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直說後談] 이유없는 배신(背信)은 없다
[김병헌의 直說後談] 이유없는 배신(背信)은 없다
  • 김병헌 전문위원
  • 승인 2020.02.19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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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 : 미디어SR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 : 미디어SR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

배신(背信)이란, 양측의 동의하에 체결된 물리적이나 비물리적 계약, 혹은 상호간 도의적 신뢰관계를 통한 암묵적 합의 사항을 어기는 행위를 말한다. 믿음(信)을 등지는(背) 행위로 거짓과 함께 인간이 많이 사용하고 있는 용어이자 행위다. 배신에 이르는 동기는 힘이나 권력을 원하거나, 특정 사건을 통한 신념의 변화, 상대의 협박 등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행위에 대한 동기나 형태도 다양하다. 유래가 있는 역사적인 사실이나 옛 성현이 말한 관용어에서도 배신의 여러 동기와 행위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지부작족(知斧斫足)이나 자부월족(自斧刖足)은 배신의 일반적인 사례다. 남에게 입은 은덕(恩德)을 잊고 배반(背反)하는 배은망덕(背恩忘德), 눈앞의 이익(利益)에 눈이 어두워 의리(義理)를 저버리는 견리망의(見利忘義), 옛 친구를 배반하고 새로운 사람과 사귄다는 배고향신(背故向新)등도 배신의 행태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손자오기(孫子吳起)열전에 보면 전국(戰國)시대 위(衛)나라 오기(吳起)는 문후(文侯)를 주군으로 섬기면서 진(秦)나라를 쳐서 5개의 성을 빼앗았다. 문후는 오기가 용병에 능하고 부하들에게도 신망을 얻고 있는 것을 알고 서하(西河)를 지켜 진나라와 한(韓)나라를 방어하게 했다. 오기는 문후가 죽자 그의 아들 무후(武侯)를 모셨다. 어느 날, 무후가 배를 타고 서하(西河)를 둘러보며 오기에게 말했다. “산과 강의 험난한 조망이 참으로 아름답지 않은가! 이것이야말로 우리 위나라의 보배다". 그러자 오기는 이렇게 임금을 깨우쳤다. ”국가의 보배는 임금의 덕일뿐, 지형의 험난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약군불수덕,주중지인진위적국야/若君不修德. 舟中之人盡爲敵國也)“, 지도자가 덕이 없으면 따르거나 친했던 사람들이 등을 돌리고 배신한다는 말이다. 주중적국(舟中敵國), 배(舟)속의 적국(敵國)이라는 뜻이다.

군주(君主)가 덕을 닦지 않으면, 같은 배를 타듯 이해(利害)관계가 같은 사람들이라도, 적이 되는 수가 있다는 뜻이다, 역시 배신의 범주에 들어간다. 곧 자기편이라도 갑자기 적이 될 수 있음을 경계하라는 애기로 리더십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여기에 부모 형제간에 명분을 거스르고 가족간의 의리와 믿음을 어긴 간명범의(干名犯義)를 더하면 최근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과 닿아있다. 조원태 회장은 억울해할지 몰라도 발단은 주중적국 즉 본인 부덕의 소치였다. 이는 누나인 조현아 전 부사장의 배신, 간명범의의 단초가 됐다고 보는게 맞다. 그의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의 언쟁과 갈등, 누나인 조 전 부사장과의 충돌에서 분쟁은 시작됐다. 이에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의 2대주주인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과 주주권 행사에 나서기로 하면서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을 예고한 상황이다.

주주친화적 기업이란?

조 회장은 내달 한진칼 주총에서 사내이사 연임안 상정을 앞두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이 이탈하기 전 총수일가와 특수관계인의 한진칼 지분은 28.94%였다. 분쟁으로 6.52%를 가진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은 22.45%로 줄어들었다. 조 회장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 10%와 카카오 1% 지분을 합치면 33.45%다. 조 전 부사장의 우호 지분보다 1.39%포인트 앞선다. 한진칼 이사 연임을 위해선 주총 출석주주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조 회장의 입지는 위태롭다. 조현아 전 부사장 3자연합은 조 전 부사장 6.49%에 KCGI 17.29%, 반도건설 8.28%를 더해 32.06%다.

조 전 부사장 3자 연합은 조 회장에 대해 "형제간 공동경영을 강조한 선대 회장의 유훈을 어겼다"는 점을 경영권 분쟁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 아무래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조 회장은 경영권을 잡은 지난해 당기순 이익의 50%를 주주들에게 배당했고 지속적으로 배당을 확대키로 하는등 주주 및 직원 친화적인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소액주주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조 전 부사장 3자 연합은 주주제안을 통해 한진칼 전문경영인(사내이사 및 기타 비상무이사) 후보로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과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 김치훈 전 대한항공 상무,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를 추천했다.

김 전 부회장과 배 전 부사장은 항공 산업과 아무 연관없는 인물들이다. 김 전 상무와 함 전 대표 역시 한진칼 전문경영인으로는 중량감이 떨어진다. 지난 18일 김 전 상무가 사퇴의사를 밝히고 조 회장 지지의 뜻을 밝혔다. KCGI의 목표가 지배구조 투명성과 주주 중시 경영보다 단기 주가부양을 위한 과정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는 후문이다. 지배구조 투명성을 기치로 내세우던 KCGI의 명분도 힘이 삐지게 됐다. KCGI는 한진칼 이사회 전자투표 도입을 주장하고 한진칼 경영진과의 공개토론도 제안했지만 한진칼 측은 대응 의사가 없어 보인다. 

한진그룹 본사. 구혜정 기자
한진그룹 본사. 구혜정 기자

국민연금의 양금택목

한진그룹은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 및 개선 노력을 바탕으로 책임 경영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주력 계열사 대한항공 노조와 ㈜한진 노조, 한국공항 노조가 "KCGI의 한진 공중분할 계획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조회장 지지 의사까지 밝힌 상태다. 언뜻 조 회장이 조 전 부사장 3자 연합에 비해 유리한 국면처럼 보이지만 예단은 금물이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행보가 아직 불분명하고 소액주주들의 입장을 정확하게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한진칼 지분 2.9%를 보유하고 있다. 보다 나은 기업가치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쪽에 힘을 실어준다는 게 국민연금의 입장이다. 재계에선 국민연금이 한진칼에 대해 경영 참여형 주주권은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흘러나온다.

양쪽이 대립하고 있지만 ‘재벌 갑질’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에서 자유로운 한진 가(家)는 없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지금은 주주가치 중심의 투명경영을 상호 경쟁하고 있다는 게 다행스럽다. 누가 더 진정성이 있으며 그룹 임직원과 주주들을 생각하고 사회적책임을 다하는 그룹으로 만들어 갈지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양금택목(良禽擇木), 중국 춘추좌시전(春秋左氏專) 애공18년조(衷公十八年條)에 기록된 공자의 말씀이다. 좋은 새는 나무를 가려서 깃들이지 나무가 좋은 새를 택할 수 있겠는가?(조즉택목 목기능택조/鳥則擇木 木豈能擇鳥)라는 뜻이다. 훌륭한 사람은 좋은 지도자를 가려서 섬긴다는 의미를 비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한진그룹의 임직원과 소액주주들의 선택을 존중한다면 3월의 양금택목이 그리 어려운 선택은 아닐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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