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공익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문화, 예술, 장학,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동시에 기업이 출연한 막대한 자산을 이용해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에 이용하거나 사익편취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반대로 오랜 기간 특정 분야에서 진정성을 갖고 활동해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미디어SR은 기업집단 소속 주요 공익법인의 운영 현황, 공익사업의 기준, 투명성, 지배구조와 재무적 측면 등 다양한 방면에서 심도 있게 살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편집: 권민수 기자자료: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건설업계 공익법인이 가진 자산에 비해 공익사업에 쓰는 돈이 턱없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SR은 '기업과 재단' 기획 두 번째로 건설업계의 공익법인을 살펴봤다. 대림, 부영, 태광, 태영, 호반건설, 중흥 등 주요 건설기업의 공익법인이 대상이다. 공정위가 지난 7월 발표한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운영실태 분석 결과'의 165개 공익법인에 IT/게임기업, 금융권, 일부 건설사 등 주요 기업 소속 공익법인을 취합해 총 191개를 분석했다. 

대상은 대림-대림수암장학문화재단, 부영-우정교육문화재단, 태광-세화예술문화재단, 태영-서암윤세영재단, 호반-태성문화재단, 중흥-중흥장학회다. 기업당 한 공익법인을 선정했다. 한 기업이 여러 개의 공익법인을 보유하고 있으면 학원법인을 제외하고 공익법인 중 총자산 대비 공익사업 지출액이 적은 공익법인을 분석했다.

건설업계 공익법인은 학교경영과 장학금 사업, 예술문화 지원 등 장학/문화 공익사업을 주로 하고 있다. 대림수암장학문화재단, 우정교육문화재단, 서암윤세영재단, 중흥장학회 4개재단은 장학사업, 세화예술문화재단과 태성문화재단은 미술관 운영 등 예술 지원 사업을 한다. 

학술/장학 사업을 운영하는 4개 재단의 공익사업은 매우 단순하다. 장학 대상자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 2017년 부영의 우정교육문화재단은 베트남 외 21개국 207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태영의 서암윤세영재단은 국내 박사과정자 연구지원, 국내 92명 대학생 장학금 지원 등을 했다. 

태광의 세화예술문화재단은 미술관 운영과 미술전 개최 사업을 하고 있으며, 호반의 태성문화재단은 미술품 수집 및 보존사업 등을 목적사업으로 두고 있다. 

가진 것도 많은데 돈 안 쓰는 건설 공익법인

건설업계 공익법인의 총자산 대비 공익사업 지출 비중. 자료: 공정위, 국세청

이 6개 재단이 공익 목적으로 쓰는 돈이 1년에 얼마인지 계산해보니, 가진 자산에 비해 돈을 매우 적게 쓰고 있었다. 이들의 2017년 총자산 평균은 380억 원에 달했으나 공익사업(목적사업)에 쓰는 돈은 평균 8억 3150만 원에 불과했다. 총 자산 대비 공익사업 지출 비용은 고작 2.16%. 수백억 원을 손에 쥐고 있었지만 1년에 쓰는 돈은 10억 원도 안 되는 것이다. '애걔걔!'  

태광의 세화예술문화재단의 2017년 총자산은 1054억 원이다. 그러나 이들이 2017년 공익사업에 지출한 돈은 13억8천만 원으로 자산 대비 1.32%에 불과하다.

호반건설의 태성문화재단은 더 심각하다. 총자산은 706억 원인데 공익사업 지출액은 고작 '1억 원'이었다. 공익사업에 총자산의 고작 0.15%만 쓴 것. 올해만 유난히 적게 쓴 것도 아니다. 태성문화재단은 2015년 공익사업에 8227만 원, 2016년 1억737만 원 썼다.

이는 공익법인 전체와 비교해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상증세법에 따른 결산서류 의무공시대상 공익법인 (2016년 기준) 9082개의 평균 자산 총액은 261억 원, 공익사업 지출은 약 99억 원이다. 총자산 대비 공익사업 지출 비중은 37.9%였다.

대기업 소속 공익법인 191개의 총자산 대비 지출비중 평균은 17.1%로 나타났다. 6개 건설업체 공익법인의 2.16%가 초라해지는 수치였다. 건설업계 6개 공익법인의 총자산 대비 공익사업 지출 비중은 최하위권에 속했다.

공익사업 활발하지도 않아

공익법인 활동도 활발하지 않았다. 직원도 0명으로 아예 없거나 2~5명이 전부인 경우가 많았다. 공익사업에 적극적인 태도를 찾아보기도 어려웠다. 미디어SR 취재 결과, 대부분의 공익법인이 취재를 거부하거나 질문에 답을 주지 않았다. "우리는 그냥 몇억 정도로 조그맣게 운영하는 거밖에 없어요."

이들의 태도는 공시자료에 그대로 드러났다. 특히, 대림수암장학재단은 관행적으로 사업을 이어나가는 인상을 줬다.

대림수암장학재단은 주식과 금융상품에서 받은 배당, 이자수익 액수만큼만 공익사업을 운영하고 있었다. 대림수암장학재단은 (주)대림코퍼레이션으로부터 출연받은 33억 원의 주식에서 나오는 배당금 1억 원과 120억 원의 금융상품에서 나오는 이자수익 약 2억으로 일정한 수익을 얻고 있다. 매년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배당, 이자수익 액수와 비슷한 3~4억 원 만큼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었다. 이 재단의 총자산은 164억 원이다. 장학사업을 확장하거나 발전시키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2017년 별도로 기부금을 받지는 않았다. 

이처럼 공익법인이 공익사업에 충분히 돈을 쓰지 않는 것은 조세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조세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상증세법에 따라 공익법인에 출연하거나 재산은 조세를 면제하거나 감면하고, 이자소득과 자산양도 소득에 대해 법인세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뿐만 아니라, 공익법인 출연 재산은 상속세도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 '공익'을 실천하는 법인이기 때문에 혜택을 주는 것이다. 그런 만큼, 공익법인도 공익을 위해 충분히 재산을 사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 

박두준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는 미디어SR과의 인터뷰에서 "세금 혜택을 받은 출연금을 공익을 위해 제대로 안 쓰거나 썼더라도 알리지 못한 것이 문제다. 대부분 제대로 안 쓰고 있다. 공익재단은 돈을 안 써도 망하지 않는다. 세금 혜택을 받았으니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렇게 돈만 쥐고 있을 거면 공익법인은 왜 만든 걸까. 만들었으면 목적에 맞게 공익사업을 활발히 해야 하지 않을까. 건설업계 공익법인이 공익법인으로서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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