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익법인의 경영 관리
- 공익법인의 근무 만족도

‘ESG 경영과 공익법인의 동행’ 시리즈

1. 기업과 공익법인의 지속가능 생태계

2. ESG 경영의 긴밀한 파트너, 공익법인

3. 지속가능 생태계의 위기

4. 공익법인은 ESG에 기회인가 위험인가

5. 공익법인의 뉴 패러다임, ESG

직장내 괴롭힘 법의 사각지대 비영리. 사진=더나은미래 ⓒ일러스트=나소연
직장내 괴롭힘 법의 사각지대 비영리. 사진=더나은미래 ⓒ일러스트=나소연

ESG 경영의 의무 공시를 앞두고 기업들의 부담으로 인한 기준 완화 및 적용 지연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ESG 경영이 가볍게 대처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전사 경영의 체질 전환을 요구하는 무게있는 과업임을 반증한다.

ESG 경영을 내재화하는 것은 모든 영리 기업이 맞이한 피할 수 없는 과제다. E(환경), S(사회). 그리고 G(거버넌스) 영역에 있어서 기업은 수많은 보고 표준과 평가 지표를 토대로 조직 경영의 실태를 점검받고 개선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당면했다.

하지만 지속가능경영의 열기 이전에 사회혁신의 선봉에 섰던 비영리 조직은 ESG 의무 보고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서 벗어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회공헌사업은 하지만 ESG 경영은 하지 않습니다.

비영리법인 중 기부금의 세금 감면 처리로 인해 기업의 사회공헌사업 파트너가 된 공익법인은 그간 많은 우려를 샀던 회계 투명도 부분에서 큰 개선을 보였다. 관련 공시 자료는 기부를 원하는 정보 이용자들에게 신뢰도 높게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별도의 기준 및 점검 체계가 부재한 비재무적인 환경 및 사회, 거버넌스 요소 등에서 영리 기업에 비해 미비한 경영 실태가 목격되기도 한다.

공익법인 중 환경 의제의 활동을 하는 몇몇 기관을 제외하곤, 본격적인 친환경 경영을 하는 조직은 드물다. ESG 지표에 따른 친환경 경영은 상장회사도 혼란을 겪고 있을 정도로 측정 및 관리 난이도가 높은 편이고 대부분의 공익법인은 무형의 서비스업을 기반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가시적인 친환경 경영 전환의 긴급도가 낮기 때문이다. 현재 공익법인의 친환경 경영은 사회적경제 제품 이용 활성화 수준에 머물러 있고, 조직적 차원에서의 경영 체계 구축보단 환경 주제에 민감한 개인 구성원의 역량에 의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S에 해당하는 사회(Social) 영역과 G에 해당하는 민주적 거버넌스(Governance)의 개선 또한 중요 과제다. 국내 비영리 조직은 ‘민주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 시민단체로부터 시작했고, 자본주의 체제의 대안으로 등장한 사회적경제는 노동 운동과도 상당 부분 맥락을 같이 한다. 사회복지, 종교, 교육, 장학, 의료 등 사회 일반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공익사업의 주제에는 사람을 향한 존중,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철학이 전제되어 있다. 그래서 공익법인이 사회 및 거버넌스 영역의 기준들을 충족하며 운영될 것이라는 기대는 자연스럽다. 하지만 다양한 연유로 해당 부분의 경영 실태는 각종 연구 및 자료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공익법인의 낮은 근무 만족도, 가장 불만족스러운 영역은 경영진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17가지 주요 목표 중 8번째인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및 양질의 일자리와 고용보장’에서 이야기하는 양질의 일자리(Decent Work)는 ‘품위있는 일자리’ 혹은 ‘일다운 일자리’로 번역되기도 한다.

일다운 일자리는 국제노동기구(ILO)가 제시하는 ▲고용 기회 ▲노동 권리 ▲사회적 보호 ▲사회적 대화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여전히 연봉 수준 및 안정성 여부는 직장을 선택하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일자리에 대한 기대 범위가 다양해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며 이전에는 인맥을 동원해 알음알음 얻었던 민감한 기업 내부 정보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 플랫폼들이 생겨났다.

