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코로나19가 국내 시가총액 순위 판도까지 크게 바꿔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시총 100위에 포함된 곳 가운데 무려 89곳의 순위가 변동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0위권 밖으로 탈락한 기업도 속출한 반면 ‘씨젠’ 등 8곳은 시총 100대 클럽에 새로 합류한 것으로 26일 밝혀졌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가 이날 발표한 ‘2020년 1월 2일 대비 5월 22일 시가총액 100대 기업 순위 변동 분석’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화하기 전인 올 초 1월 2일 상위 100대 기업의 시가총액은 1182조원이었다. 그러나 지난 22일에는 8.5% 감소해 1082조원으로 하락해 100조원 가량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총액 순위는 우선주 주식종목을 제외한 보통주 기준이다.

시총 100대 기업 중 89개 기업이 순위 변동을 겪게 됐고, 100위권 밖으로 밀려난 곳도 8곳이나 된다.

자료. CXO연구소

KCC는 올 초 시총 90위를 유지해오다 최근에는 141위로 51계단이나 후퇴했다. 대우조선해양(82위→110위), 대한항공(88위→107위), 한미사이언스(89위→108위), 제일기획(87위→103위), GS건설(95위→105위), 팬오션(94위→109위)도 올 초 때와 달리 최근에는 시총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BNK금융지주도 92위에서 125위로 순위가 처졌다.

반대로 코로나19 상황에서 시총 100위 이내로 진입한 곳도 있었다. 이중 ‘씨젠’이 가장 크게 약진했다. 이 회사는 올 초 시총 순위 220위에서 최근에는 69위로 151계단이나 ‘퀀텀점프(압축성장을 뜻하는 말)’했다. 시총 100대 기업 중 연초 대비 시가총액이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곳이기도 하다. 연초 8119억 원으로 1조 원에도 못 미치던 시가총액이 최근에는 2조 8778억 원으로 254% 넘게 증가했다.

‘알테오젠’도 상황은 비슷하다. 시총 195위에서 72위로 순위가 훌쩍 올랐으며 연초와 비교해서 시총이 184.2% 급격히 늘었다.

자료. CXO연구소

이 밖에 셀트리온제약(148위→66위), 하이트진로(104위→85위), 일진머티리얼즈(108위→95위), 스튜디오드래곤(101위→97위), 에코프로비엠(180위→98위), 오뚜기(109위→100위)도 시총 100대 기업 클럽에 새롭게 합류했다.

시총 TOP 10 상위권도 크게 출렁였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올 초 시총 10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던 현대모비스(6위→12위), 포스코(9위→16위), 삼성물산(10위→11위)이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는 점이다.

대신 삼성SDI(18위→7위), LG생활건강(12위→8위), 카카오(22위→9위)는 최근 새로운 시총 TOP 10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 초부터 지금까지 국내 시총 1, 2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내고 있다. 하지만 올 초 대비 5월 22일 시가총액은 각각 11.7%, 14.1% 떨어졌다.

삼성전자의 올 초 시가총액은 329조원에서 최근에는 291조원으로 38조원 이상 쪼그라들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펜데믹을 선언한 3월 12일(미국 기준 11일) 이후 삼성전자 시총은 300조원 수준에서 다소 정체하는 모양새다. 팬데믹 선언일 이후 삼성전자 시총이 3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4월 17일(306조원), 5월 19일(300조원) 두 차례밖에 되지 않았다. 때문에 향후 삼성전자의 시총이 300조원 벽을 어느 시점에서부터 지속적으로 넘어설 수 있을지가 시장의 큰 관심사다.

자료. CXO연구소

SK하이닉스는 올 초 68조 9418억원에서 최근 59조 1865억원으로 10조원 정도 시총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 초 시가총액 28조원대 수준에서 최근에는 40조원을 훌쩍 넘겼다. SK하이닉스와의 시총 격차도 40조원대에서 18조원대 수준으로 좁혀드는 양상을 보였다.

향후 시총 3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위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을 어느 정도까지 따라잡을 수 있을지도 최근 한국 주식 시장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한편 셀트리온제약(127.5%), 한진칼(101.3%)은 시가총액이 100% 이상 높아진 기업군에 포함됐으며, 에코프로비엠(92.4%), 셀트리온헬스케어(81.6%), 카카오(63.6%) 등 3곳은 50% 이상 시총이 높아졌다.

거꾸로 시총 순위가 가장 크게 밀려난 KCC는 연초 2조원대를 기록하다, 지난 22일에는 1조원대로 45.2%나 시총 규모가 쪼그라들었다. 삼성 계열사 3곳도 시총 감소율이 컸다. 삼성중공업 42.7%, 삼성엔지니어링 41.7%, 삼성생명 38.2%나 감소했다. 30% 이상 시총 규모가 감소한 곳도 15곳이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조사와 관련해 오일선 CXO연구소장은 “코로나19는 바이오, 2차 전지 종목을 비롯해 게임 및 비대면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크게 상승한 반면 상당수의 전통 산업군에 있는 업체들의 시가총액은 감소한 특징을 보였다”며 “전통 제조업의 비중이 큰 우리나라 경제가 회복하려면 이들 기업의 주가가 회복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반도체 업황은 순환 사이클이 뚜렷한 편이라 때때로 영업익 및 매출 편차가 크게 나타날 때가 있다”며 “코로나19에 여파에도 불구하고, 서버용 제품 판매 증가와 수율 향상, 원가 절감 등 (덕분에) 직전 분기와 비교해서는 영업익이 크게 회복됐다”면서 향후 실적 개선 여지를 남긴 바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