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공익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문화, 예술, 장학,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동시에 기업이 출연한 막대한 자산을 이용해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에 이용하거나 사익편취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반대로 오랜 기간 특정 분야에서 진정성을 갖고 활동해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미디어SR은 기업집단 소속 주요 공익법인의 운영 현황, 공익사업의 기준, 투명성, 지배구조와 재무적 측면 등 다양한 방면에서 심도 있게 살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사진. 픽사베이

공익법인에는 공익법인법에서 정하는 이사회가 있어야 하며, 이사회 구성인으로 최소 5명이 필수다.

이사장은 정관으로 정한 규정에 따라 이사 중 선임하게 되는데, 이들의 역할은 공익법인 예산, 결산, 정관의 변경에 관한 사항, 공익법인의 해산에 관한 사항, 임원의 임면에 관한 사항, 수익사업에 관한 사항, 그밖에 법령이나 정관에 따라 그 권한에 속하는 사항 등이다. 이사장이나 이사가 공익법인과 이해관계가 상반될 때에는 그 사항에 대한 의결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조항도 공익법인법에 포함돼 있다.

이 같은 역할을 하는 이사회 구성인에 특수관계인은 1/5을 초과할 수 없다. 특수관계인의 수를 제한한 이유는 경영 및 소유의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즉 불공정거래, 탈세 등으로 공익법인이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특수관계인이란, 출연자 본인과 출연자의 배우자,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친생자 등 외에도 출연자 또는 이사의 사용인 기타 고용관계이 있는 자(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법인의 사용인 기타 고용관계에 있는 자 포함), 출연자 또는 이사의 금전 기타의 재산에 의해 생계를 유지하는 자와 생계를 함께 하는 자, 당해 출연자가 재산을 출연한 다른 공익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의 이사 등이다.

이같은 법의 틀 속에서 총 6개 건설사, 태광, 태영, 호반, 중흥, 부영, 대림의 공익법인 이사진을 점검해보았다. 건설사의 공익법인들의 이사진들이 어떤 인물이며, 어떤 배경으로 재단의 이사로 선임되었는지는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를 투명하게 공개한 곳은 6개 건설사 중 태영의 서암윤세영재단과 대림의 대림수암장학문화재단 단 두 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재단에 이사회 구성과 이사들의 역할에 대해 질문했으나 명확한 답을 들을 수 없었다.

먼저, 가장 규모가 큰 태광그룹 재단법인 세화예술문화재단. 이 재단의 이사진은 대표자 허승조 및 정병진, 이승현, 박혜경, 서혜옥(세화미술관 관장), 장근배, 이병근 등 총 7명의 이사로 이뤄져있다.

전(前) GS리테일 부회장 허 씨는 세화예술문화재단 대표로 선임된 지난 해 9월 태광의 고문으로도 선임됐다. 당시 태광 측은 "GS그룹에서 뛰어난 경영실적을 보인 허 이사장이 고문으로 선임됨에 따라 재단은 물론 그룹 분위기 쇄신에 큰 역항을 하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허 씨 이전 재단 대표를 맡았던 심재혁 씨가 건강상 이유로 직위를 내려놓았는데, 재단 대표와 기업 고문 직에 동시에 선임된 허 씨의 건강상태 역시 그리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여기에는 태광과 허승조 이사장간의 특별한 관계가 힘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혼맥으로 이어진 사돈지간. 무엇보다 태광과 허 씨 사이 친인척간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있다는 점에서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태광그룹은 허 씨 두 자녀가 100% 지분을 소유한 프로케어에 태광그룹 계열사 흥국생명 본사와 주요지점 빌딩 관리를 맡기고 있다. 이에 시민단체 측에서 "(태광의) 이호진 오너 일가가 지배구조개선에 나섰다고 하지만,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친인척간 일감몰아주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며 비난의 날을 세우고 있기도 하다. 허 씨가 이사장으로 취임한 2017년 총 자산 대비 공익사업에 지출한 돈은 1.32%에 불과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과연 공익재단 대표로서 적절한 인사였는지 여러모로 의문을 낳는다.
 
호반건설의 태성문화재단 대표인 우현희 씨는 호반건설 회장 김상열 씨의 처로 명백한 특수관계인이다. 태성문화재단은 올해 미술관 호반 아트리움을 열고 본격적인 문화사업에 나서고 있으나,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오는 12월 완공되는 호반건설의 신사옥 부지, 서초구 우면동의 약 880평 규모 땅의 소유주가 태성문화재단이라는 점. 신사옥이 지어지게 되면 재단은 법인으로부터 거액의 임대료를 받을 수 있게 되는데, 이 같은 수익사업이 재단의 목적사업을 위한 것인지 의혹을 눈초리를 보낼 만하다. 일부 대기업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사익추구를 해온 사례들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는 결국 우 씨를 제외한 나머지 이사진들이다. 이에 미디어SR은 태성 측에 나머지 4명 비상임 이사들, 장성환, 이용수, 이정희, 전대규 씨의 프로필을 별도로 요청했으나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중흥건설의 중흥장학회의 대표자는 신경식 씨는 중흥의 계열사, 중봉건설 대표로 명백한 특수관계인이다. 나머지 이사진들 다수도 회사 고위급 임원으로 이뤄져 있어 역시 범주에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모두 이사진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수관계인이 이사회 구성 1/5를 초과할 수 없다는 공익법인법에 저촉된다.

대림건설의 대림수암장학문화재단은 대표자 김의재를 비롯, 9명의 이사들 중 다수가 법조계 인사들로 이뤄져있다. 다만, 오규석 이사와 최삼섭 감사가 각각 대림산업 사장과 상무의 약력을 지니고 있는데, 특히 감사에는 특수관계인을 둘 수 없다는 점에서 대림산업 전무 최삼섭 씨가 감사 직에 있는 것은 공익법인법에 저촉된다.

건설사 부영의 우정교육문화재단의 대표는 이중근 부영 회장 본인이다. 문제는 이중근 회장 본인이 4000억원대 횡령 배임 혐의 및 조세포탈, 입찰방해 등 여러 혐의로 구속된 바 있으며, 현재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점. 지난 2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징역12년 벌금 73억원을 구형받은 이중근 회장이 과연 공익법인의 대표로 적절한지 의문이다. 또한 이중근 회장 부재시, 부영을 이끈 이세중 법규부문 회장 직무대행 및 신명호 관리부문 회장 직무대행 역시 우정교육문화재단 이사진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모두 특수관계인으로 공익법인법에 저촉된다 할 수 있다.

한편 이외에도 태영 산하 서암윤세영재단의 경우, 윤세영 회장을 제외한 7명의 이사 명단은 국무총리, 과기부 장관, 법무부 장관, 한나라당 부총재 출신 등 쟁쟁한 정계 인사들이 줄줄이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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