‘블라인드’와 ‘잡플래닛’은 대표적인 서비스로, 그 중 잡플래닛은 전현직 근무자가 남긴 리뷰를 토대로 기업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익명으로 작성할 수 있다는 특성으로 인해 작성자의 주관이 크게 작용되는 시스템이지만 구직 및 이직을 원하는 많은 MZ 세대들은 업종 내 다양한 기업의 상대적 평점을 비교하고 직설적이고 냉정한 ‘서술형 리뷰’를 열람하기 위해 해당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추구하기 위해 공익법인의 직무에 진입한 근로자들은 이러한 양질의 일에 대한 욕구가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NPO지원센터(현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가 2019년 발표한 ‘공익활동가의 지속가능한 삶과 활동을 위한 지원방안 수요조사’에 따르면 ‘활동가의 특성에 따른 지속가능한 공익활동 조건 우선순위’는 성별, 연령, 경력을 불문하고 ‘의사 소통’이 압도적인 1위였고 그 뒤를 ‘적성·취향’, ‘사회적 인정’ 등이 뒤따랐다. 적절한 임금 및 노동권의 보장 외에도, 조직 및 사업 운영과 관련해 노동 관련 주체들 간의 지속적인 대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공익법인이 이러한 근로자들의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기대를 충족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공익법인 일부의 잡플래닛 리뷰를 분석했다.

한국가이드스타는 건강한 기부문화 확산을 목적으로 공익법인의 공시 기준을 토대로 투명성 및 책무성, 재무효율성을 평가하여 매년 만점 별점 3개 중, 2개 이상을 받은 기관을 ‘스타공익법인’으로 선정한다.

2023년 공시 자료를 토대로 지난 3월 19일 한국가이드스타가 선정한 49개의 ‘스타공익법인’의 잡플래닛 리뷰를 분석했다. 리뷰가 0~1개인 기업은 분석에서 제외했다.

2023년 한국가이드스타가 선정한 ‘스타공익법인’ 49개소의 잡플래닛 리뷰 평점(2024.3.21.기준). 사진=코스리 DB
2023년 한국가이드스타가 선정한 ‘스타공익법인’ 49개소의 잡플래닛 리뷰 평점(2024.3.21.기준). 사진=코스리 DB

전체 만족도 평점은 2.7점으로 5점 만점에 비해 저조했고, ESG 지표의 거버넌스 영역에 해당하는 ‘경영진’ 부분의 점수(1.8점)가 최하점을 기록했다. 서술형 리뷰에서는 ‘오래된 방식의 경영과 소통 방식’, ‘경영진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멘트가 자주 보였다. 이에 반해 업무와 삶의 균형(3.3점) 및 사내문화 (2.9점)는 상대적으로 높은 평점을 기록했지만, 사내문화는 경영진을 제외한 동료관계에 기반한 평가결과라는 것을 서술형 리뷰를 통해 유추할 수 있었다.

이마저도 스타공익법인에 선정된 기관들은 공익법인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투명한 경영 체계를 갖춘 곳들이기 때문에 다른 일반적인 공익법인의 근무 만족도는 더 낮을 것으로 해석된다.

결과적으로, 열악한 근무 만족도는 낮은 평점을 받은 공익법인이 인재 영입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넘어 공익법인 생태계 전반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그동안 공인법인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꾸준히 제기되어 온 문제는 안정적인 재원(財源)의 확보였지만, 이제는 상근 인력의 유출과 신규 인력의 충원이 더 큰 문제가 됐다.

사실상 공익법인의 경영은 재화나 서비스가 아닌 ‘인적 자원’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양질의 일자리 조건이 성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공익법인의 인재 유출과 영입의 어려움은 사업 노하우의 유실을 비롯하여 장기적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위기에 빠진 공익법인의 지속가능 생태계

공익법인에 종사하는 활동가들에게 가치있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 넘쳤던 시절이 있었다.

2020년 “(사)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로”에서 실행한 청년공익활동가 실태조사 보고서는 “대체로 청년공익활동가의 활동 동기는 개인적인 측면보다는 사회적인 가치 판단 속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활동가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목표로 ‘사회변화와 혁신’이 과반수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여러 환경의 변화와 함께 사정은 바뀌었다.

2023년 기부문화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조직문화가 바꾸는 비영리조직의 내일’ 보고에 따르면, “비영리조직의 구성원들은 변하는 사회 환경으로 인해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시민사회의 사회적 가치 변화, 영리와 비영리 섹터 간 역할의 경계가 흐려짐으로 인한 존재에 대한 고민, 미션에 대한 위기감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또한, “연구 참여자들은 영리조직과 비영리조직이 지향하는 가치가 유사해지며 섹터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기에 비영리조직의 역할과 위치가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했다.

이 밖에도 국내 비영리 조직 활동의 전신 격인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60년대생을 지칭하는 ‘86세대’ 주요 시민단체 활동가 중 몇몇 인물들이 정치권 및 공공기관 기관장으로 진출한 사례 역시 비영리 정체성 위기의 한 요소로 언급되기도 한다. 그들의 변심은 비영리 조직으로는 세상을 변혁하는 영향력에서 한계를 느껴서가 아니겠느냐는 추측에서다.

