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항공기. 사진. 정혜원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대한항공은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송현동 부지 매각을 추진 중이었으나, 서울시가 해당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서울시가 부지를 매입할 경우 당초 채권단이 대한항공에 요구한 2조원의 자본 확충에도 차질이 생겨 대한항공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특별시는 전일 열린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 공원 결정안’ 자문을 상정했다고 28일 밝혔다. 결정안에는 대한항공이 매각을 추진 중인 송현동 부지 3만7000여㎡를 문화공원으로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위원회는 시민 및 이해관계자와 충분히 논의를 거치겠다는 입장이지만, 공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에 중점을 뒀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위원회 자문을 반영해 다음달 중 열람공고 등 관련 절차를 추진해 올해 안에 해당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서울 종로구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 사진. 다음 지도

문제는 1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받은 데 따라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자기 자본 2조원을 확충할 것을 요구받은 대한항공이 난처한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는 점이다.

앞서 산은과 수은은 각각 내부 위원회를 열어 대한항공 지원 안건을 승인했다. 운영자금 2000억원 대출을 비롯해 7000억원 규모 자산유동화증권(ABS) 인수, 영구채 3000억원 인수 등 모두 1조2000억 원을 지원한다. 대신 이들 채권단은 대한항공에 재무구조 개선계획(자구안)을 요구했고 최근 대한항공이 마련한 자구안을 바탕으로 특별 약정을 맺었다. 내년 말까지 유상증자로 1조원, 자산 매각 등 자구노력으로 1조원, 총 2조원을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 왕산레저개발 지분, 파라다이스호텔 부지를 비롯해 송현동 부지를 매각해 자산 유동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기존 항공업 관련 자회사 등의 매각설에 대해서는 부인해온 대한항공은 당초 매각하려던 자산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선다.

이미 대한항공은 삼정회계법인·삼성증권 컨소시엄을 매각 주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부지 매각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지정하게 될 경우 자본 확충에 필요한 금액에 못 미치는 가격에 부지를 매각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서울시는 공원 조성을 위해 대한항공이 시와 수의계약을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시행을 비롯해 송현동 부지와 왕자산 매각까지 나서는 대한항공으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송현동 부지를 일반에 매각할 경우 5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측은 미디어SR에 “서울시가 적정한 가격에 부지 매입 의사를 밝히고 입찰자로 나설 경우 매각을 검토할 의향이 있다”며 “적정 가격을 제시하는 대상자에게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땅은 옛 주한미국대사관 직원 숙소였다가 약 20년간 방치돼오다가 1997년 삼성생명이 국방부로부터 1400억원에 사들였다. 삼성생명은 이 부지에 미술관을 지으려다 포기하고 2008년 한진그룹에 2900억원을 받고 팔았으며 한진그룹은 이 곳에 한옥호텔을 지을 계획이었지만 이 역시 무산됐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대한항공의 차입금(은행 차입금·금융 리스·회사채·ABS)은 3조3020억원이다. 다만 조기 상환권의 최초 행사 기간이 올해인 7011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이 조기 상환될 수 있다. 이 경우 대한항공의 올해 만기 도래 차입금은 약 4조원으로 늘어난다.

대한항공은 보유중인 현금성 자산(1조 1000억원)과 유상증자 납입대금 등을 활용해 올해 만기 도래 차입금에 대응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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