴 오해도 있을지 모른다. 짧은 말이라도 방문하는 나라 말을 조금이라도 알아가면 생각보다 더 마음을 열고 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파란 눈의 외국인이라도 정작 영어를 못해서 어쩔 수 없이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이들도 꽤 있었다.

그러니 인종차별이라고 먼저 마음을 닫아버릴 필요는 없다.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말 못할(?) 고충이 있으니 말이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보고 알기 위해 사람들은 바다 건너 외국으로 향한다. 위험 요소도 있지만 그보다 더 진한 멋진 경험과 추억을 쌓아야 제대로 된 여행이다. 최대한 예의 바르게 어울리다 보면 어렵지 않게 여행하고 기분 좋게 귀국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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