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트너십을 통한 사회공헌사업의 확장
- 회계투명성을 통한 신뢰도 제고

‘ESG 경영과 공익법인의 동행’ 시리즈

1. 기업과 공익법인의 지속가능 생태계

2. ESG 경영의 긴밀한 파트너, 공익법인

3. 지속가능 생태계의 위기

4. 공익법인은 ESG에 기회인가 위험인가

5. 공익법인의 뉴 패러다임, ESG

CSR, ESG, 공익법인. 사진=코스리DB
CSR, ESG, 공익법인. 사진=코스리DB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ESG 경영과 사회공헌사업은 시장 논리를 토대로 한 경영·경제의 영역에서 주로 다뤄지는 주제다. 그에 반해 비영리단체(Non-Profit Organization)는 이름 그대로 영리적이지 않은 영역에서 활동하는 조직을 일컫기 때문에, 지속가능경영과의 조합은 낯설게 다가온다. 두 영역의 조합이라 하면 기업의 반사회적 활동에 항의하기 위해 본사 건물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는 비영리 활동가의 모습이 먼저 떠오를 정도다.

국내 비영리 생태계의 변화

비영리단체는 경제적 이익이 아닌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활동을 영위하는 단체를 말한다.

국내 비영리단체는 1900년대 초 계몽운동을 했던 YMCA나 흥사단 등으로부터 시작되어,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복지 국가 및 경제 발전 위기 등을 배경으로 크게 성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1989년), 환경운동연합(1993년), 참여연대(1994년) 등 국내 대표적인 시민단체의 등장 및 2000년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의 제정과 함께 국내 비영리조직의 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비영리단체 중 법인격을 가진 조직을 뜻하는 비영리법인에는 사람(회원)을 중심으로 한 사단법인과 재산을 중심으로 한 재단법인이 있다.

이후 비영리법인과 활동은 양적 확장과 더불어 범위와 내용 면에서도 점차 다양화했다. 1980년대의 초창기 비영리 활동가들은 민주화 운동을 통해 사회 활동으로 진입하였기에, 권력 기관 감시 및 정책 제안 등 정부 기관에 영향을 주는 활동에 치중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이 시기 비영리단체는 ‘비정부성’을 드러내기 위해 NGO(Non Goverment Organization)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기자 회견 및 집회 등을 통해 특정 사안에 대한 조직의 입장인 성명서를 발표하는 모습은 대중이 떠올리는 비영리단체에 대한 주요 이미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빠르게 다양화·다변화한 사회의 구조와 필요에 따라 비영리 생태계도 분화 및 성장을 반복했다.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협회’와 정부가 충족시키지 못하는 공공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해 ‘복지’ 분야의 조직 및 ‘문화예술’ 단체가 증가했다. 2010년대에는 자본주의의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해 포용적 성장을 추구하는 ‘사회적경제’ 조직도 정부 지원과 함께 빠르게 성장했다. 소셜 미션과 동시에 이윤도 추구하는 기업을 뜻하는 ‘소셜벤처’ 등 엄밀한 의미에선 비영리라 할 수 없는 유형의 조직도 사회적경제 분야에 포함되며 새롭게 등장했다. 여전히 정부 및 자본의 영역에서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는 주창 단체도 존재하지만, 변화한 비영리 생태계는 정부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공공 업무를 대신 수행하거나 영리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는 등 전통적인 비영리 조직의 특성을 뛰어넘어 비정부성과 정부성, 비영리와 영리의 경계를 넘나든다.

사회공헌사업의 확장과 함께 성장한 공익법인

이 중 공익법인(기존 지정기부금단체)은 다양한 법인세법상의 비영리법인 중에서도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12조’에서 열거한 공익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을 지칭한다. 해당 법률에서 열거한 공익사업으로는 ▲종교의 보급 기타 교화에 현저히 기여하는 사업 ▲「초·중등교육법」 및 「고등교육법」에 의한 학교, 유아교육법에 따른 유치원을 설립·경영하는 사업 ▲「사회복지사업법」의 규정에 의한 사회복지법인 운영하는 사업 ▲「의료법」의 규정에 의한 의료법인이 운영하는 사업 ▲「법인세법」제24조제2항제1호에 해당하는 기부금을 받는 자가 해당 기부금으로 운영하는 사업 ▲「법인세법 시행령」제39조제1항제1호 각 목에 따른 공익법인 및 「소득세법 시행령」제80조제1항제5호에 따른 공익단체가 운영하는 고유목적사업 ▲「법인세법 시행령」 제39조제1항제2호다목에 해당하는 기부금을 받는 자가 해당 기부금으로 운영하는 사업 등이 있다.

기획재정부를 포함하여 각 의제별 소관 부처가 인가한 공익법인은 국내 법인세법에 의해 기업이 이들 단체에 비용을 지출하면 법인세 계산 시 손금 처리하여 세액 감면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기업이 공익법인에게 기부금을 내면 합법적으로 그 비용을 세금 감면 받는다는 의미다. 이런 특징은 기업의 사회공헌사업이 공익법인과 파트너십을 맺고 빠르게 확장한 배경이 됐다. 어차피 세금으로 지출해야 하는 금액을 공익법인에 기부하면 세액 감면과 동시에 명성과 신용 등의 면에서 ‘착한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몇 기업은 사회공헌을 목표로 한 기업 산하의 공익법인을 설립하여, 자체 사회공헌사업을 시작하기도 했다.

