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 사옥. 사진. 미디어SR DB
HDC현대산업개발 사옥. 사진. 미디어SR DB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이 금호산업에 재실사를 전제로 한 대면 협상을 제안하고 나섰다. 아시아나항공의 2분기 흑자전환 소식에 이은 제안으로, 인수 후에도 실적 개선의 희망이 보여 태도를 바꾼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7일 2020년 2분기에 매출 8186억원, 영업이익 1151억원, 당기순이익 116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잠정치). 여객 수요는 가뭄이지만 화물 운송 실적이 이를 크게 만회한 덕분인 것으로 분석된다.

HDC현산은 9일 “지금부터라도 인수인과 매도인이 서로 만나서 협의를 조속히 진행하자는 것이 기본 입장임을 거듭 밝힌다”고 입장문에 명시했다. 다만 현대산업개발은 이같은 협의가 어디까지나 인수상황 재점검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꼽고 있다.

HDC현산은 지난 6일까지만 하더라도 “재실사는 구두나 대면이 아닌 서류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효율적이며, 인수조건을 재협의하는 단계에는 대면 협상이 자연스러운 방식일 것”이라면서 ‘선 재실사 후 대면협상’을 요구한 바 있다.

앞서 금호산업은 HDC현산이 인수대금을 납부하지 않아 계약 해제를 할 수 있고, 인수 계약이 무산될 경우 모든 책임이 HDC현산에 있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HDC현산은 계약 해제는 매도인이 선행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HDC현산은 지속적으로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혀왔다. 재협상을 제안하면서도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와 세계적인 항공사로의 도약을 위해서는 HDC현산의 인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HDC현산의 재실사 요구가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고 반박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금호와 채권단 측은) 재실사 자체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면서 “재실사를 하게 되면 아마 금액 변동에 압박이 있을 수 있고, 다시 하고도 인수 무산 시 채권단과 금호의 부담만 더 커진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 관계자는 “만약 HDC현산의 인수 의지가 진짜라면 조건부 인수를 전제 조건으로 걸면 되는데 (안 건다)”라고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금호산업은 10일 미디어SR에 “현재까지는 구체적인 협의가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면서 “재실사를 전제로 하고 있어 내부에서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DC현산은 입장문에서 원만한 인수절차를 위해 일정과 장소 등 협상을 위한 구체적인 사항에 관해서는 금호산업의 제안을 최대한 받아들인다고 밝힌 바 있으나, 입장문 외에 대면 협의를 위해 양측 간 별도 소통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 제공 : HDC그룹
정몽규 HDC그룹 회장. 제공. HDC그룹

HDC현산 2분기 실적 양호하지만...'인수는 두려워'

HDC현산은 2분기 부채비율이 111.4%로 안정적인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2분기 매출액은 9542억원, 영업이익은 1460억원으로 매출은 지난 1분기보다 다소 감소했으나 영업이익률은 코로나19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15.3%를 기록해 지난 분기(13.6%)보다 1.7%p 상승했다.

실적과 재무상황 모두 양호한 상태지만, HDC현산도 현재 상황이 녹록지는 않다. 신영증권은 HDC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 유지로 제시하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여부와 별개로 HDC신라면세점과 HDC아이파크몰이 코로나19로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HDC현산으로서도 사업 안정화에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다수의 기업이 몸을 사리는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건전성은 더욱 심각하게 악화한 상태라 HDC현산은 인수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은 올 1분기말 기준 6279.8%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이 아시아나의 5분의 1에 그치는 것(1222.6%)을 감안하면 코로나19 탓만 할 수도 없다.

이미 지난해 6월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659.5%였지만 당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신주를 2조원 이상 증자하면 부채비율이 300% 미만으로 내려간다”고 자신있게 포부를 내비친 바 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의 타격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아시아나항공의 2분기 잠정 실적이 전년 대비 영업이익은 2221억원, 당기순이익은 1739억원 증가하면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흑자전환을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에서 이뤄낸 값진 성과로, 화물 부문이 앞에서 (실적을) 견인하고 전 임직원들의 자구 노력이 뒷받침했다”고 자평했다. 그럼에도 기존의 부채를 줄이고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기까지는 갈길이 멀다.

나아가 허희영 항공대 항공경영학부 교수도 미디어SR에 “2분기 반짝 실적 개선일 뿐, 3분기 외국 항공사들이 화물 운송에 나서면 운임은 금방 하락하게 된다”면서 “대한항공의 역발상 대처에 아시아나항공이 빠르게 뒤따르면서 코로나19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저력을 보여줬지만 3분기에도 이 정도의 이익을 기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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