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 방대표 선임안에 반대 권고
"비현실적 후보선정..실적 악화 예상"
KT&G "왜곡된 자료..FCP와 공모 의혹"
44%외인 관건..최대주주·행주펀도 반대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 / 사진=KT&G.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 / 사진=KT&G.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최대주주 기업은행에 이어 의결권 자문사 ISS가 방경만 KT&G 수석 부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에 반대 의견을 내면서 KT&G 경영권이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ISS의 의견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주주 가운데 외국인 비중만 44%에 달하는 KT&G가 표결 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ISS는 보고서를 통해 오는 28일 정기주주총회에서 KT&G 이사회가 제안한 방 대표이사 사장 선임 안건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앞서 지난달 KT&G 이사회는 방 수석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임민규 후보와 곽상욱 후보를 각각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ISS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대항세력 측 캠페인에서 제기된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KT&G 경영진은 과거의 결정을 방어하는 데 집중했다"며 "자사주 기부는 법적으로 허용될 수 있지만 경영진에 우호적인 재단이 지분의 10% 이상을 지배하게 된 관행은 의심스러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 후보자 선임 과정에 대해 "겉으로 보기에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밟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비현실적인 절차 일정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게다가 겉보기에 독립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회사의 경영실적 악화에 직접적인 역할을 한 임원을 선임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방 후보자 선임과 함께 이사회가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 △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안건에도 반대표를 던질 것을 권고했다. 반면 최대주주인 기업은행이 제안한 손동환 감사위원(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찬성을 권고했다.  

ISS는 "KT&G의 총주주수익률(TSR)이 동종업계 평균을 밑돌았다"며 "회사의 실적 부진, 지속적인 운영 문제, 지배구조 우려 등을 고려할 때 주주 제안 사외이사를 추가하는 것은 주주 신뢰 회복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KT&G, "ISS, 왜곡된 자료로 잘못된 판단...FCP와 공모 가능성"

ISS가 방 후보자의 대표이사 선임에 반대를 권고하자, KT&G는 입장문을 통해 행동주의펀드 FCP(플래시라이트캐피탈)와 공모 가능성을 주장했다. ISS가 FCP의 왜곡된 자료를 기반으로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는 것. 

KT&G는 "ISS의 분석은 FCP가 제공한 데이터와 주장을 인용한 것"이라며 "사실과 다른 해외 실적 분석 등 신뢰성이 결여된 데이터에 일방적으로 동조했다"고 지적했다.

KT&G에 따르면, FCP는 KT&G가 지난 2020년부터 3년간 궐련 담배 수출과 전자담배(NGP) 수출 부문에서 각각 680억원과 570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KT&G는 같은 기간 궐련 담배와 NGP 수출 합산 총 5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반박했다.

또한, KT&G는 "4년에 걸쳐 고위 경영자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완전 개방형 공모제 도입 및 외부 인선 자문단의 객관적인 의견을 반영하는 등  공정하고 투명하게 사장 후보를 선정했다"며 "ISS는 명분 없는 반대 권고로 주주 가치 훼손이 우려되는 상황을 초래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ISS와 FCP의 공모 가능성을 제기한다"라며 "명분 없는 반대로 'CEO 공백' 등 전체 주주가치 훼손이 우려되는 상황을 초래했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주주 많은 KT&G, 최대주주·행주펀 반대까지..방 대표 선임 '불투명'

KT&G가 ISS의 반대 권고에 이 같은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외국인 지분이 많아 방 후보자 선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기준 KT&G의 외국인 투자자 비중은 44.31%에 달한다. 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외국인 주주들은 의결권 자문기관의 견해를 토대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최근 지분 7.11%를 보유한 최대주주 기업은행도 방 후보자 선임에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KT&G에선 주주들의 표심을 확보하는데 더욱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다.

기업은행은 지난 12일 KT&G 이사회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방 후보자와 KT&G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전원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기업은행은 방 후보자가 재임할 동안 회사 영업이익이 20% 이상 줄어든 것을 반대 이유로 들었다. 실제 KT&G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1679억원으로, 방 부사장 부임 전 2020년(1조4732억원) 대비 20.7% 감소했다.

작년부터 KT&G 경영진을 비판해 온 행동주의 펀드 FCP(약 1%)도 방 후보자에 대해 "이사회와 함께 횡령 혐의로 조사받고 있는 인물"이라며 반대 중이다. 

다만 의결권 자문사·최대주주·행동주의펀드 연합의 반대에도 주총에서 방 후보자의 선임 여부를 쉽게 점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구분없이 묶어 이사 후보자 중 한 사람에게 몰아서 투표하는 ‘통합집중투표제’ 방식이 도입됐기 때문. 이에 투표 결과 다득표순에 따라 이사회와 주주가 제안한 총 3명의 이사 가운데, 상위 득표자 2인이 이사로 선임된다.

또한 KT&G의 2·3대주주인 퍼스트이글인베스트먼트(6.7%)와 국민연금(6.3%)의 표심도 선임에 영향을 미칠 요인 중 하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외국인 투자자는 ISS 의결권 권고와 비슷한 방향으로 투표권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다만 집중투표제 및 국민연금 등 대주주의 표심도 변수로 남아 있어 방 후보자 선임 여부를 예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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