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두산중공업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수출입은행이 오는 27일 만기가 도래하는 5억달러(한화 약 5868억원)규모의 두산중공업 외화 채권을 대출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21일 수출입은행은 방문규 수출입은행장 주재로 확대여신위원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대출은 원화 대출이며, 대출기간은 1년 이내다.  

앞서 두산중공업은 4월 27일 만기를 앞둔 외화 채권 5억달러를 지급 보증한 수은에 대출로 전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두산중공업이 상반기 중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 중 가장 큰 규모다.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었는데, 수은의 지원으로 한숨 돌리게 됐다.

두산중공업이 채권을 상환하지 못하면 어차피 지급 보증한 수은이 이를 대신 갚아야 하기 때문에 수은이 요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으로 수은의 두산중공업 대출 잔액은 1조4000억원으로 불어난 대신, 보증 잔액은 5000억원으로 줄었다.

이미 두산중공업 채권단인 수은과 산업은행은 지난달 27일 두산중공업에 총 1조원의 긴급 운영자금을 지원키로 결정한 바 있다.

당시 채권단은 두산그룹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추가자금 지원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수은 측은 이번 외화 채권의 대출 전환이 향후 두산중공업에 대한 추가 지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수은 관계자는 "이번 금융지원은 추가지원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며, 만기연장과 같은 성격이다"면서 "자금난을 겪는 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 효과가 유지되도록 금융당국, 시중은행 등과 체결한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금융지원 협약'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은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에 대한 추가 지원은 향후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안의 타당성 및 실행 가능성, 구조조정 원칙 부합 여부, 채권단 자금지원 부담 및 상환 가능성, 국가 기간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될 예정이다.

수은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SR에 "현재 진행하고 있는 실사를 통해 얻은 정보로 두산중공업의 자구안을 검토해 추가 지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며, "실사 종료는 5월 초·중순으로 예상하며, 이르면 상반기 내 자구안 확정 및 추가 지원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수은은 지난달 체결한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금융지원 협약'과 산업은행이 개최한 채권은행 회의 등을 통해 시중은행과 두산중공업 정상화를 위해 기존채권 회수 자제, 만기 연장 등의 방법으로 추가 지원에 대한 합의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수은은 "두산중공업은 이미 2월부터 명예퇴직 등 인적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자구안에 인력 구조조정의 내용도 포함될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이번 결정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두산중공업의 앞날에는 여전히 험로가 예정돼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두산중공업의 전체 차입금은 약 4조9000억원으로, 이중 4조2790억원이 올해 만기를 앞두고 있다.

당장 내달 4일 두산중공업은 50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도 상환해야 한다. 

산은 등 채권단이 두산중공업 계열주, 대주주 등의 철저한 고통 분담과 자구노력을 전제로 추가 지원을 약속한 만큼 두산중공업은 핵심 계열사·자산 매각 등 그야말로 '뼈를 깎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이에 수은 관계자는 "두산그룹의 자구안에 대한 실사를 통해 실행 가능성과 채권단 지원 자금의 상환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며 "국책은행 지원자금이 정상적으로 회수되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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