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투자손실·정책가치 훼손 우려...‘밸류업’ 표현 금지령
운용업계 “밸류업 지수·상품 출시 늦어 시장 관심 식을수도”

여의도 금융감독원 / 사진=최태호 기자
여의도 금융감독원 / 사진=최태호 기자

[데일리임팩트 최태호 기자] 정부가 기업 밸류업 정책 도입을 예고하면서 수혜가 예상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 높아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투자손실 및 정책 가치 훼손 등을 우려해 ‘밸류업’ 표현 사용에 금지령을 내렸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우수기업 및 코리아 밸류업 지수 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펀드 명칭 및 홍보에 ‘밸류업’ 문구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이는 정부정책에 따른 밸류업 ETF로 오인하게 해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 밸류업과 자산운용사의 상품을 엮어 팔지 말라는 것.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1월24일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예고했고 이에 해당 정책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금융·증권·보험·자동차 주식과 해당 종목들을 담는 ETF가 인기를 이어왔다.

일부 자산운용사들도 보도자료에서 자사 ETF 홍보에 ‘밸류업의 수혜를 받는’, ‘밸류업 기대감에’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A운용사의 신규 ETF 상품은 국내 밸류업 1호 ETF로 언론에 알려진 뒤 투자자금이 몰리며, 출시 후 19영업일만에 순자산 1300억원을 돌파했다. B운용사와 C운용사 역시 기존 ETF 상품 홍보에 밸류업 수혜가 기대되는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해당 ETF는 정부 밸류업 도입 예고후 각각 수익률 21%, 31%를 기록했다.

수익률과 인기를 증명하는 상품들이 나오고 있지만 금감원은 투자자들의 손실을 우려하고 있다.

금감원은 “밸류업 수혜를 표방하는 펀드의 편입 종목이 향후 밸류업 지수에 편입되지 않아 투자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밸류업이 일종의 투자 테마로 변질됨으로써 투자 피해를 유발하고 정책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밸류업 표현을 홍보에 사용한 자산운용사들은 금감원의 경고에 따라 홍보 자료에서 ‘밸류업’ 문구를 삭제하고 있다. 향후 상품 출시에도 밸류업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자산운용업계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제재가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밸류업 투자 테마가 이미 형성돼 있고, ETF의 인기도 그에 따라온 것인데 운용사가 테마 형성에 기여한다는 해석이 맞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2월26일 한국거래소에서 개최된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 '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 사진 = 최태호기자
지난 2월26일 한국거래소에서 개최된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 '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 사진 = 최태호기자

특히 정부의 밸류업 방안이 늦어 시장 관심이 식을 수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수 개발과 상품 출시 시점은 아무리 빨라도 하반기 이후로 예상이 되는데 그때까지 시장 관심이 이어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5월 2차 세미나를 개최해 밸류업 가이드라인을 공개하고, 밸류업 지수를 하반기 내 만든 뒤 12월까지 해당 지수 추종 ETF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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