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캠퍼스 P2라인 전경. 사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2라인 전경. 사진. 삼성전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한국과 중국 간 D램의 기술격차는 5년 이상으로 ‘초격차’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됐지만, 낸드플래시 시장은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중국 반도체산업 현황 및 전망’ 보고서는 한국과 중국의 D램 기술 격차를 5년 이상으로 추정하면서 국내 기업이 차세대 기술을 적용하면 중국과의 격차를 벌리고 확고한 시장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지난 7월 SK하이닉스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3세대 D램인 ‘HBM2E:High Bandwidth Memory 2 Extended)’의 본격 양산에 돌입하면서 회사 관계자가 미디어SR에 “개발 10개월만의 양산으로 빠른 시일 내에 양산하게 됐다는 점에서 좋은 성과"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 2021년 4세대 D램 양산을 추진하고 있지만, 중국은 지난해 10나노 1세대 D램 양산, 올해 2세대 D램 양산을 추진하고 있다. D램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94%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시장이다. 한국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74%에 달한다.

특히 한국은 차세대 D램에 반도체 미세화에 유리한 EUV(극자외선) 노광 기술을 적용할 계획으로, 장비의 높은 가격, 제한된 공급능력 등으로 인해 후발주자와 격차를 보다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세계적으로 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느 기업은 네덜란드 ASML이 유일하며 해당 장비는 현재 미국의 요청으로 중국 수출이 보류된 상태다.

지난 3월 삼성전자는 D램에 EUV 공정을 적용한 양산 체제를 갖췄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EUV 공정으로 14나노 초반대 ‘4세대 10나노급(1a) D램 양산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향후 차세대 제품의 품질과 수율도 기존 공정 제품 이상으로 향상시킬 계획이라고 알린 바 있다.

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보고서는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기술격차가 상당히 벌어진 것으로 봤다. 세계 5위이자 중국 1위 파운드리 업체인 SMIC는 지난해 말 14나노 공정을 도입했고, 오는 4분기 7나노 양산계획을 발표했지만 EUV 노광장비 도입이 어려워 7나노 이하 양산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2분기 5나노 양산 시작, 4나노 개발 중인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격차는 2세대(4~6년) 뒤처졌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낸드플래시의 경우는 한중 간 기술 1세대 차이에 불과해 향후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통상 기술 격차는 1세대 당 2~2.5년으로 본다.

삼성전자는 2019년 4분기,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에 128단 3D 낸드플래시를 양산하기 시작했는데, 중국은 올해 말에서 내년 상반기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2021년 160단 이상 낸드플래시 양산을 추진고 SK하이닉스는 176단 낸드플래시를 개발하고 있어 중국과의 기술 격차는 당분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의 YMTC가 내년에 128단 낸드플래시를 개발하고 향후 공격적인 투자로 수율 안정화, 생산능력 확대에 성공한다면 중장기적으로 의미있는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면서 한국기업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관측했다.

자료.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팹리스의 경우에도 중국이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한 반면 한국은 경쟁력이 악화됐다는 평가다. 중국이 이처럼 반도체산업에서 후발주자로서 팹리스에서 빠른 성장이 가능했던 이유는 파운드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투자 부담이 적고 인력 확보만으로도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팹리스는 지난해 기준 미국이 65% 점유율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어 대만(17%), 중국(15%), 유럽(2%), 한국(1%) 순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팹리스 산업 분야는 다수가 중소기업으로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중국과는 기술 경쟁을 지속해야 하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 이에 더해 기술개발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하는 만큼 투자비 부담이 커 재무 상태가 나빠지면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보고서는 4차 산업혁명으로 팹리스 수요처가 다변화할 것으로 예상돼 신성장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면 선도 지위를 확보할 기회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지난 6월 시스템반도체 설계지원센터를 개소했으며, 지난 7월부터는 팹리스 부문 육성을 위해 조성한 1000억원 규모로 펀드를 본격 운용하고 있다.

자료.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한편 선도국 대비 반도체 장비 기술 수준은 한국이 90.4%, 중국이 75.1%로, 한중간 기술 격차는 1.2년으로 좁혀졌다. 한국과 중국은 기술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식각, 증착, 세정장비, 후공정장비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중국의 정책적 지원 등으로 기술 격차가 좁혀졌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D램은 디스플레이산업 패권 변화처럼 빠른 변화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낸드플래시는 중장기적으로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파운드리는 한중이 직접적 경쟁관계는 아니지만 중국이 첨단공정 기술력 제고를 추진해 향후 미중관계 개선시 경쟁 관계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반도체 장비의 경우 한중간 기술격차는 좁혀졌으나 미국의 화웨이 제재 강화 등으로 중국이 반도체 장비의 미국 의존도를 낮출 것으로 예상돼 기회와 위협이 공존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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