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KCGI‧반도건설 3자 연합이 점점 코너에 몰리는 모양새다. 3자 연합 측이 사내이사로 추천한 대한항공 출신 김치훈 전 대한항공 상무가 18일 오전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을 지지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KCGI는 한편 현 한진칼 경영진과의 공개토론도 제안했으나 한진칼 측은 현재까지 대응 의사가 없어 한진그룹을 둘러싼 잡음은 오는 3월 25일께로 알려진 정기 주주총회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상무는 “본인의 순수한 의도와 너무 다르게 일이 진행되고 있음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3자연합이 주장하는 주주제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한진칼 측은 밝혔다.

그의 사퇴 의사는 곧 KCGI의 목표가 지배구조 투명성과 주주 중시 경영을 추구가 아닌 단기 주가부양을 위한 과정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지배구조 투명성을 기치로 내세우던 KCGI의 명분이 힘을 잃게 됐다.

김치훈 전 대한항공 상무. 사진. KCGI

18일 한진칼에 따르면 김 전 상무는 17일 대표이사 앞으로 서신을 보내 자신을 ‘KAL 맨’으로 칭하며 “한진그룹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오히려 동료 후배들로 구성된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언급했다.

조현아 3자연합은 지난 13일 김 전 상무와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를 전문경영인(사내이사 및 기타 비상무이사) 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 김 전 상무는 함 전 대표와 함께 전문경영인 후보 중 항공사에 몸담았던 두 사람 중 한 사람으로, 김 전무가 이탈하면서 조현아 3자연합의 전문경영인 라인업의 항공사 운영 전문성은 한층 약화됐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사실 현 경영진은 대한항공에 오랜 기간 몸 담은, 그야말로 항공업계의 전문성을 겸비한 경영진인데, 3자 연합 측이 지적하는 ‘부실 경영’ 등의 문제가 정확히 어떤 이유로 문제가 되는지 불명확하다”면서 “지난번 경영 개선안 등을 연합측에서 발표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거버넌스위원회 등 이미 한진칼 이사회를 통해 개선하고 있는 사항들”이라면서 3자 연합의 문제제기에 의문을 표했다.

3자연합에 영입됐던 김 전 상무가 조원태 회장에 대한 지지를 밝히면서 범 한진의 조원태 회장 지지는 더욱 공고해지는 양상이다. 대한항공 노조에 이어 한진그룹 내 2개 노조도 조 회장에 대한 지지를 공식 선언한 상태다.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 미디어SR

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 노조는 앞서 14일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해 "외부 투기자본세력과 작당해 회사를 배신했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17일엔 대한항공 노조와 (주)한진, 한국공항 등 3개 노조가 공동 성명을 통해 "KCGI의 한진 공중분할 계획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KCGI는 지난 17일 “한진그룹의 경영진으로부터 당면한 경영위기에 대한 입장을 듣고, 주주연합의 주주제안에 대한 한진그룹의 수용 여부를 확인하며, 한진그룹의 현 위기상황에 대한 동료 주주, 임직원, 고객들의 의견에 대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기 위하여 2월 중 한진칼의 조원태, 석태수 대표이사와의 공개토론을 제안”한다고 공개 서신을 통해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대한항공 측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KCGI가 요구한 답변 기일은 20일이지만 한진그룹은 공개토론에 응할 의사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또 상황이 조 회장에 유리하게 흐르면서 KCGI가 요구해왔던 전자투표제 도입도 현재로서는 도입을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이전부터 KCGI가 전자투표제를 요구해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마 현재 상황으로서는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고 말하면서 사실상 이번 주총에 전자투표제 도입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KCGI와 조 전 부사장, 반도건설로 이뤄진 3자 연합은 전자투표제 도입에 이어 공개토론까지 제안했으나 김 전 상무의 사퇴 의사와 더불어 그룹 내 직원들의 반발 등으로 인해 기존 KCGI가 주장해온 '주주 중시 경영'의 명분에 흠집이 생기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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