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두산중공업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두산그룹이 1조원의 자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한숨을 내쉬고 있다. 채권단은 기한을 정하지 않고 ‘실효성 있는’ 자구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두산으로서는 실적이 좋은 사업부문을 잘라 내는 것이 생살을 도려내듯 내키지도 않고 너무나 아쉽기 때문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이르면 이번주 내로 사업 매각, 인력 구조조정 등을 담은 고강도 자구안을 낼 것으로 관측된다. 채권단으로부터 1조원 규모의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받았으나 추가 지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앞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두산중공업에 긴급 자금을 지원하며 "두산중공업의 경영 정상화가 안 된다면 대주주에게 철저히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두산중공업의 부채 4조 9000억원 중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은 4조 2000억원이다. 산업은행이 지난달 1조원을 긴급지원하고, 수출입은행이 6000억원 규모 해외공모사채 만기 대출을 전환해준다해도 급한 불만 끄는 셈이다. 현재 두산중공업은 담보 및 여신한도 여력이 부족하고 대외 신용도와 자금조달 능력도 현저히 낮아 선택의 여지는 많지 않다.

현재까지 알려진 방안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자회사로 위험이 전이되는 것을 막는 방안이며 두 번째는 사업 실적이 좋은 자회사를 매각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다만 자회사 매각으로는 남은 차입금 규모를 감당할 수 없어 재계에서는 두 가지 방안 모두 추진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두산그룹 지배구조는 그룹 지주회사인 (주)두산을 정점으로 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밥캣으로 이어진다. 두산중공업의 재무 리스크가 다른 계열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 수익이 나는 두산인프라코어와 밥캣만이라도 두산중공업과 분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두산중공업의 재무리스크로 인해 이들 계열사 신용등급마저 떨어져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두산중공업을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리한 뒤 두산중공업이 가지고 있던 두산인프라코어와 밥캣 지분을 투자회사에 몰아주고, (주)두산과 투자회사를 합병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그룹의 수직 계열 구조를 끊어내는 방식이다. 이 경우 두산중공업에는 완전자회사인 두산건설만 남기고, 다른 계열사는 (주)두산의 자회사가 된다.

두산중공업은 2018년 두산엔진을 매각할 때도 두산밥캣을 남겨두기 위해 분할·합병 형태로 지분을 정리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투자회사를 합병하는 방안은 자금이 들지 않아 효율적”이라며 “(주)두산이 직접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기에는 자금 조달, 영업권 상각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자회사 매각으로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으로는 두산솔루스가 매각 대상으로 논의되고 있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이끄는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가 두산솔루스 지분 51%를 매수하기 위해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솔루스는 2019년 (주)두산에서 인적분할해 출범한 두산솔루스는 전자·바이오 소재 사업을 주력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현재 시가총액이 1조원 수준이며, 지난해 20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지분 매각 가격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약 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두산솔루스는 특히 유럽 시장에서 유일한 전지박(동박) 생산기지를 지난달 말 헝가리에 완공해 시범 가동하고 있다. 연간 1만t의 전지박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다. 전지박은 전기차 배터리 음극재에 들어가는 소재로, 전류가 통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남보다 앞서 신사업을 선점해 불확실성을 타개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직접 챙길 정도로 두산솔루스는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의 하나로 평가됐다.

매각이 이뤄지면 두산은 일단 급한 불은 끌 수 있으나 여전히 2조원 이상의 차입금이 남는다. 채권단은 경영정상화를 위한 추가적인 자산 매각과 지배구조 개편 등이 필요하다며 두산의 선택을 주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두산그룹 측은 미디어SR에 현재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지난달 27일 1조원을 두산중공업에 지원하기로 결정한 뒤 경영자문역을 두산에 파견했다. 두산중공업의 경영정상화 방안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 지원 자금은 적절하게 쓰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역할로 수은은 두산중공업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기업구조조정 담당자를 팀장으로 임명했다. 또한 산은은 기업금융실 소속 두산 담당자를 구조조정본부 산하 기업경쟁력제고 지원단에 발령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아시아나항공 같은 경우 (자구책을 내고도) 시장에서 반응이 좋지 않아서 금융위와 정부 차원의 판단을 고려해 자구책을 반납한 선례도 있다”면서 “거절됐던 사례도 있지만 아직 (두산 측 자구책 제시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 (거절 가능성을) 판단하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산은과 수은 등 채권단은 현재 마감 기한 없이 자구책의 실효성에 중점을 두고 면밀히 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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