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SG 공급망과 공익법인의 편입 가능성
- ESG 중대성 평가와 공익법인의 파트너십

‘ESG 경영과 공익법인의 동행’ 시리즈

1. 기업과 공익법인의 지속가능 생태계

2. ESG 경영의 긴밀한 파트너, 공익법인

3. 지속가능 생태계의 위기

4. 공익법인은 ESG에 기회인가 위험인가

5. 공익법인의 뉴 패러다임, ESG

ESG 경영은 규제 및 법제화와 같은 의무적 특성 때문에 ‘ESG의 경영 범위’ 및 ‘보고 및 검증 경계’를 설정하는 과업이 중요시된다. 그 결과 ESG 경영의 범위는 1차 대상인 상장 회사와 관련 산업군으로 경계가 지어졌다.

반면 공익법인은 지속가능경영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긴밀한 파트너십임에도 불구하고 ESG 경영에서 소외됐다. 기부금 지출은 단기 이윤 창출과는 별개의 자금 흐름이고, 중요성 평가 자문은 이제까지 투자 및 재무 관련 결정과는 연관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익법인이 갖고 있는 영향력은 기업의 ESG 경영에 기회이자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ESG 공급망과 공익법인

지난 3월 15일(현지시각) EU 상반기 의장국인 벨기에는 브뤼셀에서 열린 27개국 대사급 상주 대표 회의에서 '기업의 지속가능한 공급망 실사 지침'(이하 EU 공급망 실사 지침)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지난 7일 해당 지침이 EU 이사회를 통과하지 못하며 폐기에 대한 우려도 있었으나 규제 적용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으로 최종안을 수정한 뒤에 승인될 수 있었다.

EU 공급망 실사 지침은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 및 공급망에서 인권과 환경에 미치는 실제 또는 잠재적인 부정적 영향을 식별, 예방하고, 종료하거나 완화하는데 필요한 절차를 수행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EU 회원국에 진출하여 활동하고 있는 역외 기업도 적용 대상이기 때문에, 해당 국내 기업도 지침의 내용을 준수하고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피해가 불가피하다. 실사 지침이 발효되면 법률적 효력이 발생하는 범위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공급망 관리는 ESG 경영에서 더욱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경영학 관점에서의 공급망은 생산자에서 소비자까지 제품 및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이동하는 과정의 조달 관계 및 연결망을 의미했다. 유사 개념인 가치 사슬은 공급망보다 포괄적인 관점에서 고객 가치를 높이기 위한 비즈니스 활동을 뜻했고, 공급망 관리와 가치사슬 분석은 기업의 재무 성과 개선을 위해 수행하는 일을 의미했다. 하지만 기업 공급망이 글로벌해지고 지속가능경영이 대두되며, 공급망과 가치사슬의 정의 및 범위가 변화하고 있다. 공급망과 가치사슬은 고객의 비재무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고, 비즈니스 활동에서 협력하거나 영향을 받는 이해관계자 그룹으로 그 의미가 확장되는 중이다.

GRI 표준에서는 보고 경계 설정을 위한 가치사슬을 언급할 때는 산업 기반의 정의를 사용하지만, 조직이 인권을 포함하여 환경 및 사회 등 외부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해관계자를 식별할 때는 공급망의 근로자를 포함하고 조직의 운영에서 멀리 떨어져 거주하는 지역 사회와 같이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개인이나 그룹도 반영해야 한다고 말한다.

유럽의 의무 공시 표준인 ESRS는 공시 표준의 적용 대상을 가치사슬 내 협력기업의 근로자, 영향을 받는 커뮤니티, 고객 및 최종 사용자 또는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직간접 비즈니스에 의해 영향을 받는 이해관계자로 정의하며, 가치사슬 지속가능성 요소를 고려하고 공급망 협력사 직원들에 대한 근로조건 및 인권 문제를 보고할 것을 요청한다.

IFRS 재단의 ISSB 지속가능성 표준은 “기업의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 및 기회는 기업과 기업의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기업의 이해관계자, 사회, 경제 및 자연환경 간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한다며, 가치 사슬을 ‘보고 기업이 운영되는 외부 환경과 관련된 상호작용, 자원 및 관계의 전체 범위’로 정의하며, 기업의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기회에 대한 정보를 공시할 것을 요구한다.

이런 맥락에서 사회공헌사업을 수행하는 공익법인은 ESG 경영의 공급망이자 가치사슬, 이해관계자로 편입될 요소를 충분히 만족시킨다. 기업의 사회공헌사업을 위해 상호작용하는 협력기관이자 지역사회와의 중요한 교류 주체이자 중재자이기 때문이다. 공익법인과 기업 간엔 이미 적지 않은 기부 비용 및 인적 자원의 교류가 진행 중이고, 이를 통해 기업은 직간접적으로 고객 및 이해관계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익법인이 기업에게 주는 실제적이고 잠재적인 영향

지속가능성 보고를 위해 기업이 가장 먼저 수행하는 일은 ‘중요성 평가’에 따른 ‘중요 주제’의 도출이다. 이를 위해 기업의 ‘지속가능성 환경’을 이해하고, 이 중 실제적이고 잠재적이며 부정적인 영향을 식별해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한다. 기업이 받을 수 있는 영향을 파악하는 일에는 비즈니스 활동은 물론 제품 또는 서비스에 직접 연결되거나 연결될 가능성을 파악하는 것도 포함한다.

