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두산그룹회장(왼쪽)과 박지원 그룹부회장이 지난 2월 열린 CES 2020에서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두산그룹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지난 13일 두산그룹은 채권단에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전달했다. 그러나 두산 측은 “뼈를 깎는 자세로 (자구안을) 마련했다”면서도 자세한 내용은 채권단과 합의가 이뤄진 후 최종 확정 시까지 함구하겠다고 밝혔다.

두산 측은 “두산그룹과 대주주가 책임경영을 이행하기 위해 뼈를 깎는 자세로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마련했다”며, “두산중공업도 경영정상화와 신속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매각 또는 유동화 가능한 모든 자산에 대해 검토를 진행하고 있으며 두산중공업 경영 정상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알렸다.

채권단은 향후 동 자구안의 타당성 및 실행가능성, 구조조정 원칙 부합 여부, 채권단의 자금지원 부담 및 상환 가능성, 국가 기간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특히 △대주주의 책임있는 역할수행 △이해관계자 고통분담 △지속가능한 경영개선 계획 마련이라는 구조조정 3원칙을 고려해 자구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향후 일정에 대해서는 미디어SR에 “검토 과정은 사안에 따라서 한 달이 될 수도, 6개월이 될 수도 있다”며 “대략적인 기간이나 시한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지만 산은의 기준과 원칙에 따라 자구안을 면밀히 살필 것”이라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용 배터리 동박(전지박)을 생산하는 두산솔루스 지분 매각 후 대주주가 두산중공업에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방식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앞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두산중공업에 긴급 자금 지원을 결정하며 "두산중공업의 경영 정상화가 안 된다면 대주주에게 철저히 책임을 묻겠다"고 못박은 바 있다.

㈜두산이 가진 두산솔루스 지분은 약 17%에 불과하나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주요 주주를 포함한 특수관계인(44%)들이 61%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주주만 참여하는 3자 배정 방식 유상증자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이 방식대로라면 ㈜두산은 매각 대금을 두산중공업 자본 확충에 활용하되 일반 주주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대주주의 경영정상화 의지를 채권단에 피력할 수 있다.

두산솔루스는 올해 매출 목표를 작년보다 27% 늘린 3340억원으로 책정할 정도로 성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회사다. 현재 국내 사모펀드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와 매각을 협상중으로,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51%를 매각하게 되면 6000억~8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한편 두산중공업 차원에서도 고강도 구조조정도 포함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올해 초 인력 감축을 실시한 두산중공업은 고정비 지출을 추가로 축소하기 위해 2차 인력 조정을 실시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두산중공업은 미디어SR에 "아직 확정된 게 없어 말씀 드릴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비핵심 자산 및 사업부 매각도 유력하다. 100% 자회사인 두산건설을 포함해 발전용 보일로 제조기업 두산메카텍 등이 거론된다. 두산솔루스 매각을 비롯해 두산중공업 인력 조정,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이 현실화되면 두산그룹은 약 1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아울러 인프라코어와 밥캣으로서는 유동성 위기가 높아지는 두산중공업에 대한 추가 지원 부담이 상존하면서 수직 계열 구조를 해소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이 자구안에 담겼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두산은 ㈜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밥캣으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 구조로 두산중공업의 재무리스크가 두 회사의 신용등급 리스크를 낮춘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두산 측은 "확정되는 계획을 최대한 성실히 이행함으로써 조기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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