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0억 규모 공동 펀드, 3월 만기
담보 골프장 가치 하락 가능성..원금 회수 불투명

태영건설 본사/사진=태영건설 제공
태영건설 본사/사진=태영건설 제공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최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한 태영건설이 한국투자증권과 공동으로 조성한 펀드 만기일이 다가오면서 태영건설의 자금 상환 여부에 따라 한투증권이 어떤 영향권에 놓일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투증권은 태영건설이 소유한 골프장을 담보로 마련해 둔 상황이라 자금조달이 어려운 태영건설의 골프장 지분이 넘어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으나, 담보가치 하락에 따라 원금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과 한투증권이 지난해 3월 공동으로 조성한 2800억원 규모의 펀드 만기일이 3월 6일 도래한다. 이 펀드는 태영건설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차입금 및 유동화 증권의 차환을 위해 태영건설이 800억원, 한국투자증권이 2000억원을 투입해 조성했다. 당시 한국투자증권은 태영건설이 소유한 골프장 루나엑스CC(경주시 천북면 소재)를 담보로 요구했다.

하지만 태영건설의 늘어나는 부동산PF 우발채무와 워크아웃 신청에 따라, 해당 펀드의 차환, 혹은 펀드 연장 가능성에 의문이 생겼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태영건설이 만기 전까지 리파이낸싱이나 상환에 실패할 경우 루나엑스CC가 한국투자증권으로 넘어가고 펀드 출자금 800억원까지 잃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태영건설의 경영 상황과 자구계획, 협의회의 안건 등을 설명하고 논의하기 위해 이날 비공개로 채권자 설명회를 개최한다. 이를 토대로 오는 11일에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결의 절차를 진행한다. 채권단의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워크아웃이 개시된다.

부동산 익스포저 큰 한투증권, 펀드 만기 앞두고 담보권 활용 가능성 높아져

업계에서는 한투증권이 태영건설에 펀드 자금 회수를 위해 담보권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펀드 상환까지 기간은 남았으나,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이 자력으로 만기 펀드 상환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인데다 상환을 기다리는 채권단도 줄을 서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산업은행이 금융채권단에게 보낸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 소집 통보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둘러싼 채권단은 400여곳이 넘고, 부동산PF 보증규모도 9조1816억원으로 집계 됐다. 해당 부동산 PF 보증규모는 태영건설 자기자본의 10배가 넘는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이 노출된 부동산금융 리스크가 크다는 점도, 담보권 활용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 중 하나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한국투자증권의 국내외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는 약 3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3조1000억원, 해외 8000억원으로, 동 기간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이 8조2569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약 47.2%에 달하는 수준이다. 국내 익스포저 중 브릿지론 규모가 약 9400억원으로 양적 부담이 높은 편이며, 중·후순위 비중은 약 57%다.

윤소정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리포트에서 "한국투자증권의 부동산금융은 최근 이어진 비우호적인 업황으로 인해 충당금 적립 부담이 내재되어 있고 이에 따른 이익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에 따라 한국투자증권이 신용공여를 제공하고 있는 일부 익스포저의 건전성 저하에 따른 대손부담이 발생할 수 있어 회수성과에 대해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아직 한투증권 펀드 상환까지 기간이 남았기에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공개하긴 어렵다"면서도 "공개할 자구책에 대한 채권단들의 협의가 가장 중요하겠으나, 만기 도래 펀드 차환은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담보 잡은 골프장 가치 하락 가능성에...한투증권, 펀드 원금 회수 불투명?

일각에서는 상환이 어렵다고 판단한 한투증권이 담보권을 활용하더라도 담보로 잡은 골프장 가치 하락에 따라 투자 원금 회수는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3월 펀드 협약 당시 한투증권이 태영건설에 담보로 잡은 루나엑스CC의 담보 설정금액은 2021년 말 장부가 기준인 2014억원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특수로 2021년 당시엔 골프 산업이 호황이었던 반면, 해외여행도 정상화되면서 전반적인 국내 골프장 가격도 떨어지면서 루나엑스CC의 담보가치도 장부가보다 더 떨어졌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한투증권은 담보를 마련해둔 만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절차 과정을 지켜본 뒤 충당금 추가 적립 및 담보 회수 등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아직까지 펀드 만기 연장과 관련해선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며 "채권단협의회에서 입장이 결정 되겠으나, 담보라는 안전장치가 있어 큰 걱정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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