공익법인은 기업과 지속가능성 환경의 일부를 함께 구성하고 있는 파트너로, 공익법인의 경영 실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미지에 다양한 영향을 줄 수 있고 이는 기업의 운영과 제품 및 서비스에도 연결될 수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공익법인은 ESG 경영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3,4차 협력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 요소를 적게 갖고 있는 영역으로 인지될 수 있지만, ESG 경영 점검 체계 부재 등으로 인해 오히려 잠재적 위험도는 클 수도 있다. 공익법인의 재정적 인프라의 한계 때문에 발생하는 S(사회) 영역 지표 상의 낮은 정규직 채용률과 급여 및 복지 수준의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한편, 상대적으로 빠르게 해결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ESG 경영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어려움들이 있다. 현장의 사례를 통해 알아봤다.

공익법인에서 사회공헌사업을 수행했던 실무자 A씨는 갓 시공을 마친 새로운 사무실에 입주한 후, 안구 및 호흡기 질환과 두통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예산을 아끼기 위해 유해물질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진 저렴한 건축 자재를 사용한 것이 원인이었다. 사무실에 둔 화분의 식물이 단 하루만에 시들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 직원은 회사에 재시공을 요청했으나, ‘자체 사업비 운용이 있다면 알아서 해결하라’는 응답을 받고 문제는 시정되지 않았다.

비슷한 사례로 사회공헌사업을 수행했던 또 다른 실무자 B씨는 별도의 접근 제재가 없는 회사의 공용 폴더에서 자신의 개인 정보가 담긴 서류를 발견했다. 소외계층 지원사업을 신청한 참여자들이 증빙자료로 제출한 ‘소득금액증명원’ 및 ‘주민등록표 등본’ 서류가 이름 및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 식별 정보가 수정되지 않은 채 업로드돼 있었는데, 해당 실무자도 사업 신청자였던 것이다. 자신의 내밀한 개인정보에 모든 회사 구성원이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에 불편함을 느낀 B씨는 개선을 요구했다. 해당 서류는 비공개 처리되었으나, ‘아무도 당신의 정보에 관심이 없다.’는 피드백을 들었다. 다른 참여자들의 정보에는 여전히 모든 조직 구성원이 접근할 수 있었다.

근로자 안전의 문제는 건설업계만의 주제가 아니며, 개인정보보안의 문제도 IT 업계만의 이슈가 아닌 모든 기업이 공통적으로 적용해야 할 S(사회) 영역의 중요한 주제들이다. 하지만 위 사례들은 공익법인이 이에 대한 낮은 인지도와 민감성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구나 공익법인만의 긍정적인 조직문화 유산으로 평가받던 ‘개인의 배려와 희생’이 구성원의 자발성이 아닌 경영진의 강요에서 나오는 현실은 ESG 경영의 확산을 더욱 더디게 하고 있다.

기회 요소로 전환될 수 있는 잠재력

ESG 경영을 수행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공급망의 범위가 확장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것이다. 공급망 관리는 범위를 식별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데 아웃소싱에 연결된 또 다른 아웃소싱의 체계를 파악하는 일은 이미 난이도가 높고, 공급망의 범위가 확장될수록 그만큼 관리에 투입해야 하는 자원도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공익법인이 기업에 줄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이 파악된다면 공익법인이 기업의 공급망에 포함되기보다 오히려 기업은 공익법인과의 파트너십 및 기부금을 축소 조치 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공익법인이 현재 갖고 있는 ESG 경영의 위기 요소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과 기회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잠재성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공급망을 관리할 때 1차 협력사에서 하위 협력사로 외주 범위가 멀어질수록 ESG 경영에 대한 인지도도 낮아지기 때문에 지침을 전달하고 관리하는 데에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순위로 식별되는 공급망 외에 범위를 확대하기 부담스러운 이유다.

하지만 공익법인은 관리 난이도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SG 경영과는 거리가 먼 경영 실태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요소와 사회적 감각, 민주주의 거버넌스에 대한 관념적 이해도는 이미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인법인은 생태계 안에서의 끈끈한 연대를 통해 빠른 상호학습 및 자원 교류가 가능하다는 특징도 있다. 무엇을 향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방법론이 부재할 뿐, 변화 자체를 향한 유연성은 공익법인의 장점 중 하나다.

무엇보다 ESG 경영에 편입될 때 공익법인이 발휘할 수 있는 강점은 많은 이가 공유하는 사회적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제시하여, 사회적 가치를 확산하는 현장 중심의 사회 변혁 노하우에 있다. 공익법인은 기업이 비즈니스 활동을 통해 포착하지 못하는 지속가능성 영향 요소를 미리 발견하고 해결하는 역할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도 있다.

그동안 공익법인의 활동은 기업의 경영 활동과 분리된 영역으로 인지되어 왔지만, 이제는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와 지속가능성 생태계의 변화를 통해 많은 상관관계를 갖게 됐다. 공익법인이 기업의 전통적인 경영 활동 파트너는 아니지만 이들의 상호작용은 서로에게 유리하게 기능하고 있다. 기업은 이러한 협력 체제를 지속가능성 차원에서 더욱 포용적으로 받아들여 공익법인 생태계가 갖고 있는 지속가능성 위기를 단순히 독립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공익법인의 성장이 곧 CSR과 ESG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지속가능성 생태계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조혜진 코스리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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