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KCGI, 명분쌓기 게임 들어갔다
조원태-KCGI, 명분쌓기 게임 들어갔다
  • 정혜원 기자
  • 승인 2020.02.06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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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 구혜정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KCGI 세력 간 명분을 차지하기 위한 수싸움에 들어갔다. 조 회장은 지난달 30일 중국 우한 교민 수송을 위해 직접 전세기를 탑승하고 14일 간 자가격리 조치 및 6일 대한항공 이사회 소집 등으로 대외적인 신뢰도와 명분을 쌓고 있는 한편 KCGI는 전문 경영인을 공모하고 한진칼 이사회 전자투표 도입을 주장하면서 소액 주주들의 지지를 끌어모으고 있다.

이날 대한항공은 이사회에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휴자산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결정했다. 해당 유휴자산은 송현동 부지와 왕산마리나 등이다. 지난해 2월 한진그룹 차원의 계획 ‘비전 2023’을 통해 안정성 및 수익성 향상을 위해 송현동 부지 매각을 추진한 바 있다. 이에 더해 인천시 중구 을왕동 소재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다.

송현동 부지는 토지 3만 6442㎡(약 1만 1000평), 건물 605㎡(약 183평)에 달하는 규모다. ㈜왕산레저개발은 지난 2016년 준공된 해양레저시설 운영사로 대항항공이 10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매각을 연대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 측은 이번 매각 결정이 '비수익 유휴자산과 비주력사업을 매각하는 것'으로 '재무구조 개선의 적극적 의지 표현'이라고 밝혔으나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조 전 부사장의 그룹 복귀를 원천 봉쇄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조현아-조원태 남매간 갈등을 촉발한 결정적 원인이 조전부사장이 주도해왔던 호텔과 레저 분야 등 수익이 저조한 사업을 구조조정하겠다는 조원태 회장의 방침 때문이었다.

이사회는 매각 결정과 함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재구성하고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설치를 권고하는 거버넌스위원회를 만들겠다고도 의결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거버넌스위원회를 통해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 검토를 통해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신민석 KCGI 부대표가 1호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 안건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9.03.29. 사진 : 구혜정 기자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민석 KCGI 부대표(오른쪽)가 1호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 안건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구혜정 기자

#조현아로 명분 잃을 뻔한 KCGI, 이사 공모와 전자 투표 등으로 반격 나서

KCGI(강성부펀드)는 이에 코웃음 치는 모양새다. 아직 갑질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조현아 전 부사장이 KCGI 편에 가담하면서 그간 KCGI가 주장해왔던 ‘명분’을 잃었다는 평가도 존재했다. 그러나 KCGI가 이날 ‘공동보유 합의에 대한 KCGI의 입장’을 발표하면서 조 회장을 필두로 한 현재 경영진의 부진한 성과를 조목조목 지적했고, KCGI는 다시 명분을 쌓고 있다.

KCGI는 현재 경영진의 진정성과 문제해결력을 신뢰할 수 없다며 “(이들은) 지난해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최대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되는 감사 선임을 봉쇄하기 위해 필요하지도 않은 1600억원 규모의 단기차입금 증액결정을 하여 회사에 손해를 입힌 전력이 있다”고 비판했다.

KCGI는  “(현 경영진의) 지난 1년간 경영개선에 관한 제대로 된 의지나 노력을 찾아볼 수 없다”면서 “특정 대주주의 개인적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는 이사회의 독립성과 주주의 권리 보장은 주요 선진국들에서 이미 도입한 제도이고, 대한민국 자본시장에서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첫 단추에 해당한다”며 KCGI가 주장하는 새로운 전문경영체제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한진그룹의 재무 상태가 최악이라고 본다. 현재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현금성 자산은 1764억 수준이다. 대한항공은 6월부터 영구채(7,000억원) 조기상환이 계획돼 있으며 한진칼 역시 다음 달 2일까지 700억원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한진그룹이 자체 자금으로 이를 상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이번 매각 결정으로 얻을 수익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짓지 못했다”고 전했다.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매각 결정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과 장기적인 로드맵도 부족한 셈이다.

KCGI는 공세를 높이고 있다. 지난 5일에는 ㈜한진칼, ㈜한진에 재차 이번 정기주총에 전자투표를 도입하도록 요청한 것이다. 전자투표를 도입하면 주주들의 참여가 용이해지며 업무처리 시간도 단축되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삼성전자 등 국내 유수 기업들도 주주친화정책을 위해 이미 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진칼, ㈜한진 이사회는 오는 7일 오전으로 예정되어 있다. 이들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조원태 회장의 진정성이 득세할지 KCGI의 명분이 인정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혜원 기자 won@medias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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