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7일 한진칼 이사회에서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하고 수익 개선을 위한 사업 개편에 나서면서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KCGI‧반도건설 3자 연합에 승부수를 던졌다. 한진그룹은 지주사인 한진칼의 이사회 의장직과 대표이사직을 분리하고 호텔 사업을 전면 개편할 방침이다.

7일 한진그룹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서소문사옥에서 이사회를 열어 경영개선안을 의결했다. 조 회장은 지난달 30일 중국 우한행 전세기에 탑승한 이후 자가 격리하고 있어 화상연결을 통해 이사회에 참석했다.

한진칼은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던 기존 규정을 변경해 이사회 의장을 이사회에서 선출하도록 규정을 변경했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높이고 이사회의 경영 감시를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도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했다.

한진그룹은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악화한 재무 건전성도 높이겠다고 밝혔다. 칼호텔네트워크가 소유한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를 매각해 재무 건전성을 높이고 LA소재 윌셔그랜드센터 및 인천 소재 그랜드 하얏트 인천 등도 사업성을 면밀히 검토한 후 개발‧육성하거나 구조를 전면 개편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한진그룹은 이러한 사업 구조 개편이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한진그룹의 적극적인 의지라고 표현했으나 재계에서는 기존 조현아 전 부사장이 맡던 사업을 손봐 경영 복귀를 원천차단하려는 것이 아니냐고 추측한다.

수익이 적게 나거나 주력 사업과의 연계성이 떨어지는 사업 부문도 매각 등을 통해 정리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한진칼 이사회는 ㈜한진 소유 부동산이나 그룹사 소유 사택 등 국내외 부동산과 함께 국내 기업에 단순 출자한 지분 등도 매각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한진그룹의 핵심 역량인 수송에 집중해 경쟁력을 키워나가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항공운송사업은 신형기를 도입하고 항공기 가동률을 높여 생산성을 확대한다. 또 타 항공사와의 조인트 벤처 확대, 금융·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제휴 등 국내외 사업파트와 협력의 폭을 넓혀 지속적인 디지털 혁신을 추구해 나간다. 이를 바탕으로 업무 프로세스와 고객 서비스 모두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물류사업의 경쟁력 제고 방안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키워드로 제시했다. ㈜한진의 택배·국제특송, 물류센터, 컨테이너 하역 사업은 집중 육성하고, 육상운송·포워딩·해운·유류판매는 수익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한진그룹은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가 기업 평가의 중요한 척도가 됨에 따라 ESG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 및 개선 노력을 바탕으로 책임 경영에도 힘 쏟겠다고 밝혔다.

미래에셋대우 류제현 애널리스트는 미디어SR에 “자산 매각 등은 사실 작년부터 이야기가 많이 나오긴 했다”면서 “다만 비주력 사업 부문을 정리하고 본업에 집중하겠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고 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전향적인 경영 효율화와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면서 조 전 부사장과 손을 잡은 3자 연합 측과 조 회장 간 명분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직장인들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서는 조 회장의 우한행과 관련해서도 “멋있는 모습”이라는 평가와 “얼굴 마담”이라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조 회장이 우한 영사의 발언을 문제 삼지 않는 등 긍정적인 이미지를 축적해나가고 있다.

조 회장이 이사회를 통해 밝힌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실적이 개선될 경우 3자 연합 측은 ‘전문 경영인 체제’보다 더 구체적인 주주 친화 정책을 제시해야 할 상황이다.

한편 한진칼은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 2037억원, 영업적자는 4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대비 7.8% 감소했으며 영업손익은 전년 대비 1130억원 감소해 –42억원을 기록했다. 한진칼은 국토부 제재 및 일본노선 수요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진에어의 실적 부진을 영업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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