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기내식사업부는 코로나19 이전엔 연평균 매출 3500억, 영업이익 300억원 '알짜 사업'

 

김포공항 주기장을 채우고 있는 대한항공 항공기. 사진. 대한항공 제공
김포공항 주기장을 채우고 있는 대한항공 항공기. 사진. 대한항공 제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결정한 가운데 대한항공이 재무구조 개선안(자구안)으로 '알짜 사업'으로 꼽히는 기내식 사업 부문을 매각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대한항공 측은 기내식 사업 부문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은 상태지만, 국책은행의 대규모 지원이 이뤄지는 만큼 자구안도 이에 걸맞은 수준이어야 한다는 채권단의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크레디트스위스(CS)가 이르면 다음주부터 인수 의사를 밝히는 원매자들에게 투자안내문을 발송한다. CS는 앞서 기내식사업부와 항공정비(MRO, 정비·수리·점검) 등의 자산가치를 평가하고 원매자와의 컨설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은용 대한항공 부사장이 이번 매각을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기내식사업부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연평균 매출 3500억원, 영업이익 300억원의 실적을 기록하던 '알짜 사업'이다.

엄경아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미디어SR에 “대한항공의 자회사 중 기내식사업부는 ‘캐시카우(Cash Cow, 꾸준히 현금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에 해당한다”면서 “해당 사업을 매각할 경우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항공업계 업황에 따라 당장의 영업 실적이 코로나19 이전만큼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으나, 이탈리아가 곧 관광국의 입국을 허용하는 등 유럽 주요 국가가 입국 제한 조치를 다소 일부 완화하는 것이 매각 절차 진행 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기내식사업부는 대한항공 매출의 10~15%를 차지한다. 때문에 기내식 사업부의 매각은 장기적으로 손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견해도 있다.

엄경아 애널리스트는 “항공업을 유지할 예정이라면 기내식사업부 매각은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볼 경우 비용이 증가해 재무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CJ를 포함한 식품‧유통업체들이 대한항공 기내식사업부를 눈독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아워홈은 2018년 한진중공업의 자회사인 항공기 기내식서비스업체 하코를 인수한 바 있다. 당시 본입찰에 CJ를 비롯한 국내 식품대기업 3~4곳이 몰린 바 있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측은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이후 CS를 통해 대한항공의 자산가치 책정을 위한 컨설팅을 의뢰한 사실은 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매각 주관계약을 한 사실이 없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채권단인 산업은행 측의 요구도 만만치 않다. 채권단은 작년부터 매물로 나와 있던 자산을 다시 팔겠다고 나선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면서 ‘팔릴 만한’ 자산을 내놔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도 지난 달 24일 “그동안 발표되지 않았던 대한항공 사업부 매각을 통해 많은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방안은 회사측이 발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4671억원으로 선수 친 서울시

대한항공이 알짜 사업인 기내식 사업부 매각을 검토하게 된 이유는 지난해 말부터 매각 의사를 밝힌 서울 송현동 부지의 매각 차질로 자금 마련에 어려움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시는 해당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서울시 공공개발기획단은 4일 서울시보에 ‘북촌지구단위 계획 변경안’에 대한 주민 의견을 청취하는 내용의 열람공고를 이미 게재했다.

이 공고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보유한 3만6642㎡ 규모의 송현동 부지의 용도를 변경해 문화공원으로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보상비는 공시지가에 보상배율을 적용해 나온 액수이며, 시는 2021부터 2년에 걸쳐 분할지급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토지 보상비 지급 일정과 공사비 등을 미리 책정한 상태로 토지는 4671억원 정도로 책정했다. 최종 비용은 5357억7000만원으로 전액 시비로 산정했다.

대한항공 측이 “서울시가 적정한 가격에 부지 매입 의사를 밝히고 입찰자로 나설 경우, 매각을 검토할 의향이 있으며 적정 가격을 제시하는 대상자에게 매각할 것”이라고 했지만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가 토지 보상비를 공개하면서 사실상 ‘가격 가이드라인’이 된 상황이다.

경복궁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과 인근에 학교만 3곳이라, 송현동 부지는 당초 개발이 어려운 부지로 평가받는다. 앞서 삼성생명 역시 미술관을 세우려다 실패했고, 그 다음 땅주인인 대한항공은 7성급 한옥 호텔을 지으려다 학교 주변에 호텔 설립을 금지하는 학교보건법에 막혀 개발을 포기하면서 23년간 땅은 그대로인 채 주인만 바뀌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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