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지상파, OTT와 유튜브에 반격할 수 있을까
벼랑 끝 지상파, OTT와 유튜브에 반격할 수 있을까
  • 김예슬 기자
  • 승인 2019.09.0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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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각 사 제공
사진. 각 사 제공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세상은 넓고 플랫폼은 많다. 격변하는 환경 속 지상파 위기론이 이제는 정설처럼 자리 잡았다. 타성에 젖었던 지상파는 변화를 모색하고 있으나 쉽지만은 않다.

지난 2일 한국방송협회는 매년 관행처럼 진행하던 방송의 날 축하연 행사를 대신해 '방송의 위기와 대응을 위한 특별 토론회'를 개최했다. 매년 9월 3일 방송의 날을 앞둘 때마다 축하연을 개최했으나 올해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만큼 세미나로 대체한 것이다.

◇ 인력 유출·규제 지속…늘어가는 적자 속 위기의 지상파

방송사들이 위기를 인식한 것은 그리 길지 않다. 위기를 인식하기도 전에 매체를 둘러싼 환경이 급격하게 변했다. 지상파가 가진 고유의 지위에 대한 믿음이 그 저변에 깔려있었기에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 OTT(Over The Top·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사업자들의 급격한 성장을 의도치 않게 관망하게 된 이유도 있다.

넷플릭스의 첫 화면. 사진. 구혜정 기자
넷플릭스의 첫 화면. 사진. 구혜정 기자

지상파로서는 억울한 부분도 크다. 지상파에는 과거부터 쌓아올려진 규제의 틀이 굳건한 반면 상대적으로 종편과 케이블 및 OTT 등은 자유롭다. 이들과 달리 지상파는 중간광고의 허용도 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수익 악화로 인해 변칙적인 중간광고 운용을 하고 있으나 이 역시도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지상파로서는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지상파는 이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고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번 특별 토론회에서는 이를 의식한 듯 지상파의 미래를 위한 대안적 전략들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개방적 제휴를 통해 적응력 높은 산업으로 재탄생시켜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TV광고를 여러 플랫폼과 연결시키는 등의 방안이 나왔다. 매체력 복원을 위한 전통적인 방송 규제의 완화 및 개선 필요성 역시 역설됐다.

현재 지상파의 상황은 좋지 못하다. 지난해 MBC 영업손실은 1237억 원이며, 2019년 상반기 영업손실만 400억 원에 달한다. 올해 적자 규모는 900억 원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MBC는 조직 축소와 각종 비용의 긴축 운용, 프로그램의 탄력적 편성과 제작비 효율화 등을 통한 비용 절감 방안을 마련했다.

상황은 KBS도 마찬가지다. 상반기에만 396억 원의 손실을 기록한 KBS는 올해 적자규모를 1000억 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3년까지 총 손실은 6500억 원으로 전망된다. 이에 KBS는 경영적자를 이유로 7개 지역방송국에 대한 기능 축소 및 통폐합을 타진했다. 이는 현재 지역방송국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상태다. SBS는 이들보다 상황이 낫다지만 적자 폭은 커지고 흑자 폭은 줄어드는 '장기 적자'의 공포에 떨고 있다.

◇ "손발 묶인 채 경쟁하는 기분"…지상파 PD 넋두리

MBC '웰컴2라이프', SBS '리틀 포레스트' 포스터. 사진. 김종학프로덕션, SBS 제공
MBC가 마지막으로 편성한 월화드라마 '웰컴2라이프'와 SBS가 월화극 폐지 후 새롭게 선보이고 있는 월화예능 '리틀 포레스트' 포스터. 사진. 김종학프로덕션, SBS 제공

KBS, MBC, SBS 등은 최근 월화극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전통적인 편성안을 뒤흔들 만큼 이들이 처한 상황이 심각하다는 이야기다. 뚜렷한 킬러 콘텐츠가 없는 점도 지상파로서는 약점이다. 스타 PD들이 종편과 케이블로 이적했으나 이들을 대체할 만한 인력을 꾸리지 못한 게 패착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지상파는 개중 '잘 팔리는' 몇몇 프로그램의 재방송을 늘리고 있지만, 이는 콘텐츠의 부실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 됐다.

인력 유출이 심화되는 와중에 철통 같은 규제가 이어지다보니 지상파는 계속 앓는 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월화극 '웰컴2라이프'를 연출하고 있는 김근홍 MBC PD는 최근 드라마 간담회에서 지상파 부진의 원인을 영상 심의 등의 규제와 OTT 등에 의한 경쟁력 약화에서 찾았다. 김 PD는 "회사에서도 시스템 변화나 조직 변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일 조건에서의 경쟁이 아니고 지상파 둘러싼 환경이 이전과 다르다. 그런 부분은 극복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사진. 권민수 기자
방송통신위원회. 사진. 권민수 기자

확실히 지상파가 놓인 환경은 척박하기 이를 데가 없다. 경쟁상대는 물밀듯 쏟아진다. 플랫폼은 TV채널을 넘어 웹 곳곳에 생겨났다. 이 가운데 지상파는 기존 채널을 운영하며 과거의 규제를 그대로 받는다. 아직 웹 콘텐츠에 대한 규제는 미미한 실정이다. 

