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들어 3N 실적 둔화...2K 성장 '뚜렷'

신작 부재ㆍ이용자 이탈ㆍ인건비 '발목'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CI. 이미지. 각 사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CI. 이미지. 각 사

 

[데일리임팩트 최문정 기자] 국내 대표 게임사들의 상반기 실적 릴레이가 사실상 끝났다. 올해 상반기 10년 넘게 게임업계의 강자로 군림해 온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은 나란히 어닝쇼크의 충격에 빠졌다. 지난해 3사 통합 매출 7조원을 찍으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올해 상반기 넥슨은 매출 1443억엔(약 1조4772억원), 영업이익 587억엔(약 6011억원), 엔씨소프트는 매출 1조2697억원, 영업이익 4504억원, 넷마블은 매출 1조2186억원, 영업이익 1021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기준 3N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넥슨), 46%(엔씨), 80.2%(넷마블) 감소했다.

3N의 빈자리는 신흥강자 2K(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가 채웠다. 크래프톤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5137억원을 기록하며 신흥강자로 우뚝 섰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4%, 395% 폭증한 수치다. 같은 기간 엔씨소프트, 넷마블의 영업이익을 가뿐히 넘어섰다.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2분기 8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오딘: 발할라 라이징(이하 오딘)’을 출시를 위한 마케팅 비용의 집행으로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이 났다. 하지만 오딘이 흥행에 성공하며, 상반기의 아쉬움은 하반기에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감돌고 있다.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한 '오딘: 발할라 라이징'이 국내 양대 앱 마켓 매출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왼쪽: 구글 플레이스토어 순위, 오른쪽: 앱스토어 순위).사진.게볼루션 홈페이지 갈무리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한 '오딘: 발할라 라이징'이 국내 양대 앱 마켓 매출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왼쪽: 구글 플레이스토어 순위, 오른쪽: 앱스토어 순위).사진.게볼루션 홈페이지 갈무리

20일 게임순위 분석사이트 게볼루션에 따르면, 오딘은 엔씨의 ‘리니지M’을 제치고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모두에서 한 달 넘게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이후 왕좌를 차지해 온 리니지M을 밀어낸 모양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3분기 오딘 매출액은 하루 평균 30억원으로 총 27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라며 “오딘의 성공으로 카카오게임즈의 2021년 큰 폭의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고 예상했다.

3N과 2K의 입장을 가른 표면적인 이유는 신작 게임의 부재다. 넥슨은 상반기에 단 한 개의 신작도 선보이지 않았다. 엔씨소프트는 귀여운 리니지라는 별명의 ‘트릭스터M’ 등의 게임을 출시했지만, 주력 장르인 블록버스터급의 MMORPG는 아니었다. 넷마블은 지난 6월 지브리 애니메이션풍의 신작 ‘제2의나라’를 출시해 흥행 신호탄을 쐈지만, 상반기 실적에는 1개월 치만 반영됐다.

이에 3N은 각각 하반기 대작 출시를 예고했다. 넥슨은 지난 5일 미디어 쇼케이스를 열고 신작 대작 게임 7종을 발표했다. 엔씨는 자사의 간판 IP를 활용한 ‘블레이드&소울2’와 ‘리니지W’를 출시한다. 넷마블은 제2의나라가 순항하고 있는 만큼, 하반기 실적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마블 퓨처 레볼루션'과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등의 기대작도 내놓는다.

그러나 실적 하락의 요인은 훨씬 복잡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N의 신작 가뭄 외에도 확률 조작 이슈와 이용자들의 신뢰 상실, 인건비 상승 등 3N을 둘러싼 상황조건 역시 실적 부진의 요인이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넥슨은 지난 2월 “메이플스토리 아이템에 부여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추가옵션이 '동일한 확률'로 부여되도록 수정한다”고 공지했다. 이는 곧 게임 아이템에 뽑기에 적용돼 왔던 확률이 동일하지 않았음을 시인한 것이었다. 그동안 원하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 돈을 써온 이용자들은 분노를 쏟아냈다. 넥슨의 행위를 규탄하는 ‘트럭시위’를 진행하고, ‘메이플 난민’을 자처하며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 등의 게임으로 갈아타기 열풍이 불기도 했다.

한 메이플스토리 이용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사실 게임을 하다보면 ‘당연히 아이템 강화 등에 적용된 확률이 동일하지는 않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게 된다”며 “이를 단순히 짐작만 하고 있는 것과, 게임사에서 직접 확률에 손을 댔음을 인정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라고 업체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메이플스토리는 10대에 처음 시작한 게임이고, 이곳에서 만든 지인도 많아 아예 그만두지는 않았지만, 예전만큼의 애정은 없다"면서 "이제는 결제도 거의 하지 않는다”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엔씨 역시 핵심 게임인 ‘리니지M’ 업데이트를 진행했다가 논란에 휘말렸다. 게임 내 아이템 강화 비용을 낮췄다가 높은 가격에 아이템을 구매해 온 이용자들의 불만을 샀다. 넷마블은 새해를 맞아 ‘페이트/그랜드 오더’의 신년 이벤트인 ‘스타트 대시’ 캠페인을 말도 없이 중단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3N은 부랴부랴 게임에 적용된 확률을 공개한다고 나섰지만, 이용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이 단순한 확률 조작, 운영 미숙이 아니라 게임사와 고객 사이의 신뢰 붕괴라는 치명적 약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이에 대해 “최근 게임사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트럭시위’ 등 이용자가 게임사를 강력히 비판하는 사태가 빈발하고 있는 것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이용자를 버린 산업, 이용자의 지탄을 받는 산업은 절대 오래갈 수 없다”고 꼬집었다.

올해 상반기 이들 업체가 경쟁적으로 올린 임금도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3N은 상반기 실적 발표에서 영업이익 감소의 원인으로 연봉 인상, 인센티브 증가 등 인건비를 꼽았다. 올해 2월 게임업계는 임직원과 신입사원 연봉을 인상했다. 인상폭은 800만~2000만원에 이른다. 신입사원 초봉은 대략 5000만원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제조 기업들로 비교하면, 공장을 짓거나, 시설 유지보수를 위한 비용(CAPEX, 캐펙스)이 있지 않나, 게임업계는 이 캐펙스가 인적자원인 셈”이라며 “국내 게임사들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선제적 투자로 인건비를 올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게임업계가 지금과 같은 성장률을 유지해야만 인건비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지난해 3N을 포함한 게임업계의 환상적인 실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며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비대면 취미활동 수요가 늘었고, 그 자리를 게임이 차지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이후에도 이와 같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또한 확률형 아이템 이슈 등으로 이용자들의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도 우려되는 대목”이라며 “선제적인 임금 인상이 성장의 밑거름이 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실적 성장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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