이렇듯 공익법인을 둘러싼 사회 환경의 변화를 비롯하여 지속가능경영의 확산에 따른 영리와 비영리의 무경계화, 비영리 조직 활동가의 영역 이탈 등의 요소는 공익법인 및 종사자들이 그동안 다져온 사회혁신을 위해 일한다는 고유한 정체성에 위협이 되고 있다.

또한, 공익활동의 전문성 및 사회적 인정에 대한 과제도 비영리 생태계의 위기 요소로 언급된다. 서울시 NPO지원센터에서 2018년 발표한 ‘서울시 시민사회(활성화) 정책 제언’ 연구에 따르면 상근활동가의 지속적인 활동을 위한 과제 1위는 ‘적절한 경제적 보상(74.6%)’이 차지했지만, 2위는 ‘활동의 전문성 및 경력 인정(38.6%)’, 3위는 ‘활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37.6%)’으로 기록됐다.

지난 2022년 비영리 및 사회적경제 영역 청년 종사자들이 발행한 뉴스레터 ‘왜요레터’ 10월호에서는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일하는 나의 전문성은?’이라는 주제의 담화에 “같은 아젠다의 활동에서 영리 출신들의 전문성이 더 인정받는다”,“비영리조직 종사자들이 발휘하는 전문성의 정의와 내용이 모호하다”,“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이 열악하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아름다운재단이 2023년 발표한 ‘공익법인 사업 수행 방법 및 학습 수요 분석’ 연구에선 비영리 단체의 사업 수행 방법을 분석하는 시도를 했다.

순위별로 ‘▲교육한다 ▲연구한다 ▲장학금을 지급한다 ▲단체·시설을 운영한다 ▲교류·협력한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지원한다’ 등이었는데, 공익법인 유경험자들은 복잡다단한 활동의 함축으로 이해하지만, 비경험자들은 난이도가 낮은 직무의 단순한 나열로 이해할 수 밖에 없다.

이렇듯 비영리 단체 활동을 통해서만 발달시킬 수 있는 감각과 전문성이 영리 기업 위주의 분류와 기준에 의해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 고유 활동의 전문성을 제대로 표현할 언어가 부족하다는 점 등은 비영리 생태계의 성장을 방해하는 또 다른 요소라 하겠다.

ESG 경영의 범위에서 소외된 구조적 한계, 양질의 일자리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서 발생하는 낮은 근무 만족도 그리고 영리와 비영리의 무경계화가 진행되는 외부 환경의 변화는 공익법인 생태계 전반에 지속가능성의 위기를 초래했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사회혁신과 지속가능경영에 기여하고 있지만, 정작 활동의 지속가능성은 보전이 안 되는 모순적인 상황이다.

공익법인의 개선이 곧 지속가능성의 개선

이러한 공익법인의 실태와 그 위기를 인지하는 것은 기업의 지속가능성 맥락에서도 유의미하다. 공익법인은 사회공헌사업의 강력한 파트너십이자 ESG 경영의 주요한 이해관계자이기 때문이다.

영리 기업 내부의 CSR 및 ESG 담당자들이 사회 변화의 감각을 익힌다고 하더라도, 근로자가 아닌 활동가로서의 주체적 정체성을 갖고 사회혁신의 현장에서 많은 경험을 통해 학습한 공익법인 종사자들의 철학을 복제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이해관계자 비즈니스’라고도 불리는 ESG 경영에서 ‘시민사회 및 비영리 조직’은 주요한 이해관계자의 영역 중 당당히 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들은 영리적 이해관계를 벗어난 입장에서 쌓아 올린 전문 의제에 대한 식견과 견해를 제공하여 조직의 지속가능성 관련 ‘중요 주제’ 도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처럼 공익법인의 질적 성장은 지속가능경영의 질적 성장을 함께 이끌 수 있다.

공익영역의 잡플래닛을 자처하는 커리어 플랫폼 ‘소셜부스’와 비영리 정보 서비스 ‘오렌지랩’ 등의 출시는 이런 맥락에서 평가된다.

‘오렌지랩’은 스티비와 오렌지레터로 유명한 ‘슬로워크’에서 분사한 ‘마이오렌지’의 서비스인데 비영리 조직의 비재무적 요소를 개선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이들 플랫폼이 점차 주목받고 있다. 변화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속에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지만 좀 더 적극적인 형태의 변화를 위한 동력이 필요하다.

<조혜진 코스리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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