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상호 지분취득, '공동경영' 구축
장녀 후계구도에 소외된 장-차남 반발

한미약품 건물 전경 사진제공 = 한미약품
한미약품 건물 전경 사진제공 = 한미약품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한미약품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가 OCI홀딩스와의 그룹 통합을 전격 발표한 가운데 이번 통합 과정에서 배제된 한미그룹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그룹 통합에 반발,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OCI홀딩스는 7703억 원을 들여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구주 및 현물출자 18.6%, 신주 발행 8.4%를 포함해 총 27%를 취득하고, 임주현 전략기획실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가 OCI 지분 10.4%를 취득하는 등 통합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임 실장은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선대회장과 송영숙 회장의 장녀다.

OCI 그룹과 한미그룹의 통합은 국내 산업계에서 이례적인 경우다. 통합이 완료되면 그룹의 지주사인 OCI홀딩스는 한미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가 되고, 한미사이언스 측 주요 주주들은 OCI그룹 지주사의 최대주주가 된다. 국내 1위 신재생에너지 업체와  OCI와 국내 5위권 대형 제약사가 M&A(인수합병)가 아닌 대등한 기업결합에 합의한 것이다.

그룹별 현물출자와 신주 발행 등이 끝나면 두 그룹은 하나의 기업집단으로 통합된다. 통합 후 OCI홀딩스와 한미사이언스는 공동 경영에 나선다. OCI홀딩스는 각 그룹별 1명씩의 대표이사를 포함한 사내이사 2명을 선임해 공동 이사회를 구성하고,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과 한미사이언스 임 실장이 각각 첨단소재와 신재생에너지, 제약·바이오 분야 각자 대표를 맡는다.

한미그룹, 이번 통합으로 상속세 재원 확보·후계구도 공고히

한미그룹 입장에서 이번 통합이 상속세 납부 문제 해소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2020년 창업주인 고 임성기 회장의 별세 이후 5000억원이 넘는 상속세는 한미그룹 오너 일가의 숙제였다.

지난해 송 회장과 임 실장은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한미약품은 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와 한미사이언스 지분 11.8%를 약 32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 거래에 참여하기로 한 새마을금고가 부실 논란으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을 겪으며 투자를 철회했다.

한미사이언스는 이번 통합 계약으로 OCI홀딩스로부터 7000억원 가량을 확보한다. 이 가운데 일부를 현금으로 확보하게 되기에 한미그룹 오너 일가는 상속세 마련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또한 업계에서는 이번 통합을 한미그룹 장녀인 임 실장과 송 회장이 주도하면서, 한미그룹 후계구도가 확실시됐다고 보고 있다. 통합 후 임 실장이 한미사이언스의 새로운 최대주주인 OCI홀딩스의 주요주주에 이름을 올리며 그룹 지배력이 더 강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기준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장남 임종윤 사장 9.91%, 장녀인 임 실장이 10.20%, 차남인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10.56% 등 세 자녀 모두 지분율이 9~10% 대로 비슷한 상황이다.

이 같이 최대주주인 송 회장의 선택에 따라 후계자가 달라지는 상황이었으나, 이번 OCI그룹과 통합은 임 실장 지배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하이투자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실제 양사 통합 후 임 실장은 OCI홀딩스의 지분 8.6%를 획득해 최대주주가 될 전망이다. 

"연락 못 받았다" 한미 장남 반발..경영권 분쟁으로 번질까

하지만 이번 통합에 대해 한미그룹 장남이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임종윤 사장은 지난 1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한미사이언스와 OCI 발표와 관련해 한미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고지나 정보, 자료도 전달받은 적이 없다"며 "현 상황에 대해 신중하고 종합적으로 파악한 후 공식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한미사이언스·OCI홀딩스 통합 관련 개인 SNS 계정에 올린 게시글. 사진제공 = 소셜미디어 플랫폼 X
지난 13일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한미사이언스·OCI홀딩스 통합 관련 개인 SNS 계정에 올린 게시글. 사진제공 = 소셜미디어 플랫폼 X

차남인 임종훈 사장도 임종윤 사장과 뜻을 같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둘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합치면 20% 수준으로 통합을 주도한 송 회장(11.66%)과 임 실장(10.2%)의 지분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업계에 따르면, 임종윤 사장은 장내 지분매입 등 우호 지분을 규합해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회 구성을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 사모펀드(PEF)와 손잡고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확보하는 방법도 구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윤 사장의 반발에 한미사이언스는 입장문을 통해 "이번 통합 절차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안"이라며 "임 사장은 한미약품 사내 이사이지만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는 속해있지 않고 임 사장과 만나 통합의 취지와 방향성에 대해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이번 통합 결정은 한미사이언스가 이사회를 거쳐 진행된 적법한 절차인 만큼 되돌리긴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도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양사 모두 이사회 결의를 거쳐 이뤄진 만큼 전면 무효화 등의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에선 이번 통합 결정으로 양사가 시너지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OCI의 현금 창출 능력을 기반으로 신약 개발에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 OCI가 기존에 보유한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존 내수 위주의 매출에서 수출 비중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은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오의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번 계약은 양사 간 니즈가 부합해 발생한 결과"라며 "향후 두 그룹 간의 시너지 발생을 위한 사업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5일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전 거래일 3만8400원 대비 4900원(12.76%) 오른 4만3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 때 20%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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