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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SR 정혜원 기자] SK그룹이 한국 최초로 ‘RE100’ 가입을 밝히면서 국내 친환경 경영의 선도주자로 자리매김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주창하는 SV(사회적 가치, Social Value) 추구의 일환으로 ESG(Environmental‧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면서다.

SK에 따르면 8개 관계사는 2일 오는 2050년까지 회사가 사용하는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100% 대체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한국 RE100위원회에 가입신청서를 제출했다.

RE100 달성 의지를 밝힌 SK 계열사 8곳은 SK주식회사,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C, SK실트론, SK머티리얼즈, SK브로드밴드, SK아이이티테크놀로지다.

SK 8개사가 신청서를 제출하면 관련 기구인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의 검토를 거친 후 가입이 최종 확정된다. 최종 확정까지는 2~3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RE100 가입 후에는 1년 안에 이행계획을 제출하고 매년 이행상황을 점검 받게 된다.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이므로 목표 불이행에 따른 처벌은 없다. 다만 이처럼 기업이 공표를 한 내용의 경우, 기업의 신뢰도와 직결되기에 일단 선언한 뒤에 기업들도 이를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게 된다.

8개사는 향후 정부가 시행을 준비 중인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한국전력과 계약을 맺고 재생에너지를 공급받는 ‘제3자 PPA(전력구매계약)’, 한국전력에 프리미엄 요금을 지불하고 전력을 구매하면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인정받는 ‘녹색요금제’ 등이 있다.

지분 투자도 주요 방법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지분을 투자하면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다. 2050년까지 회사가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조달하겠다는 기업들의 캠페인이다.

민간 주도의 글로벌 환경 캠페인인 RE100은 세계의 모든 기업이 재생에너지로 100% 전환한 전력을 사용하면,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15%까지 줄일 수 있다는 인식 하에서 출발했다.

영국 런던 소재 다국적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이 2014년 이들 기업을 모집하고 매년 이행 수준을 평가한다. 지난달 기준 RE100에 가입한 기업은 구글‧애플‧GM‧이케아 등 전세계 263개 기업이다.

다만 RE100은 가입 조건이 다소 까다롭다. 전세계 영향력이 큰 기업들이 주 대상이며, △상당한 브랜드파워 △주요 다국적기업 △연간 전력사용량 0.1TWh 초과 등의 조건도 있다.

즉 영향력 있는 기업들이 효과적으로 전세계 재생에너지 수요와 공급을 늘리는 것에 협조해나가도록 하자는 취지다.

일례로 지난 7월 애플은 2030년까지 협력사들이 100%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제품을 자사에 공급하도록 ‘협력업체 청정에너지 프로그램(Supplier Clean Energy Program) 계획을 발표했다. 애플이 발표한 지 일주일 만에 대만의 반도체 회사 TSMC는 애플 발표 이후, 1주일 만에 RE100 가입을 선언한 바 있다.

아울러 정유, 석유화학, 가스 등 화석연료와 직결된 사업을 하는 회사의 경우는 자체 심사를 거쳐 가입 대상에서 제외되며 회사 단위로만 가입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 SK E&S, SK에너지, SK가스 등은 이같은 이유로 RE100 가입신청에 제외됐다.

대신 이들 관계사는 자체적으로 RE100에 준하는 목표를 세우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SK그룹은 밝혔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전기차 OEM 및 기관투자자들의 요구를 감안하여 RE100과 동일한 목표 아래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SK그룹 관계자는 2일 미디어SR에 “RE100을 준수하기 위한 내부 기준과 비전을 발표한 국내 기업도 있었지만, RE100에 가입해 이를 공식화한 곳은 SK그룹이 처음”이라고 강조하면서 “ESG 경영을 선도해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번 RE100 가입으로 SK그룹은 시장과 사회로부터 SK가 ‘글로벌 최고 수준의 ESG 실천 기업’이라는 신뢰를 확보하게 됐다.

현재 세계 각국이 ‘Net-Zero(온실가스 배출량=온실가스 흡수량 상태,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 달성 시점을 발표했다. 또한 EU는 지난해 내연기관 차량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현실화하고 ‘탄소국경세’(탄소배출량이 높은 수입제품에 관세 부과)까지 거론되고 있다.

해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우 국가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RE100과 같은 저탄소, 친환경 경영의 도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에 가까워지는 셈이다.

때문에 SK는 이번 기회에 미국‧유럽 등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 관리 강화에 대응하는 측면에서도 한발 앞설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애플이 협력사에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요청한 결과 하이닉스까지 포함해 전 세계 71개 기업이 동조해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한편, SK그룹은 RE100 가입 이전부터 친환경 사업 및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SK E&S는 지난 9월 새만금 간척지에 여의도 크기(264만㎡·80만평)의 태양광발전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자로 선정됐다.

발전 규모는 200메가와트(MW)에 달한다. SK E&S는 2030년까지 국내외 재생에너지 발전규모를 10기가와트(GW)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은 BEMS(빌딩에너지 관리시스템ᆞ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 및 AI, Cloud 등 New ICT 기술을 활용하여 소모 전력을 절감하고 있으며,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가 가능한 전국의 사옥 및 교환국사 옥상을 활용하여 재생에너지 발전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SK건설은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경기 화성과 파주에 준공해 가동 중이다.

SK SUPEX추구협의회 이형희 SV위원장은 “이상기후 등 전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소 발생량을 줄이자는 친환경 흐름에 한국 기업 또한 본격 참여하게 돼 의미가 깊다”며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 확대와 에너지 솔루션 등 신성장 산업 육성에도 작은 토대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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