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일본명 시게미쓰 사토시). 사진. 시게미쓰 사토시 페이스북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일본명 시게미쓰 사토시). 사진. 시게미쓰 사토시 페이스북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유열(34‧일본명 시게미쓰 사토시)씨가 최근 일본 롯데 계열사에 입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의 3세 경영 체제가 궤도에 올랐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도 일각에서는 신동빈 회장 원톱 체제가 구축된지 얼마 되지 않아 '시기상조'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21일 롯데그룹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신유열씨가 최근 일본 롯데 계열사에 입사한 것은 확인됐으나, 직함과 맡은 업무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신씨가 입사한 일본 롯데의 계열사가 ㈜롯데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회사는 롯데홀딩스의 자회사로 일본에서 제과 사업을 한다. 한일 롯데그룹의 모태인 셈이다.

신 씨의 일본 롯데 입사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계에서는 롯데도 3세 경영 체제 준비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형제간 경영권 분쟁과 재판 등으로 신 회장이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한 것도 최근인 데다 신 씨가 한일 양국 롯데 계열사에 지분이 전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벌써 3세 경영 문제를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유열씨는 신 회장과 부인 시게미쓰 마나미 여사 사이에서 태어난 3남매 중 맏이다. 아래로 여동생인 규미(32)씨, 승은(28)씨 등이 있다. 3남매 모두 일본 국적이다.

1986년생인 유열씨는 왕족 등 귀족들이 다니는 일본 사립학교인 가쿠슈인(學習院)과 게이오(慶應) 대학을 졸업하고 2008년 노무라 증권에 입사했다. 이후 유학을 떠나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았으며 학업을 마친 뒤인 2015년 다시 노무라에 복귀해 최근까지 싱가포르 지사에서 근무했다.

아버지인 신동빈 회장도 이와 흡사한 이력을 밟아왔다. 신 회장도 노무라 증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컬럼비아대 MBA를 마친 뒤 33세에 일본 롯데 산하의 롯데상사에 입사했다. 이후 1990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 입사하며 한국 롯데 경영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이는 “남 밑에서 고생을 해봐야 사회를 배울 수 있고 겸손해진다”는 창업자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철학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즉 유열씨도 아버지와 같은 코스를 거쳐 12년간 노무라에서 일한 뒤 일본 롯데에 일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신유열씨가 아버지의 전철을 따라 걷고 있는 만큼 그가 조만간 한국 롯데에 발을 들여놓게 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3세 경영 체제로 이어지려면 선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한 상황이다.

신동빈 회장은 일본과 한국 이중국적 상태에서 일본 국적을 포기했지만, 유열씨는 현재 일본 국적만 보유하고 있다.

또 일본에서 나고 자란 신 씨는 한국어 구사 및 의사소통이 어려운 편이고, 일본·미국·싱가포르에서만 생활해 한국 롯데 상황 파악이 어려울 수 있다는 핸디캡도 안고 있다.

현재 보유한 롯데 지분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유열씨는 한·일 롯데 양쪽 모두 보유 지분이 없다. 경영 환경도 신동빈 회장이 아버지인 신격호 회장으로부터 롯데쇼핑 지분을 양도받을 때와는 매우 다르다. 유열씨가 천문학적인 상속세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유열씨의 일본 롯데 입사는 롯데그룹 내에서도 극소수만 인지하고 있다가 최근에서야 소문이 퍼졌다. 한국 롯데그룹 측도 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 회사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경영 승계와 관련한 논의는 아직까지 파악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신 회장은 지난 2015년 국정감사에 출석 당시 경영 승계에 대한 질문을 받자 “(자녀들이) 아직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본인이 원하고 실적이 있으면 가능하다”고 답변한 바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제공 : 롯데지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제공. 롯데지주

한편, 신동빈 회장은 지난 8월부터 일본에 체류하며 업무를 진행해오다 이달 중순 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매년 12월에 시작했던 임원인사 등을 조기단행해, 조직문화를 쇄신하고 내년 사업계획을 미리 준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신유열 씨의 경영 수업을 앞두고 조직을 재정비하고 임원의 연령대를 낮추는 사전작업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올해 신격호 명예회장이 타계한 후 신동빈 회장의 원톱 체제가 굳건해지고 있는 만큼 신유열씨의 롯데그룹 입성이 그리 먼 일은 아닐 수 있다.

현재 롯데그룹 오너 3세는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장재영씨와 장선윤 호텔롯데 전무, 신동주 전 부회장의 자녀인 신정열씨, 신동빈 회장의 자녀인 신유열·규미·승은씨 등이 있으나 롯데그룹에서 일하는 것은 장선윤 전무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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