한 쪽으로 기울어진 상태에서 경쟁을 하다 보니 지상파로서는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는 꼴이다. 한 지상파 PD는 미디어SR에 "미디어 상황이 달라졌는데 지상파만 규제가 그대로여서 손발을 묶인 채 경쟁하는 것 같다"면서 "시청률 파이가 작아지다보니 시청률 1위여도 상황이 녹록치 않다. 광고 판매율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수익이 커지지도 않는다. 시청자들이 불편해하는 걸 알아도 우리로서는 1, 2부 분할 방송을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모르고 있는 건 아니다. 다만 현재 방통위와 미래창조과학부로 방송통신 분야가 나눠져 있는 만큼 혁신에 대한 어려움이 큰 상황. 방통위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지상파 외에도 미디어 전반에 걸친 규제 문제에 대해 인식은 하고 있다"면서도 "규제가 여러 부분과 얽혀있는 복잡한 문제인 만큼 이에 대한 정책 설명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말을 아꼈다.

◇ 킬러 콘텐츠 절실…돌파구 찾는 지상파의 숙제

김태호 PD가 유재석과 함께 선보이는 MBC 새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 공식 포스터. 사진. MBC 제공
김태호 PD가 유재석과 함께 선보이는 MBC 새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 공식 포스터. 사진. MBC 제공

규제의 완화가 단기간에 이뤄지기 힘든 만큼 지상파의 생존전략은 결국 콘텐츠 뿐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PD는 미디어SR에 "채널 영향력이 떨어졌을지라도 콘텐츠의 영향력은 여전하다고 생각한다. 재밌는 건 찾아서라도 보는 시대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면 반응은 자연히 따라오게 돼 있다. 우리로서는 큰 숙제"라고 말했다.

종편, 케이블, OTT 등이 갖지 못한 과거의 유명 콘텐츠들을 보유하고 있는 건 지상파가 가진 무기. 이에 MBC는 MBC ON 채널을 통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사랑을 그대 품 안에', '마지막 승부', 'M' 등을 방송하고 있고,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는 '무한도전'의 초창기 에피소드의 편집본과 '거침없이 하이킥' 등 인기 시트콤 등의 편집본을 공개했다. SBS는 공식 유튜브 채널 'SBS KPOP CLASSIC'을 통해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의 SBS '인기가요' 방송분을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로 선보이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인기를 끌고 있는 SBS '인기가요'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사진. 'SBS KPOP CLASSIC' 유튜브 페이지 캡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SBS '인기가요'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사진. 'SBS KPOP CLASSIC' 유튜브 페이지 캡처

KBS는 부정적 반응에도 '1박2일'의 방송 재개를 선언했다. 새 콘텐츠를 고민하고 개발할 여유도 없는 절박한 상황인 만큼 안정지향적인 선택을 내린 셈이다. MBC는 '무한도전'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김태호 PD의 신작을 토, 일요일에 각각 편성하며 간판예능에 대한 갈증을 보이고 있다. SBS는 월화극을 폐지하고 '월화예능'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편성안을 내놨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는 지상파의 시름은 여전히 깊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미디어SR에 "과거 지상파가 가진 플랫폼 힘이 워낙 막강했다. 그 플랫폼에 콘텐츠를 얹어가는 게 효과적 결과를 냈지만 현재는 플랫폼이 아닌 콘텐츠 질에 따라 좌지우지된다. 케이블과 종편이 콘텐츠에 집중했다면 지상파는 관성이 있어서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거기에 제작 PD와 소비자들 양쪽에서 이탈이 일어나 어려운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며 지상파가 마주한 현 상황을 짚었다.

그러면서 정 평론가는 "지금 지상파들에게 필요한 건 콘텐츠 중심으로 바뀐 환경을 어떻게 잘 이해하고 맞출 수 있느냐다. KBS는 상업 방송에 집중하지 않아도 되는데도 과잉투자에 의한 과잉손실이 난 거라 불필요한 예능 줄이고 공영성 갖춘 예능 한다거나, MBC는 과거 시사에 강했던 만큼 그런 걸 다시 세울 필요가 있다. SBS는 이미 콘텐츠 회사로 가기 위한 다변화를 많이 하고 있는데, 각각의 색을 만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콘텐츠가 너무 많은 만큼 쓸데없는 콘텐츠는 어느 정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김예슬 기자 yeye@medias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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