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기자회견 시작과 함께 자살한 공급업체 사장의 죽음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 : 김시아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기자회견 시작과 함께 자살한 공급업체 사장의 죽음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 미디어SR DB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가 그룹 재건 과정에 부당하게 동원됐다고 밝히면서, 과징금 총 320억원을 부과하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비롯한 2명을 고발했다.

공정위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조사한 결과 그룹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동일인 중심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한 금호고속을 지원하기 위해 그룹 계열사가 조직적으로 동원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27일 밝혔다.

구체적인 혐의는 ‘일괄거래’와 ‘부당지원’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금호산업 지주 소속 그룹 전략경영실이 2015년부터 금호고속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활용하는 방안을 기획‧실행했다.

그 방안이란 아시아나항공 기내식을 30년동안 독점 공급할 수 있는 계약권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었다.

2016년 12월 아시아나항공은 스위스게이트 그룹 소속의 신규 기내식 공급 업체인 게이트고메코리아에 30년의 독점 공급권을 부여하고, 스위스게이트 그룹은 1600억원 규모의 금호고속 신주인수권부사채(BW, 자금 상환 대신 특정 가격에 주식으로 전환한 권리)를 인수했다.

공정위는 이같은 ‘일괄 거래’가 0% 금리에 최장 만기 20년으로 상당히 유리한 조건에 이뤄졌다고 판단하면서 “금호고속이 BW를 발행할 수 있도록 아시아나항공이 독점 기내식 거래를 통해 이를 사실상 보증·담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호그룹 측은 “당시 거래는 전략적 제휴”라면서 “각 회사가 각자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이루어진 정상적인 거래”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금호그룹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신규 업체(게이트고메코리아)와 기내식 독점 계약을 맺기 전 업체가 이같은 ‘일괄 거래’를 의심해 부당한 계약해지라며 손해배송을 걸었으나 지난 5월 패소한 바 있다”면서 “결국 법원이 이 계약에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당시 금호고속 BW의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은 15만원으로, 당시 비상장주식 거래 시가 등이 10만원임을 감안하면 훨씬 높게 설정되어 있었다.

시세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신주인수권 행사 가격이 낮게 설정되어 있어야 하므로 사실상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낮았다. 즉 일괄 거래가 아니었다면 게이트그룹이 BW를 인수할 이유가 사실상 없는 셈이다.

게다가 공정위의 계산에 따르면 당시 금호고속은 무이자 BW 발행으로 금리 차이에 해당하는 162억원의 이익을 봤다. 당시 정상 금리는 3.77~3.82%였다.

공정위는 또한 9개 계열사들이 총 45차례에 걸쳐 금호고속에 유리한 조건의 금리로 총 1306억원을 단기 대여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위 ‘일괄 거래’의 협상이 지연되자 금호고속은 자금 운용에 곤란을 겪게 됐으며 2016년8월~2017년4월 사이에 1.5%~4.5%의 금리로 금호고속에 단기 대출을 해줬다.

심지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계열사도 아닌 협력업체를 이용해 금호고속에 돈을 빌려주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협력업체는 계약서에 직접 서명·날인한 적도 없는 것으로 공정위 조사 결과 드러났다.

자료. 공정위
2015년 기준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분 소유 구조. 자료. 공정위
자료. 공정위
2019년 기준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분 소유 구조.자료. 공정위

공정위는 이같은 지원행위를 통해 박삼구 회장을 비롯해 특수관계인 지분이 높은 금호고속(2019년 기준 51%)이 채권단 등으로부터 핵심 계열사(금호산업, 금호터미널, 舊 금호고속)를 인수해 총수일가의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이 유지·강화됐으며 관련 업계 내 공정한 거래 질서가 저해됐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2015년부터 2018년 4월까지 금호고속의 인수합병 연혁.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이에 따라 공정위는 금호고속과 아시아나항공에 각각 85억원, 81억원을 부과하고 금호산업에 1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한 부당 지원의 핵심 주체인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을 고발하고 이를 주도한 중심에 박삼구 회장을 비롯해,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 박홍석 그룹 전략경영실 부사장 등 3명을 함께 고발했다.

한편 이날 HDC 정몽규 회장에게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대금을 조정할 수 있다는 암시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그룹은 공정위의 고발 및 과징금 조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힌 상태이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향후 공정위와의 소송 결과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및 그 계열사에 부과된 과징금 83억원 가량은 취소될 수도 있으나 이같은 불공정 거래 의혹 등이 HDC에는 또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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