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5천~6천억대로 낮아져...큐텐 재도전 가능성

/ 사진=11번가.
/ 사진=11번가.

[데일리임팩트 이호영 기자] 1세대 이커머스 11번가 매각은 거듭된 대규모 자본 투입을 기반으로 격화하는 국내 온라인 시장 경쟁 상황을 잘 말해준다. 누구든 11번가 플랫폼이 필요한 사업자가 매입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누가 인수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11일 업계 등에 따르면 어떤 식으로든 11번가 플랫폼이 필요한 사업자가 인수자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11번가로선 당장 인수자가 정해진 것도 아니어서 당분간 플랫폼 자체 큰 변화는 예견되지 않고 있다. 현재 11번가로선 장기적인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 11번가 플랫폼의 강점으론 시장 2순위에 해당하는 트래픽, 15년 이상의 이커머스 1세대로서의 업력, 이와 맞물린 인프라 등을 꼽아볼 수 있다. 또 현재 2025년까지 흑자 전환을 위해 수익성 개선 작업이 한창이다. 신선 식품 직매입 강화, 신규 서비스 도입, 전문관 등 버티컬 강화 등 모두 11번가의 기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들이다.  

이커머스 시장은 SK스퀘어가 현재의 재무적 투자자(FI)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 받던 5년 전과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당시완 달리 이커머스를 주도하는 네이버쇼핑과 쿠팡이 워낙 '넘사벽' 시장 지위를 굳혀오다보니 SK스퀘어로선 대규모 적자를 감내하면서까지 11번가 플랫폼 등을 유지해나갈 의지를 자의반 타의반 상실한 것으로 읽힌다. 

이는 11번가 모기업 SK스퀘어가 11번가의 18.18% 지분에 대한 콜옵션(매도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이유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재 재무적 투자자들은 동반 매도 요구권(드래그 얼롱)을 행사할 수 있게 된 상태다.  

그렇다면 이런 11번가 플랫폼을 매력적으로 여길 사업자는 누굴까.

현재 인수자로 거론되는 큐텐이나 알리바바그룹, 아마존 등에서 플랫폼 필요성을 유추해보면 큐텐이나 알리바바가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특히 큐텐 경우 결렬 직전까지 인수 의사가 있었고 최종 막판 조건 조율 과정에서 어긋났던 것으로 알려져서다. 현재 거론되는 3개 기업 가운덴 인수 가능성이 가장 높다. 

알리바바그룹 계열의 이커머스 알리 익스프레스가 홍콩을 기반으로 삼고 최근 국내 시장 공략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알리바바그룹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중국의 가품 이슈, 저가 이미지 등을 희석시키기 위해 11번가가 필요할 수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까지 포함해 현재 이커머스 사업자가 인수할 메리트가 떨어진다고 보는 이유는 국내 시장에서 11번가를 인수한다고 하더라도 기존 선두 네이버 쇼핑과 쿠팡과는 더 이상 점유율 싸움이 의미가 없는 수준이어서다. 기존의 11번가와는 전혀 다른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런 점유율로 인해 여전히 고전할 가능성이 다분해서다. 

또 당장 큐텐은 잇단 인수로 보유 현금 자체가 많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수하고 싶어도 조건이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해 관계(11번가 플랫폼 필요)만 맞다면 이커머스 업의 본질을 고민하는 사업자 이외에 이를 다른 방향에서 수익성을 고민할 사모펀드라면 인수 여지는 있어 보인다. 

그리고 이런 사모펀드의 필요에서는 수익성 이외 별다른 고민이 없을 것이고 수익성도 커머스라는 업태에 묶이지 않고 더 다양하게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이베이코리아의 주요 매출원이 돼줬던 광고 수익 등이 일례다.  

이커머스업계 기업을 사모펀드가 인수한 사례론 티몬(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 등이 있다. 이외 SSG닷컴에도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투자하고 있다. 오프라인까지 확장하면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파트너스도 있다. 

이커머스업계는 "1세대 11번가는 경쟁자였지만 동시에 동반자였다"며 "경쟁 과열로 이베이코리아부터 인터파크, 이제 11번가까지 하나둘씩 넘어지는(매각) 모습이 이 시장의 치열함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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