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두산그룹회장(왼쪽)과 박지원 그룹부회장이 지난 2월 열린 CES 2020에서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두산그룹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두산그룹의 최종 재무구조개선계획(자구안)을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수용하면서 두산중공업에 8000억원이 추가로 지원될 것으로 보인다. 최종 자구안에는 대주주의 사재 출연이 포함됐으며 자산 매각과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미래 혁신기술을 중심으로 한 ‘파워 솔루션 프로바이더(Power Solution Provider; 전력공급 전문 기업)’로서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것이 회사측의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28일 미디어SR에 “현재 8000억원 상당의 추가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두산중공업은 국책은행으로부터 1조 6000억원을 긴급 지원받았다. 1조원은 마이너스통장 형태의 한도대출로, 6000억원은 지난 27일 만기가 도래한 5억달러 상당의 외화채권 지급보증을 대출로 전환해주는 방식으로 지원 두산중공업에 대한 지원이 이뤄졌다. 여기에 이번 추가 지원이 검토되는 8000억원을 합하면 두산중공업은 총 2조 4000억원을 지원받게 된다.

산은과 수은은 지난 13일 두산그룹이 제출한 자구안에 대해 실행 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 등을 수정‧보완하는 협상을 진행했으며 두산그룹은 협상 내용을 반영해 지난 27일 최종 자구안을 제출했다.

최종 자구안에서 두산 그룹은 자산 매각과 비용 감축 등으로 3조원 이상을 확보하고 사업구조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은 “독자생존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사업개편 방향과 계열주 및 대주주 등 이해당사자의 고통분담과 자구노력이 포함되어 있다”며 “그동안 견지해 온 구조조정 원칙에 부합하고, 자구안의 차질 없는 이행이 전제된다면 두산중공업의 정상화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자구안을 수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 채권단은 자구안의 단계별 세부 일정과 절차를 점검한 후 실사 결과가 마무리되는 대로 5월 중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 방안’을 확정해 경영개선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다만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두산중공업의 차입금 규모는 4조 2000억원이다. 회사채 1조 2500억원, 국책은행 대출 1조 1000억원, 시중은행 7800억원, 외국계 은행 3600억원, 기업어음(CP)·전자단기사채 7000억원 등이다. 게다가 명예퇴직자 650여명의 퇴직금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산그룹은 채권단으로부터 지원받은 자금으로 우선 급한 불을 끈 뒤 나머지 자금을 단계적으로 마련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두산중공업은 유상증자, 비용 축소, 비핵심 자산매각에 나서고, 모회사인 두산 지주는 자산매각과 두산중공업 증자 참여를 추진한다.

두산그룹 대주주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도 책임경영 차원에서 사재로 두산중공업에 출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배당과 상여금은 물론 급여도 대폭 반납한다. 오너일가의 급여 반납은 일부의 경우 전액을 포함, 전문경영인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 오너 경영진은 3월 말 긴급운영자금 요청 시 채권단에 보유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기도 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세계 경기와 발전 시장 회복이 지연되더라도 두산중공업이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갖출 수 있도록 3조원 이상의 재무구조 개선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자구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물망에 오른 매각 자산

두산그룹은 이날 구체적인 매각대상은 추후 이사회 등 절차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이미 시장에선 두산솔루스와 두산건설 등이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을 핵심 계열사로 남기는 대신, ㈜두산의 자회사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 두산타워, 모트롤(유압기기)BG, 산업차량(지게차)BG, 두산중공업의 자회사 두산건설과 골프장을 소유한 레저회사 두산큐벡스, 클럽모우CC, 담수화사업부인 워터BG와 두산메카텍 등을 매각 대상 목록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보유 계열사의 매각에으로 해소되는 계열사의 부채 또한 자구액에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유력하게 꼽히는 자회사는 2차전지 소재 계열사 두산솔루스와 두산건설이다. 전기차용 배터리 동박(전지박)을 생산하는 두산솔루스는 현재 SK, 삼성 등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으며 최소 8000억원 이상의 가격에 거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솔루스는 올해 매출 목표를 작년보다 27% 늘린 3340억원으로 책정할 정도로 성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회사로, 앞서 두산 측이 국내 사모펀드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와 매각을 협상했으나 금액 차이로 결렬됐다.

#핵심 경쟁력 중심의 사업구조 재편

한편 두산중공업은 자산 매각을 통한 자금 확보와 함께 가스터빈발전사업, 신재생에너지사업 등 두 분야를 중심으로 한 사업구조 재편에도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미래 혁신기술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가스터빈발전사업과 신재생에너지사업 등 두 분야를 사업 재편의 큰 축으로 세웠다.

두산중공업은 앞서 세계 5번째로 한국형 가스터빈 독자개발에 성공한 뒤 성능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 가스터빈 발전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97조원이며, 2035년엔 약 20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아울러 두산중공업은 가스터빈 개발과정에서 얻게 된 특수금속소재 3D프린팅 기술을 토대로 한 신사업도 추진한다. 이 기술은 항공기 부품, 방위산업에 필요한 고부가가치 제품 등 신규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

아울러 풍력과 에너지 저장장치(ESS) 등의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친환경 수력발전과 수소산업 분야 등에 새로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끝난 게 아니다, 구조조정이 복병

두산그룹은 국책은행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게 되면 오는 29일 명퇴자들에게 근속연수에 따라 최대 24개월치 월급을, 20년차 이상자에게는 위로금 5000만원 등을 지급할 예정이다. 문서상으로는 29일까지만 주면 되지만 당초 급여일인 25일에 지급할 것으로 안내가 됐다.

명퇴자들에게는 근속연수에 따라 최대 24개월치 월급과 20년차 이상자 위로금 5000만원 등을 주기로 했다.

두산중공업은 현재 만 4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2차 명예퇴직 신청과 유휴인력 휴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두산중공업 노동조합 등의 반대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 22일 두산중공업 노조는 희망퇴직 공고 이후 세 번째 집회를 열고 서울 강남구 교보타워 앞에서 상경집회를 개최하고 강제 구조조정과 휴업명령 중단을 요구하는 서한을 두산중공업 정연인 사장 측에 직접 제출한 바 있다.

한편 두산중공업은 이날 경남 창원 본사에서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에도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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