이런 바람을 타고 기존엔 시민사회와 풀뿌리 운동 현장에서 활동하던 법률에 따른 공익법인에 해당하는 많은 비영리 조직과 사회적경제 조직은 기업의 CSR 파트너가 됐다. 자본력과 비즈니스 역량을 갖춘 기업은 사회혁신 영역에 비전문가들이었고, 사회 변혁에 능숙한 비영리 조직 및 사회적경제 조직이 갖고 있던 고질적인 문제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자본 및 인프라’였기 때문에 두 그룹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며 상호작용했다.

연도별 법인 지정기부금 변화. 사진=국세청
연도별 법인 지정기부금 변화. 사진=국세청
기획재정부 지정 공익법인 지정누계. 사진=기획재정부
기획재정부 지정 공익법인 지정누계. 사진=기획재정부

공익법인의 목적 사업 의제를 토대로 기업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 기부금 맞춤형 사업 모델도 개발했다. 기업의 기부금을 통한 사회공헌 수익 사업을 목표로 한 공익법인들도 설립되기 시작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연도별 법인 지정기부금은 2007년 1조 3천억원에서 2012년 두 배인 2조 6천억원으로 늘어났고, 2020년엔 4조를 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정한 공익법인은 2018년 752개소에서 2023년 6월 기준 9,496개소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공익법인의 재정 투명성에 대한 낮은 신뢰도

비영리법인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확장된 비영리 생태계의 활동은 다양한 분야에서 국민의 삶의 질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비영리단체의 확장과 기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 일각엔 부정적인 인상이 남아 있다.

공익법인에 해당하는 조직들은 개인과 기업에게 합법적으로 기부를 받을 수 있다는 특성으로 인해, 기부금 문화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2023년 1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공개한 ‘공익활동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부문화는 세계 최하위권이다. GDP 대비 민간기부 비중이 10년간 정체 상태로 기부문화 순위는 인도네시아 1위, 미국 3위, 중국 49위에 이어 한국은 88위를 기록했다. 또한 기부 참여율과 기부 의향도 지난 10년간 하락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또, 2022년 기부문화심포지엄에서 발표된 ‘국내 데이터로 본 20년간의 한국 기부규모 변화’에 따르면 ‘기부하지 않는 이유 1위는 경제적 여력이 없어서, 2위는 기부처를 불신해서’였다. 건전한 기부 문화 정착을 위해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 개선도 중요한 과제이지만, 기부처가 기부의 목적에 맞게 자금을 집행하고 보고할 것이라는 신뢰가 낮은 현상은 비영리 조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높음을 보여준다.

주로 현금으로 이루어지는 기부의 특성 상, 자금 흐름의 추적이 어려울 수 있고 특수한 공익 활동은 긴급성을 동반하기 때문에 예산에 대한 일반적인 통제 및 감독이 불가능할 수 있다. 이러한 공익 활동의 특성을 악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 기부금 횡령 의혹 사건 및 기부 단체를 이용한 탈세(tax evasion)나 조세포탈(tax fraud) 범죄의 여지는 여전히 건전한 공익법인의 활동 및 기부 문화 활성화를 저해하고 있다.

기부하지 않는 이유. 사진=기빙코리아
기부하지 않는 이유. 사진=기빙코리아

회계투명성을 향한 노력과 그 성과

하지만 기부처에 대한 낮은 신뢰도에도 불구하고 그간 국내 공익법인 및 생태계는 양적으로 확장했을 뿐만 아니라 회계 투명성 제고 등을 위한 질적 성장을 위해서도 꾸준히 노력했고 어느 정도 의미 있는 성과도 이뤘다.

2005년 설립된 한국가이드스타는 공익법인의 회계 투명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했다. 비영리 조직에겐 투명한 사업 운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기부자에겐 비영리 단체의 재정 투명성을 평가한 결과를 공개해 왔다. 또한, 공익법인 회계 관련 법률의 제정 및 개선도 꾸준히 추구했다. 아름다운재단의 기부문화연구소는 2000년부터 비영리 조직 및 기부 문화 개선을 위한 연구 자료를 발표하고,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활동으로 기여했다.

이러한 민간 기관들의 노력은 정부의 법률적 개선을 유도했고, 관련 부처에서도 공익법인 결산에 어려움을 겪는 기관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자문 지원 제도를 도입하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현재 국내 공익법인의 회계 투명성 문화는 공시의 확대 및 외부 회계 감사를 수행하는 기관의 증가 등의 요인으로 많은 부분 향상됐다.

국세청은 종교법인을 제외한 공익법인을 대상으로 ▲수입을 공익을 위하여 사용하고 수혜자가 불특정 다수일 것 ▲매년 기부금 모금액과 활용실적을 공익법인등의 인터넷 홈페이지와 국세청 홈택스에 각각 공개할 것 ▲각 사업연도의 수익사업 지출을 제외한 지출액의 100분의 80 이상 직접 고유목적사업에 지출할 것 ▲공익목적사업용 전용계좌를 개설하여 사용할 것 ▲공익법인 회계기준에 따라 외부 회계감사를 받을 것 등의 의무사항을 제시하고, 의무 위반 시에는 지정 취소나 명단 공개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음을 고시하고 있다.

공익법인이 제출한 국세청 결산 자료는 기부 문화를 투명하게 하기 위한 많은 연구에 활용되고 있으며, 현명한 기부를 원하는 정보 이용자들에게 제공된다. 사회공헌사업을 수행하는 기업들도 정보 이용자 중 하나로, 양질의 사업을 위해 회계 투명성이 높은 공익법인을 파트너로 선정할 수 있게 됐다.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긴 하지만 대중이 비영리 조직에 대해 부정적으로 여기는 요인인 불투명한 기부금 사용에 대한 인식은 민관의 노력으로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이고, 이를 토대로 사회공헌 파트너십도 상호 신뢰를 더욱 굳건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혜진 코스리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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